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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ing오킹 Apr 10. 2020

먼저 손 내밀기 #7

스페인 지리를 모르기에 며칠은 한인민박을 이용했어요.

 3인실 도미토리라 여행 온 3명이서 통성명을 하게 되었고,

다들 식전이라서 식당을 찾다가 10시가 좀 넘어 길거리에 거니는 사람들은 없었기에 일단 불이켜있는 곳으로 무작정 들어갔죠.


“아니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이곳에 다 있구만!”


우리는 이곳을 스페인의 ‘봉구비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맥주 한잔에 2유로가 채 안되었던 이유로요 ㅋㅋㅋ).

착한 가격 좋은 분위기 술집안에서 일단 안주랑 맥주를 시켜놓고 여행을 혼 계기를 서로 묻게 되었고,

긴 회사생활에 지쳐 삶에 회사를 그만두고 답을 얻으러 무기한 배낭여행을 오신 한분과 그림작가라는 작은 틀에 갇혀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었던 온 저 그리고 못쓴 여름휴가를 이곳으로 오신 분까지 다양한 이유를 가진 세 사람이 앉아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처럼 서로의 생각과 고민들을 나누게 되었어요.

 

 같이 마주 앉은 우리들은 모두 30대여서 서로가 현재 앉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들 그리고 결혼에 관한 서로의 견해들을 나누며 20대 때와는 또 다른 현실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꿈에 대한 좌절 그리고 사랑에 대한 회의감까지 서슴없이 털어놓게 되었어요. 사실 이때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될까?? 아는 사람들도 아닌데 내 입에서 그동안 감춰왔던 이야기까지 왜 이리 서슴없이 나오는 건지 당황스러웠어요.


 술 탓이거나 혹은 여행의 설렘 때문에 약간 흥분되어 있어서 그런 건지 이러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후회하는 건 아닌지 싶었죠. 사실 잠자리에 누웠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 이후로도...... 아마 그런 걸 꺼예요. 여행 온 순간 자신의 현실에서 벋어나 스스로의 테두리에서 약간 벋어나도 된다는 느낌? 뭐 해방감? 같은 것도 있었을 것이고 여행에서 만난 메이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편한 관계여서인지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보지 못할 사이일 수 있으니까요.(우린 서로에 연락처를 묻지 않았어요)


그렇게 여자 셋이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내가 참 작은 세상 속에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나의 문제로도 각자 가지고 있는 견해도들도 다르고 삶을 대하는 방식들도 참 다르다고 느꼈졌죠.

작은 작업실에 앉아 하얀 백지안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내가 늘 고민했던 스토리들 무엇을 담에 낼까에 대한 백지 공포증도 삶의 경험치가 부족해서 오는 한계라는 것을요.무모하게 나선 여행이지만 제 방문을 나서지 못했다면  이런 경험과 생각들도 얻어오지 못했을테죠~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우연한 공간 속에서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벤트가 얼마나 될까요? 그동안 제가 너무 소극적인 인생의 범주에 살았던 건 아닌지~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되었어요..


아마! 누군가에게 선뜻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들도 없었겠죠?


먼저 손내밀기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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