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로마서 2

제2장 이방인과 유대인, 하나님의 진노 아래 서다

by 박루이


제2장 이방인과 유대인, 하나님의 진노 아래 서다 (곡 1-10 / 로마서 1-2장)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로마서를 하나의 거대한 ‘찬양집’으로 읽어내려는 시도다. 이제 우리는 그 위대한 찬양집의 첫 페이지를 연다. 모든 깊이 있는 찬양이 그러하듯, 로마서라는 노래 역시 우리가 누구이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무엇을 행하셨는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처음인 제2장은 전반부, 즉 복음이 왜 절실히 필요한지, 우리의 본래 상태가 어떠한지를 노래하는 어둡고도 장엄한 서곡에 해당한다. 바울은 먼저 로마서 전체를 아우르는 인사와 주제를 제시한 후(1-3곡), 곧바로 당대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 제국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이방 세계의 죄악(4-6곡)과 종교적 특권에 안주했던 유대 사회의 위선(7-10곡)을 차례로 고발한다. 이 정직하고도 불편한 현실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어질 복음의 빛을 더욱 간절히 사모하게 될 것이다.


제1곡.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 (로마서 1장 1-7절)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 (로마서 1장 1-7절)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

이 복음은 하나님이 선지자들을 통하여 그의 아들에 관하여 성경에 미리 약속하신 것이라

그의 아들에 관하여 말하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으니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니라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은혜와 사도의 직분을 받아 그의 이름을 위하여 모든 이방인 중에서 믿어 순종하게 하나니

너희도 그들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니라

로마에서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받고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모든 자에게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


로마서의 첫 곡은 바울 자신의 정체성, 복음의 핵심, 그리고 수신자를 향한 축복을 담은 장엄한 서곡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를 이 노래에 모두 압축한다. 그는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둘로스)’,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자’, ‘복음을 위해 택정함을 입은 자’라고 소개한다(1절). 이는 그의 모든 권위와 메시지가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왔음을 선포하는 것이다.¹ 이 복음은 구약 선지자들을 통해 약속된 것으로(2절), 그 내용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분은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신 완전한 인간이시며, ‘부활하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신’ 완전한 하나님이시다(3-4절). 바울의 사명은 모든 민족이 이분을 ‘믿어 순종하게’ 하는 것이며(5절), 로마의 성도들 역시 바로 이 부르심 안에 있다(6절). 그는 이들을 ‘성도’라 부르며, 모든 신학의 출발점이자 목적인 ‘은혜와 평강’을 기원한다(7절).


제2곡. 먼저 내가 (로마서 1장 8-12절)

먼저 내가 (로마서 1장 8-12절)

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내 하나님께 감사함은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

내가 그의 아들의 복음 안에서 내 심령으로 섬기는 하나님이 나의 증인이 되시거니와 항상 내 기도에 쉬지 않고 너희를 말하며

어떻게 하든지 이제 하나님의 뜻 안에서 너희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 얻기를 구하노라

내가 너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곧 내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와 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


서신서의 공식적인 인사를 마친 바울은, 이제 로마 성도들을 향한 자신의 개인적인 마음을 노래한다. 그의 첫 마음은 ‘감사’다(8절). 그는 자신이 직접 만나보지 못한 성도들의 믿음의 소문이 온 세상에 퍼지는 것으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의 감사는 기도로 이어진다. 그는 로마를 방문하여 그들과 교제하기를 ‘쉬지 않고’ 기도한다(9-10절). 그가 로마에 가려는 목적은, 단순히 사도로서 가르치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너희와 함께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고 말하며(12절), 사도인 자신 역시 그들의 믿음을 통해 위로받고 격려받기를 원하는 겸손하고 상호적인 관계를 소망했다.


제3곡. 형제들아 (로마서 1장 13-17절)

형제들아 (로마서 1장 13-17절)

형제들아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가고자 한 것을 너희가 모르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이는 너희 중에서도 다른 이방인 중에서와 같이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로되 지금까지 길이 막혔도다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로마에 있는 너희에게도 복음 전하기를 원하노라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바울은 로마 방문에 대한 열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밝히며, 로마서 전체의 주제를 힘차게 선포한다. 그는 모든 민족에게 ‘빚진 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다(14절). 복음이라는 선물을 거저 받았기에, 아직 복음을 받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마땅히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것이다.² 이 빚진 자의 심정이 그를 로마로 이끈다. 그는 세상의 중심 로마에서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음을 알았지만,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라고 담대하게 선포한다(16절). 왜냐하면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마서 전체의 주제가 선포된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17절).


