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리코타치즈
입이 심심할 참이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 고단했다. 하지만, 내가 수고한 만큼, 늘 그렇듯,누군가의 칭찬을 받을만한 티도 나지 않는다. 추석명절이 다가오니, 올해 결혼한 동생부부가 올 것이고, 결혼하고 처음 맞는 막내사위 생일상에 유난히 호들갑스러운 친정엄마는 호사스러운 명절밥상을 기대하실 터이다. 친정살이, 10년을 훌쩍 넘기는 세월이다. 딸인지? 며느리인지? 셋방살이 세입자인지? 나와 엄마의 정체성은 서로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일곱 사람이 살다 보니, 나 혼자 주부로서, 하나하나를 케어하는 역할은, 티는 나지 않아도, 꽤 분주하고 까탈스럽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여섯 명을 챙기다 보면, 나머지 한 명인 나는 없다. 내가 좀 쉬려면, 나는 없는 편이 낫다. 밥숟가락 여섯 벌 놓고, 밥 여섯 공기 담고, 국 담고 반찬 놓고 하다 보면 그래도 일곱 명 보단 여섯 명이 수월하다. 막내하교는 늘 궁금하다.
“나는 엄마랑 같이 밥 먹은 적은 없는 것 같아!
“아들~ 밥 먹어! 엄마는 이따 혼자 먹는 게 좋아!
뻔하다. 여섯 명 사이에, 비집고 끼어 앉아봤자, 서너 번, 아니 여일곱 번은 나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할 터이다. 국을 더 떠줘야 할 남편, 중간에 물이라도 쏟을 막내, 찬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이 필요한 엄마… 그냥 여섯 명의 식사가 끝나고, 온전히 혼자인 나의 밥상이 편하다. 아마도, 그 식탁의 메인반찬은 소스와 곁들여 물컹익어버린 야채쪼가리들뿐일지언정, 식은 국에는 건더기는 없을지언정 그냥 내 밥에 집중할 수 있는, 혼밥이 어느 순간부터는 작은 쉼이다. 마주 앉아 주고받는 대화도 나에겐 내 가감당해야 할 고객서비스처럼 고단하다.
20년을 고객만족서비스 업종 주부에 몸담다 보니, 이렇듯 나는 없는 편이 편하다.
그런데, 오늘밤 아무도 없는 거실, 홈쇼핑도 마감한 시간, 식탁 위에 선물 받은 샤인머스캣이 탐스럽다. 분명, 내일 막둥이 하교가 찾을터인데, 그냥 두자! 싶다가, 입안에 침이 고인다.
나를 위해, 샤인머스캣 한송이 알알이 닦았다. 닦는 내내도 이것을 온전히 다 먹을지, 두 알만 먹을까, 반만 먹고, 내일 하교 먹일까? 자꾸만 고객서비스를 위해, 나를 작게 만드는 중이다.
우선 소파테이블에 샤인머스캣 을 놓고 보니, 그 위에 고소하고 혀에 감칠맛을 줄 리코타치즈가 떠오른다. 마침, 냉장고에 있다. 얼른 가져와보니, 나 왜 설레니? 그냥 설렌다. 이 순간 내가 멋있다. 맨해튼 낡은 아파트, 바삐 하루일과를 마친 커리어 우먼이, 와인 한잔에 재즈라도 틀어놓고, 조명은 작은 스탠드 하나정도 틀어놓을 법한 감성이 왜 느껴지는지?
나는 지금 겨우, 샤인머스캣 한 알에, 리코타치즈 듬뿍 올려놓고, 입에 넣을 참 일 뿐인데 말이다.
밤 12시 39분 에서 1시로 넘어가는 쯔음, 샤인머스캣한알에 리코타치즈 올려먹는 여자의 사치스러움은 온전한 나를 위해 연주되는 재즈 같다.
그래서, 한송이 다 연주했다. 미련 없이 for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