"ㅇ상은 영주永住할 거예요?"
오늘 아침 문득 매일 옆자리에 앉는 직원이 물어왔다. 아, 회사 자리는 지정석이 아니고 매일 원하는 데 앉는데, 엄밀히 말하면 선배지만 이직해서 이 회사 경력으로는 별로 차이 없는 직원이랑 매일 옆자리에 앉는다. 원래는 이동 전부터 일을 안 하는 걸로 익히 알고 있던 이 직원에게 후배랍시고 질문을 들이부어서 압박하려고 했던 의도였는데, 어느새 그냥 같이 앉는 일 메이트가 됐다. 어제는 내 옆옆자리에 과장님이 앉아서(세 명 자리에 각각 끝자리에 앉았다) 과연 나와 같이 앉는 사명감을 선택할 것인가, 과장님을 피할 것인가를 과장님과 기대하면서 봤는데 다행히도(?) 과장님과 나 사이 자리에 앉았다.
그런 직원이 일본에 영주할 거냐고 물었다. 영주할 수 있냐고도 물었다. '영주하려고 하면 할 수 있겠죠?'라고 했더니 지금은 시간이 정해져있냐고 물었다.
"5년이요."
"올해부터 5년이요?"
"입사 때부터 5년이요. 그전에는 학생 비자였고 회사 오면서 바뀌었어요."
"영주하죠!"
대뜸 일본에 계속 있으라고 했다. 아, 물론 박력있는 남자주인공 멘트 같은 로맨틱한 건 아니었다.
"일본 즐겁데이~"
간사이 사투리를 열심히 써보는 나에게 간사이 사투리로 일본 즐겁다며 허허 웃었다. 나도 같이 웃어보았지만 진짜 비자 5년이 끝나는 때, 나의 결정은 어떻게 될지 고민스럽기 시작했다. 영주권을 딴 한국인 언니를 떠올려보기도 했고,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고 있지만 영주권을 아직도 따지 않고 있는 한국 지인분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이 직원이 영주하라고 해서 영주할 건 아니긴 하지만, 어떠한 이유가 있으면 타국에서 영주를 하게 되는 걸까, 생각을 했다.
오후가 되어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동기가 대뜸 'ㅇ상, 일본어 잘한다고 듣고 그래?'라고 물어왔다. 매일 아침 '오하요(좋은 아침)'로 채팅을 시작해, 퇴근할 때까지 틈틈이 수다를 떨다 퇴근하면 철저히 사생활로 돌아가는 사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채팅을 하고 있는데 이런 질문을 했다. 갑자기 뭐냐고 물어봤더니, 어제 티비에서 편의점 알바할 정도면 이 정도로 레벨에, 회사에서 일할 정도면 이 정도 레벨이라고 들었다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ㅇ상은 엄청 대단한 거 아니냐는 것이다. 가끔 한국인임을 잊기도 한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라고 겸손을 떨 생각은 없이, JLPT 성적도 좋았다고 거들었다.
하루동안 일본어를 잘한다는 둥, 일본에서 계속 있으라는 둥 하는 얘기들을 들었다. 일본에도 회사에도 잘 적응하고 있나보다 싶으면서도 한국에 정말 돌아가겠다고 마음 먹고 싶을 때 일본을 잘 떠날 수 있을까, 일본에 계속 남아있을 용기는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잘 적응하고 지내려는 일본 생활, 일본 회사생활에서 '잘 적응한다'는 것의 목적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