이 노래는 앞으로 펼쳐질 모든 논증의 핵심 주제가 된다.³


제4곡. 하나님의 진노가 (로마서 1장 18-23절)

하나님의 진노가 (로마서 1장 18-23절)

하나님의 진노가 불의로 진리를 막는 사람들의 모든 경건하지 않음과 불의에 대하여 하늘로부터 나타나나니

이는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그들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

스스로 지혜 있다 하나 어리석게 되어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으로 바꾸었느니라


복음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를 노래했던 바울은, 이제 그 의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정반대의 주제, 즉 ‘하나님의 진노’를 노래한다. 하나님의 진노는 변덕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불의로 진리를 막는 사람들’의 모든 ‘경건하지 않음(하나님을 향한 죄)’과 ‘불의(사람을 향한 죄)’에 대한 하나님의 거룩하고 일관된 반대다(18절).⁴ 인간은 하나님을 몰라서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창조 세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분명히 보았음에도(19-20절),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감사하지도 않았다(21절). 이것이 모든 죄의 뿌리인 ‘예배의 실패’이다. 그 결과 그들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여기지만 어리석게 되어, 썩지 않을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피조물의 형상(우상)과 맞바꾸는 비극적인 거래를 하고 말았다(22-23절).


제5곡.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로마서 1장 24-27절)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로마서 1장 24-27절)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마음의 정욕대로 더러움에 내버려 두사 그들의 몸을 서로 욕되게 하게 하셨으니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 주는 곧 영원히 찬송할 이시로다 아멘

이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부끄러운 욕심에 내버려 두셨으니 곧 그들의 여자들도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로 쓰며

그와 같이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자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 일듯 하매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받았느니라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택한 인류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노래한다. 그 방식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내버려 두심’이다. 첫 번째로, 하나님은 그들을 ‘마음의 정욕대로 더러움에 내버려 두사 그들의 몸을 서로 욕되게 하게 하셨다’(24절). 예배의 타락이 윤리적 타락으로 직접 이어진 것이다. 두 번째로, 하나님은 그들을 ‘부끄러운 욕심에 내버려 두셨다’(26절). 바울은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동성애적 행위를 그 대표적인 예로 제시하며, 창조주를 거부한 결과 피조물로서의 자연스러운 질서마저 파괴되었음을 보여준다(26-27절).⁵ 이는 특정 죄를 지목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을 떠난 인간 사회의 총체적인 붕괴를 보여주는 징후이다.


제6곡. 또한 그들이 (로마서 1장 28-32절)

또한 그들이 (로마서 1장 28-32절)

또한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

곧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요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이 가득한 자요 수군수군하는 자요

비방하는 자요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자요 능욕하는 자요 교만한 자요 자랑하는 자요 악을 도모하는 자요 부모를 거역하는 자요

우매한 자요 배약하는 자요 무정한 자요 무자비한 자라

그들이 이같은 일을 행하는 자는 사형에 해당한다고 하나님께서 정하심을 알고도 자기들만 행할 뿐 아니라 또한 그런 일을 행하는 자들을 옳다 하느니라


진노의 세 번째 단계는 더욱 심각하다. 사람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자’, 하나님은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셨다’(28절). ‘상실한 마음(불합격 판정을 받은 마음)’은 선악을 제대로 분별하고 판단할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그 결과 온갖 불의, 추악, 탐욕, 악의, 시기, 살인, 분쟁, 사기 등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끔찍한 죄의 목록이 쏟아져 나온다(29-31절). 타락의 절정은, 자신들이 그런 일을 행할 뿐만 아니라 그런 일을 행하는 다른 사람들을 ‘옳다고 지지하는 것’이다(32절). 선악의 기준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 이것이 진노 아래 있는 인간의 마지막 모습이다.


