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차 탐구: 왕의 대사로 부름 받은 사람들 (마 10:1-15)
지난 몇 주간 우리는 산에서 내려오신 예수께서 질병과 자연, 죄와 죽음까지도 다스리시는 왕의 권능을 가지셨음을 목격했습니다. 그분은 목자 없는 양같이 고생하는 무리를 보시며 깊은 긍휼을 느끼셨고,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마 9:37-38)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인 마태복음 10장에서 놀라운 전환이 일어납니다. 예수님은 기도하라고 말씀하신 직후, 바로 그 일꾼들을 친히 부르시고 파송하십니다. 왕이신 예수께서 자신이 하시던 그 사역을, 자신의 권능을,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제자들에게 위임하고 그들을 세상으로 보내시는 장면입니다. 왕의 사역이 이제 제자들의 사역으로 확장되는 순간입니다.
이 부르심은 오늘 우리를 향한 부르심이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왕의 대사로 부름 받은 우리가 무엇을 받았고,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세우십니다. 마태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록합니다 (마 10:2-4).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 같은 평범한 어부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름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세리 마태와 가나안인 시몬도 있습니다. 세리 마태는 동족의 돈을 갈취하여 로마에 바치는 민족의 반역자였습니다. 반면, ‘가나안인’으로 번역된 시몬은 로마에 대항하는 무력 독립 투쟁을 벌이던 ‘열심당원’(Zealot)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¹ 이 둘은 정치적으로 결코 한자리에 있을 수 없는, 원수와도 같은 사이였습니다.
이 명단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자의 자격은 그들의 능력이나 배경, 성품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왕의 주권적인 ‘부르심’에 있습니다. 왕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 심지어 서로 원수 같았던 사람들까지도 부르셔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시고, 그들을 통해 위대한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써 내려가십니다. 이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큰 위로와 도전을 줍니다.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이 사역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위로와,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꺼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야 한다는 도전입니다.
왕은 제자들을 부르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자신의 권능을 위임하십니다.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는 권능을 주시니라” (마 10:1). 그리고 그들을 보내시며 명령하십니다. “가면서 전파하여 말하되 천국이 가까이 왔다 하고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 (마 10:7-8).
제자들의 사역은 예수님의 사역과 정확히 동일했습니다. 그들이 전해야 할 메시지도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것이었고, 그들이 행해야 할 일도 예수님이 행하신 치유와 회복의 사역이었습니다. 여기서 핵심 원리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것입니다. 이 권능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왕이신 주님께서 은혜로 주신 선물이기에, 우리는 이 권능을 통해 어떤 대가나 이익을 구해서는 안 되며, 오직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왕은 파송된 대사들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주십니다. 처음에는 오직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 (마 10:6)고 사역의 범위를 한정하십니다. 그리고 아주 특이한 명령을 하십니다. 전도 여행을 떠나면서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마 10:9-10)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자들을 일부러 고생시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그들의 사역이 인간적인 준비나 물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보내시는 왕의 공급하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함을 가르치시는 ‘믿음의 훈련’입니다.
“이는 일꾼이 자기의 먹을 것을 받는 것이 마땅함이라” (마 10:10)는 말씀처럼,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환대를 통해 그들을 먹이시고 입히실 것입니다. 제자들은 어느 성이나 마을에 들어가거든 ‘합당한 자’를 찾아내어 그곳에 머물며 평안을 빌어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복음을 영접하지 않으면, 발의 먼지를 떨어 버리는 단호한 행동을 통해 그 심판의 책임을 그들에게 돌려야 했습니다. 왕의 메시지를 거절하는 것은 “심판 날에 소돔과 고모라 땅이 그 성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마 10:15)는 엄중한 경고를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평범하고 연약한 우리를 부르셔서, 당신의 권능을 맡기시고 세상으로 보내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능력이나 소유가 아닌, 오직 당신만을 의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부르심은 부담이 아니라 특권입니다. 왕의 대사로 살아가는 영광스러운 초대입니다. 이번 한 주, 나를 부르신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주님 한 분만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의 걸음을 내딛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각주:
¹ Craig Keener, 『A Commentary on the Gospel of Matthew』 (Eerdmans, 1999). 키너는 세리 마태와 열심당원 시몬이 제자 그룹에 함께 포함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극단적인 정치적 적대 관계가 어떻게 화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1. 묵상과 나눔을 위한 질문
예수님의 열두 제자 명단에는 서로 어울리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교회나 공동체 안에서 나와 다른 배경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말씀 앞에서, 나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재능, 시간, 사랑 등)를 다른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나누고 있습니까, 아니면 나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까?
아무것도 가지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라는 명령은 오늘 나에게 어떤 도전으로 다가옵니까? 나의 삶에서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고 있는 ‘안전장치’는 무엇인지 나누어 봅시다.
2. 적용할 내용
나와 다른 지체 섬기기: 이번 주, 공동체 안에서 나와 가장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 명을 위해 기도하고, 그에게 먼저 다가가 칭찬하거나 작은 친절을 베풀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실천하겠습니다.
거저 주는 삶 훈련하기: 내가 가진 재능이나 기술 중 하나를 정해, 이번 주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예: 아픈 사람을 위해 요리해 주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일손 돕기 등)
의지하는 대상 점검하기: 하루를 시작할 때, 돈이나 건강, 인간관계 등 내가 의지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주님, 오늘 하루 주님 한 분만 의지합니다”라고 고백하는 기도를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