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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 Nov 16. 2020

꼰대는 무엇으로 사는가

꼰대: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최근에는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어원에 대해서는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와 프랑스어 ‘콩테(Comte)’에서 유래됐다는 주장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나는 어린 시절부터 형식적인,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정말 싫어했다. 그런 내가 의전의 끝판왕인 직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나는 또한 누구보다 겁도 많아서 그런 걸까.


회의 준비를 마치고 삼십분을 오매불망 서있었다. 그 와중 내 신발을 지적하는 비서의 고자질을 상사를 통해 들었고, 신발이 그렇게 중요한 부분인지 미처 몰라 당황스러웠다. 성인이면 고자질이 아닌 직접 당사자에게 귀띔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한편으로는 젊은 비서분이 벌써 그런 사고를 가졌다는 게 오히려 안타까웠다. 신발이 이것밖에 없냐며 갈아신고 오라는 상사의 말에,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회의때문이라도 자리를 지켜야했다.


도대체 왜 갈아 신어야만 하는지, 남의 인상착의를 지시하려면 이유라도 말해줘야하는 거 아닌지. 자신의 생각이 옳고 다 알고 있다고 지레짐작하는 것도 지나친 오만이 아닐까. 누구나 옷차림이 똑같을 필요가 일하는 것과 상관이 있을까.


시간을 지키지 않는 그분 탓인지, 전부 신발을 잘못 신은 내 탓인지, 구두를 신으면 아픈 내 발 탓인지, 눈치보며 고자질을 하게 학습된 비서 탓인지, 그걸 듣고 나무란 상사 탓인지, 그렇게 형성된 이 사회 구조 탓인지.


정말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 모르겠다. 이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나 또한 이런 일들을 겪으며 꼰대가 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꼰대는 무엇으로 사는가. 특권의식? 칭찬? 희열? 안도감? 자존심? 밥?



나는 꼰대를 이렇게 정의해본다.

약자에게 무례한 것을 당연시하는 사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중간을 지키기 위해, 직장 외에도 관심을 두고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매일 나 자신부터 다독이고 반성하며 정신줄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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