제7곡.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로마서 2장 1-8절)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로마서 2장 1-8절)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누구를 막론하고 네가 핑계하지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

이런 일을 행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심판이 진리대로 되는 줄 우리가 아노라

이런 일을 행하는 자를 판단하고도 같은 일을 행하는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줄로 생각하느냐

혹 네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너를 인도하여 회개하게 하심을 알지 못하여 그의 인자하심과 용납하심과 길이 참으심이 풍성함을 멸시하느냐

다만 네 고집과 회개하지 아니한 마음을 따라 진노의 날 곧 하나님의 의로우신 심판이 나타나는 그 날에 임할 진노를 네게 쌓는도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그 행한 대로 보응하시되

참고 선을 행하여 영광과 존귀와 썩지 아니함을 구하는 자에게는 영생으로 하시고

오직 당을 지어 진리를 따르지 아니하고 불의를 따르는 자에게는 진노와 분노로 하시리라


지금까지의 노래를 들으며 이방인들의 타락을 향해 혀를 차던 유대인(혹은 모든 종교적 위선자)들을 향해, 바울은 갑자기 카메라를 돌려 그들을 비춘다.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네가 핑계하지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1절). 하나님의 심판은 세 가지 공의로운 원리에 따라 이루어진다. 첫째, 진리대로 이루어진다(2절). 둘째, 각 사람의 행한 대로 갚아주신다(6절). 셋째,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신다(11절, 8곡에서 이어짐). 하나님께서 심판을 유보하시는 것은 편애가 아니라, 우리를 ‘회개’로 이끄시려는 인자하심 때문이다(4절).⁶ 이 기회를 무시하고 완고한 마음을 품는 것은 스스로에게 진노를 쌓는 어리석은 행위다(5절).


제8곡. 악을 행하는 각 사람 (로마서 2장 9-16절)

악을 행하는 각 사람 (로마서 2장 9-16절)

악을 행하는 각 사람의 영에는 환난과 곤고가 있으리니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며

선을 행하는 각 사람에게는 영광과 존귀와 평강이 있으리니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라

이는 하나님께서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아니하심이라

무릇 율법 없이 범죄한 자는 또한 율법 없이 망하고 무릇 율법이 있고 범죄한 자는 율법으로 말미암아 심판을 받으리라

하나님 앞에서는 율법을 듣는 자가 의인이 아니요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하심을 얻으리니

(율법 없는 이방인이 본성으로 율법의 일을 행할 때에는 이 사람은 율법이 없어도 자기가 자기에게 율법이 되나니

이런 이들은 그 양심이 증거가 되어 그 생각들이 서로 혹은 고발하며 혹은 변명하여 그 마음에 새긴 율법의 행위를 나타내느니라)

곧 나의 복음에 이른 바와 같이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은밀한 것을 심판하시는 그 날이라


하나님의 심판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공평한지를 계속해서 노래한다. 환난과 곤고는 악을 행하는 모든 사람,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 임하고, 영광과 존귀와 평강은 선을 행하는 모든 사람,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라’고 선포한다(9-10절). 특권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심판도 상급도 유대인에게 먼저 임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11절). 유대인의 특권이었던 율법조차도 심판의 기준이 될 뿐, 구원의 보증이 되지 못한다. 율법 없이 죄를 지은 이방인은 율법 없이 망하고, 율법 아래서 죄를 지은 유대인은 율법으로 말미암아 심판을 받는다(12절). 하나님 앞에서는 율법을 듣는 자가 의인이 아니라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하심을 얻기 때문이다(13절).⁷


제9곡. 유대인이라 불리는 네가 (로마서 2장 17-24절)

유대인이라 불리는 네가 (로마서 2장 17-24절)

유대인이라 불리는 네가 율법을 의지하며 하나님을 자랑하며

율법의 교훈을 받아 하나님의 뜻을 알고 지극히 선한 것을 분간하며

맹인의 길을 인도하는 자요 어둠에 있는 자의 빛이요

율법에 있는 지식과 진리의 모본을 가진 자로서 어리석은 자의 교사요 어린 아이의 선생이라고 스스로 믿으니

그러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네가 네 자신은 가르치지 아니하느냐 도둑질하지 말라 선포하는 네가 도둑질하느냐

간음하지 말라 말하는 네가 간음하느냐 우상을 가증히 여기는 네가 신전 물건을 도둑질하느냐

율법을 자랑하는 네가 율법을 범함으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느냐

기록된 바와 같이 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는도다


바울은 유대인들이 스스로 자랑하던 특권들을 하나씩 열거하며, 그들의 삶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그들은 율법을 의지하고 하나님을 자랑하며, 스스로 세상의 빛이요 선생이라고 자부했다(17-20절). 그러나 바울은 “어찌하여 네 자신은 가르치지 아니하느냐?”고 묻는다(21절). 도둑질하지 말라면서 도둑질하고, 간음하지 말라면서 간음하는 그들의 위선적인 삶 때문에, 오히려 ‘하나님의 이름이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게’ 되었다(24절). 그들의 특권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수치거리가 되고 말았다.


