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와타시노 코이와~ 미나미노~ 카제니 놋떼 하시루와~
뉴진스 하니가 불러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 일본인에게도 유명한 노래다. 포카리 스웨트가 생각나는 청량함과 마츠다 세이코의 앳되고 사랑스러운 미소가 모두를 그녀의 바다에 빠지게 한다. 이 시기 혹은 더 옛날의 시기를 '쇼와昭和시대'라고 한다. 쇼와는 연호의 이름으로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 연호 중 최장기간 사용됐다. 쇼와 말기는 일본의 최고전성기 버블시대가 있었기도 하니 일본인들에겐 추억도 낭만도 많지만, 여러모로 낡은 시대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아니, 조선시대도 아니고'라고 말할 때 일본에선 '완전 쇼와잖아'라고 곧잘 표현한다.
여자 선배에 쇼와 시절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회식 때 노래방에 가면 '이 노래를 안다고?'하는 옛날 노래를 불러 과장님, 부장님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노래를 가수처럼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맑은 목소리와 기교가 많지 않은 창법으로 청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부담스럽지도 않고 나대지고 않고 애교 가득한 모습이 그리 밉지 않다. 평소엔 조용한 성격이고 일만 하는 편이라 반전매력에 새삼스레 놀라기도 하고 그게 흥미롭기도 하고, 열심히 쇼(?)를 해주니 나는 신나서 박수를 열심히 쳐줬다. 저분 사회생활이 대단하군, 싶은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얼마전 이 여자선배를 포함하여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먹고 '스낵바'라는 데에 갔다. 일본의 스낵바란 주인장 아주머니가 있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곳으로, 캬바쿠라나 라운지 같이 불건전한 느낌이 가득한 곳과는 차별적인 공간이다. 보통 매장은 그리 넓지 않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그 순간만큼은 함께 논다. 스낵바와 같은 공간은 이번이 세 번째 정도였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라오케바에 한 번, 노래를 신청하면 틀어주는 작은 바에 한 번(둘다 한국인들이랑 갔다), 그리고 이번.
그녀는 역시 쇼와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미 술이 얼큰하게 취해있던 아저씨가 선곡을 보고 놀라 우리 쪽으로 바라봤다. '누구야?'라며 관심을 보였다. '저예요'라고 수줍게 웃으며 그녀는 애교를 담아 쇼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쇼와 노래의 특징은 간지러운 멜로디와 '당신이 너무해, 당신밖에 몰라, 당신을 사랑해' 같은 감성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저씨들은 추억에 한 번 간지러워지고, 가사에 또 한 번 녹아내리게 된다. 물론 담백하게 듣는 아저씨들도 있지만. 드렁큰 아저씨는 아니나다를까 '아니, 이 노래를 어떻게 알아?'라며 말을 걸어왔고, 이내 같이 부르자며 옆에 서서 흥에 취해갔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는 않는 아저씨가 불안해서 옆에 있던 남자선배가 장난을 걸듯 아저씨를 말리곤 했다. 주인장 아주머니도 한번씩 경고를 주었다. 나는 그런 아저씨에게 화를 낼 순 없었지만 같이 놀자고도 할 수 없어 노래를 찾는 척 노래방 리모컨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일본은 대부분 태블릿PC 형식이다). 그런데 이 여자 선배는 아저씨가 '당신들 괜찮네!'라고 하자, '또 만나요~ 여기서~'라며 능숙하게 받아치는 것이다(?). 아니 나는 두 번 다시 저런 아저씨 만나고 싶지 않은데, 빈말이라고 해도 어떻게 저런 멘트가 나오나 싶었다. 이 선배야말로 진정한 '일본 여자'인 걸까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와, 아까 아저씨 좀 역겨웠지?'라는 말은 하나도 없이 술이 많이 올랐다, 즐거웠다. 피곤하다라는 말만이 전부였다. 익숙한 것인지, 그런 상황을 즐기는 것인지 그날 밤 잠들 때까지도, 다음날도 계속 의문이었다.
한국남자와 일본여자의 혼인 건수가 증가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런 뉴스마다 댓글엔 남자들이 일본 여자들을 칭찬하기 바쁘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 여자들은 기분 나빠하고 화내는 상황에서 일본 여자들은 '정말 못말려!'라며 넘어가버린다. 이런 데에 남자들은 익숙해져서, 한국 남자는 이해심이 많아보이는 일본 여자들이 좋다고 느끼고, 일본 남자는 '드센' 한국 여자가 어려운 것이다. 아직도 일본 세상 구석구석 남아있는 쇼와, 그걸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것에서, 일본에서의 삶을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