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로마서 12

제12장 거룩한 산 제물, 새로운 삶의 원리

by 박루이


제12장 거룩한 산 제물, 새로운 삶의 원리 (곡 55-58 / 로마서 12장)


로마서 11장의 마지막은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라는 경이로운 찬양(Doxology)으로 끝났다. 인간의 모든 이성적 질문이 하나님의 신비 앞에 무릎 꿇는 그 지점에서, 신학은 찬양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위대한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그분이 베푸신 구원의 은혜를 받은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로마서 12장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바울은 1-11장까지 쌓아 올린 모든 교리적 토대 위에, 이제 성도의 새로운 삶이라는 집을 짓기 시작한다. ‘그러므로’라는 한 단어로 신학과 삶을 연결하며, 그는 우리의 일상 전체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되어야 함을 노래한다. 이 장은 추상적인 신앙이 아닌, 구체적인 삶으로 드리는 찬양의 악보와 같다.


제55곡. 그러므로 형제들아 (로마서 12장 1-2절)

https://youtu.be/57VEGF7D2vA

롬 12:1-2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11장의 모든 내용을 함축하는 “그러므로”라는 접속사와 함께, 바울은 성도의 삶의 대원칙을 선포한다.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1절).

동기: 하나님의 자비하심: 우리의 헌신은 율법의 의무나 두려움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펴본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우리를 의롭다 하시고, 거룩하게 하시며, 영화롭게 하실)에 대한 감격적인 응답이다.
요구: 너희 몸을 산 제물로 드리라: 구약의 제사는 짐승을 죽여 드리는 ‘죽은 제사’였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삶 자체, 즉 우리의 몸을 ‘살아있는 제물’로 드려야 한다. ‘몸’은 우리의 전 인격과 일상의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의 먹고 마시는 것, 일하는 것, 관계 맺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물이 되어야 한다는 혁명적인 선언이다.¹
본질: 영적 예배: 이러한 삶의 헌신이야말로 우리가 마땅히 드려야 할 ‘합당한(rational) 예배’다. 예배는 더 이상 성전의 특정 공간이나 정해진 의식에 갇히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삶의 예배는 어떻게 가능한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2절). 세상의 가치관과 방식을 따르는 ‘동화(conformation)’를 거부하고, 성령 안에서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변화(transformation)’를 받아야 한다.² 이 내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산 제물’의 삶을 살 수 있다.


제56곡. 내게 주신 은혜로 (로마서 12장 3-8절)

https://youtu.be/i_zKhVaWwag

롬 12:3-8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너희 각 사람에게 말하노니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니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혹 예언이면 믿음의 분수대로,

혹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로, 혹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일로,

혹 위로하는 자면 위로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


삶의 예배라는 대원칙을 선포한 바울은, 이제 그 예배가 드려지는 첫 번째 무대인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삶을 노래한다. 그 시작은 ‘겸손’이다.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3절).

바울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한 몸’에 비유한다. 한 몸에 많은 지체가 있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 많은 사람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다(4-5절). 이 비유는 교회의 두 가지 본질, 즉 ‘통일성’‘다양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예언, 섬김, 가르침, 위로, 구제, 다스림, 긍휼 베풂 등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다양한 ‘은사’가 있다(6-8절). 이 은사들은 우열을 가리거나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사용하여 몸 된 교회를 세우기 위한 것이다.³ 겸손한 자기 인식과 은사에 따른 성실한 섬김, 이것이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드리는 영적 예배의 모습이다.


제57곡. 사랑에는 거짓이 없나니 (로마서 12장 9-16절)

https://youtu.be/RnD0Tbm7P5k

롬 12:9-16

사랑에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

소망 중에 즐거워하며 환난 중에 참으며 기도에 항상 힘쓰며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


바울의 노래는 이제 교회 안팎에서 성도들이 보여야 할 구체적인 삶의 열매들로 이어진다. 마치 진주 목걸이처럼 아름다운 권면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모든 권면의 중심에는 ‘거짓이 없는 사랑’이 있다(9절).

기본 자세: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며, 형제를 사랑하고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 하라(9-10절).
신앙 생활: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며, 소망 중에 즐거워하고 환난 중에 참으며 기도에 항상 힘쓰라(11-12절).
공동체 생활: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13절).
관계의 태도: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며,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14-15절).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겸손하게 행하고 스스로 지혜 있는 체하지 말라(16절).

이 노래는 감상적인 사랑이 아닌, 의지적인 결단과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사랑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준다.


제58곡. 아무에게도 (로마서 12장 17-21절)

https://youtu.be/oeVd-phFSP4

롬 12:17-21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마지막으로 바울은 성도의 삶에서 가장 도전적인 부분, 즉 우리를 대적하는 원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노래한다. 그 원리는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것이다.

복수 금지: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17절). 가능한 한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18절).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고 명령한다(19절).⁴
적극적인 선행: 소극적으로 악을 행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선을 베풀라고 노래한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20절). ‘숯불을 머리에 쌓는다’는 것은 복수의 의미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친절과 사랑을 통해 상대방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회개하도록 이끄는 것을 의미한다.⁵

이것이 복음의 능력이다. 악을 악으로 갚는 세상의 방식에 굴복하지 않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경험한 자들이 세상에 부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랑의 노래다.


각주

¹ 제임스 던(James D. G. Dunn)은 바울이 사용한 ‘몸(σῶμα)’이라는 단어가 헬라 철학처럼 영혼과 분리된 육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와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 전체를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몸을 드린다’는 것은 우리의 삶 전체를 헌신한다는 의미다. (James D. G. Dunn, Romans 9-16, WBC 38B (Dallas: Word Books, 1988), 711.)

² 리처드 롱네커(Richard N. Longenecker)는 ‘이 세대(τῷ αἰῶνι τούτῳ)’와 ‘변화(μεταμορφοῦσθε)’의 대조를 강조한다. ‘이 세대’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현 세상의 질서와 가치 체계를 의미하며, ‘변화(메타모르푸시스)’는 내적인 본질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Richard N. Longenecker, The Epistle to the Romans, NIGTC (Grand Rapids: Eerdmans, 2016), 884-885.)

³ 더글라스 무(Douglas J. Moo)는 6-8절에 나열된 은사들이 포괄적인 목록이 아니라 예시적인 목록임을 지적한다. 바울의 핵심은 은사의 종류가 아니라, 각 지체가 자신의 은사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성실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Douglas J. Moo, The Epistle to the Romans, NICNT (Grand Rapids: Eerdmans, 1996), 768.)

⁴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는 것은 복수를 포기하는 소극적인 행위를 넘어, 최종적인 심판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는 적극적인 믿음의 행위다. 이는 신명기 32장 35절(“그들이 실족할 그 때에 내가 보복하리라”)을 인용한 것이다.

⁵ ‘숯불을 그 머리에 쌓는다’(잠 25:21-22 인용)는 표현에 대해 C. E. B. 크랜필드(Cranfield)는 고대 이집트의 회개 의식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이 뜨거운 숯이 담긴 화로를 머리에 이고 자신의 부끄러움을 표현했던 것처럼, 우리의 선행이 원수의 마음을 녹여 회개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C. E. B. Cranfield, A Critical and Exegetical Commentary on the Epistle to the Romans, ICC (Edinburgh: T&T Clark, 1979), 647-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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