제10곡. 네가 율법을 행하면 (로마서 2장 25-29절)

네가 율법을 행하면 (로마서 2장 25-29절)

네가 율법을 행하면 할례가 유익하나 만일 율법을 범하면 네 할례는 무할례가 되느니라

그런즉 무할례자가 율법의 규례를 지키면 그 무할례를 할례와 같이 여길 것이 아니냐

또한 본래 무할례자가 율법을 온전히 지키면 율법 조문과 할례를 가지고 율법을 범하는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겠느냐

무릇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요 표면적 육신의 할례가 할례가 아니니라

오직 이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며 할례는 마음에 할지니 영에 있고 율법 조문에 있지 아니한 것이라 그 칭찬이 사람에게서가 아니요 다만 하나님에게서니라


바울은 유대인의 마지막 자랑거리인 ‘할례’의 문제를 다루며 서막의 대미를 장식한다. 할례는 율법을 행할 때에만 유익하다. 만일 율법을 범하면 그 할례는 아무 소용없는 ‘무할례’가 된다(25절). 오히려 할례 받지 않은 이방인이 율법의 규정을 지키면, 그가 할례 받은 자보다 더 낫다고 평가받을 것이다(26-27절). 이 논증을 통해 바울은 로마서의 위대한 결론 중 하나에 도달한다.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요... 오직 이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며 할례는 마음에 할지니 영에 있고 율법 조문에 있지 아니한 것이라”(28-29절). 참된 신앙의 본질은 혈통이나 외적인 의식이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는 내적인 마음의 변화에 있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선언과 함께 로마서라는 거대한 찬양집의 서막(로마서 1-2장)은 마무리된다. 이방인과 유대인,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하나님의 진노 아래 놓여 있음을 확인했다. 모든 인간적인 자랑과 가능성이 무너진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 밖에서 오는 구원을 갈망하게 된다. 이제 바울은 다음 장에서 그 구원의 길이 어떻게 열리는지를 노래할 것이다.



각주

¹ 더글라스 무(Douglas J. Moo)는 ‘둘로스(δούλος)’가 ‘노예’라는 기본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구약의 ‘야훼의 종’이라는 영예로운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Douglas J. Moo, The Epistle to the Romans, NICNT (Grand Rapids: Eerdmans, 1996), 40.)

² F. F. 브루스(F. F. Bruce)는 바울의 ‘빚진 자’ 의식이 그에게 맡겨진 복음의 청지기로서의 소명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F. F. Bruce, The Epistle to the Romans, TNTC (Grand Rapids: Eerdmans, 1985), 70.)

³ 톰 라이트(N. T. Wright)는 ‘하나님의 의(δικαιοσύνη θεοῦ)’를 하나님의 속성이라기보다는,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행하시는 ‘구원 활동’으로 해석한다. (N. T. Wright, “The Letter to the Romans,” in The New Interpreter’s Bible, vol. 10 (Nashville: Abingdon Press, 2002), 423.)

⁴ 레온 모리스(Leon Morris)는 성경의 ‘하나님의 진노(οργη)’가 인간의 변덕스러운 격정과 달리, 하나님의 거룩한 본성에서 비롯된 죄에 대한 확고하고 일관된 적대감이라고 설명한다. (Leon Morris, The Apostolic Preaching of the Cross (Grand Rapids: Eerdmans, 1965), 185.)

⁵ 로버트 개그넌(Robert A. J. Gagnon)과 같은 학자들은 바울이 창세기 1-2장에 나타난 남녀의 창조 질서를 ‘순리’로 보고, 이를 벗어난 행위를 창조주를 거부한 인류의 타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후로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Robert A. J. Gagnon, The Bible and Homosexual Practice: Texts and Hermeneutics (Nashville: Abingdon Press, 2001), 254.)

⁶ C. E. B. 크랜필드(Cranfield)는 2장 4절의 하나님의 '인자하심(χρηστότης)'이 죄인을 회개로 이끌기 위한 적극적이고 선한 의지를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C. E. B. Cranfield, A Critical and Exegetical Commentary on the Epistle to the Romans, ICC (Edinburgh: T&T Clark, 1975), 140.)

⁷ 리처드 롱네커(Richard N. Longenecker)는 바울이 "율법을 듣는 것"과 "행하는 것"의 대조를 통해, 단순히 율법 지식을 소유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던 일부 유대주의자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고 본다. (Richard N. Longenecker, The Epistle to the Romans, NIGTC (Grand Rapids: Eerdmans, 2016),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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