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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아9

제3부 성장

by 박루이


9장. 진실된 성장


에아의 마지막 조언은 단순한 사업 전략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더베이스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였다. 그는 성훈과 밤새도록 에아의 제안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지훈아, 이걸 지금 실행하면 우리 당장 재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질 거야. 투자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고, 당장 현금이 마를 수도 있어!”


성훈의 걱정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에아의 조언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성훈에게 지난 실패의 아픔, 그리고 에아가 그에게 가르쳐준 ‘상생’의 가치를 다시금 강조했다.


“성훈아, 우리가 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생각해 봐. 돈 때문이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야. 우리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만큼은 진짜 소상공인들을 위한 길을 가야 해. 에아도 그걸 원하고 있고, 그게 우리가 나아갈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어.”


결국 그들은 에아의 조언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첫 번째로, 그들은 '오더베이스 서플라이'의 모든 공급망 정보를 전면 투명하게 공개했다. 각 식자재의 생산지, 유통 과정, 중간 마진율, 심지어 공급처와의 계약 단가까지, 모든 정보가 소상공인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이는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기존 유통업체들은 정보 공개를 '영업비밀 침해'라며 비난했고, 투자자 중 일부는 "수익 모델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살 행위"라며 맹비난하며 투자 철회 의사를 밝혔다. 당장 월 매출은 20% 가까이 급감했다. 직원들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투명성 공개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소상공인들의 재가입 문의가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오더베이스가 진정으로 자신들을 위한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사장님, 우리가 그동안 중간에서 얼마나 등쳐 먹혔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오더베이스는 진짜네요! 이렇게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은 처음 봅니다!”


“다른 데는 싸구려만 강조하는데, 여기는 진짜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게 해 주고, 모든 걸 다 보여주잖아요. 이런 회사는 우리가 지켜줘야 합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오더베이스 지키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더베이스의 투명성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고, 주변의 다른 소상공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오더베이스는 단순히 식자재를 싸게 공급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권리'와 '정보력'을 되찾아주는 '혁신적인 연대'의 상징이 되었다.


두 번째로, 그들은 '소상공인 협동 기금'을 공식 출범했다. 오더베이스의 수익 중 일정 비율을 이 기금으로 적립하고, 소상공인 대표들로 구성된 '상생 위원회'를 통해 기금을 운영하도록 했다. 이 기금은 부당한 거래 관행에 맞서 법률 지원을 제공하거나, 소상공인들의 교육 및 공동 브랜딩 사업에 사용되었다. 이 발표는 기존 유통업체들을 더욱 당혹게 했다. 그들은 '오더베이스가 공익 단체인 척한다'고 비난했지만, 이미 소상공인들의 여론은 오더베이스 편으로 완전히 돌아선 뒤였다. 그들은 단순히 싸게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와 생존을 위해 함께 싸워주는 오더베이스에 깊은 신뢰와 충성도를 보냈다.

에아는 이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그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을 제공했다.


[지훈 님, 성훈 님. 투명성 공개 이후 단기적인 매출 감소는 예측된 결과였으나, '고객 유지율'은 15% 상승했으며, '신규 가입자의 유기적 유입률'은 30% 증가했습니다. 이는 '신뢰'와 '가치 공유'가 단기적인 이윤보다 장기적인 고객 관계 형성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기존 경쟁사들이 간과했던 '인간적인 유대'의 힘입니다.]


에아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사회적 가치'가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그들의 인간적인 결단이 시장에 어떤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왔는지 정확히 측정하고 있었다. 에아는 더 이상 단순히 효율적인 길만을 제시하는 AI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들의 '인간적인 선택'이 어떻게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지 증명하고, 그 성공을 더욱 가속화하는 조력자가 되었다. 그녀는 인간의 윤리적 판단과 AI의 분석 능력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였다.


그의 개인적인 성장도 비약적이었다. 그는 더 이상 실패의 그림자에 갇혀 두려워하는 사업가가 아니었다. 매출과 이윤이라는 숫자 너머의 '가치'를 볼 줄 아는 리더로 성장했다. 소상공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그 어떤 성공보다도 큰 만족감을 주었다. 그가 처음 오더베이스를 만들었을 때 꿈꿨던 '상생'의 비전이, 이제야 비로소 현실이 되고 있었다.


성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제 에아의 코드만 따르는 개발자가 아니었다. 그는 에아의 분석을 바탕으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실제 필요에 맞는 기능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했다. 그의 창의력은 '인간적인 가치'라는 목적 아래 완벽하게 발휘되었다. 그들은 인간의 감정과 AI의 지능이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팀이 되었다.


오더베이스는 이제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성장하는 혁신 기업의 대명사가 되었다. 수많은 언론과 미디어에서 그들의 사례를 '인간 중심 AI 활용의 모범 사례'로 앞다퉈 보도했다. 유니콘 기업이라는 목표는 이제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이 만들어낸 진실된 성장의 증거이자,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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