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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 Oct 28. 2021

장조림

집밥을 생각하면 한 가지씩은 '추억의 음식'이 어렴풋 떠오를 것이다. 나에게도 소울푸드라고 할 만한 음식이 여러 개 있지만, 그중 '장조림'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장조림의 종류도 참 다양한데, 반드시 따뜻하고 고소한 '소고기 메추리알 장조림'이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소고기, 메추리알, 꽈리고추, 마늘이 들어간 장조림을 종종 해주셨는데, 엄마가 장조림을 만들고 있을 때 옆에서 한 개씩 까먹었던 메추리알은 얼마나 고소했던지, 그 맛이 기억이 날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급식이 안 나오는 주말 야자 때는 도시락으로 장조림을 먹고, 대학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부터는 택배로 장조림을 받고, 전화로는 집으로 장조림 먹으러 오라는 말을 듣고, 뭐가 제일 먹고 싶냐 물었을 땐 망설임 없이 "장조림!"이라고 말한다.


나는 장조림을 갓 지은 따끈한 밥에 비벼먹는 걸 좋아했다. 거기에 전라도식 묵은지나 빨간 채지가 같이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행복한 한 끼다. 우울하거나 슬플 때도 고소한 장조림 한 입이면 금방 기분이 누그러지고 마음이 따뜻해져 버린다.


엄마의 장조림을 먹고 자란 나는, 모든 장조림이 다 이렇게 생긴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급식이나 학식이나 식당에서도 반찬으로 소고기 메추리알 장조림이 흔한 것이 아니었고, 내 입맛에 딱 맞게 달지 않고 살짝 매콤하고 곧 부서질 듯한 부드러운 장조림은 더욱 드물었다. 돼지고기 장조림, 계란 장조림, 탱탱하고 차가운 장조림.. 이런 장조림들은 아직도 낯설다.


혼자 살게 되면서 나도 장조림을 만들어 봤는데, 엄마의 어깨너머로 보고 들은 덕에 얼추 비슷한 맛을 내기는 한다. 하지만 역시 장조림은 누군가의 정성으로 만들어준 걸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장조림은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메추리알을 삶고, 까고, 고기를 볶고, 간장에 끓여내 간을 맞추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이 음식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도 같이 담긴다. 장조림 한 그릇이 만들어지는 데 드는 수고와 정성을 알기에, 더욱 소중해지는 한 입이다.


아무튼,  엄마 장조림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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