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밖으로 나갔다. 물론 매일 출근을 하러 밖에 나가지만, 내 마음대로 외출은 일상의 바깥이다. 오랜만에 빛도 쬐고 바람도 느끼며 답답함을 훌훌 털어버릴 심산이었다.
목적지는 곤지암. 화담숲이 있는 곳이었다. 유명한 곳이라는데, 나는 작년에 처음 들어보고 올해 단풍이 들면 가야지 벼르고 있던 터라,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하고 날씨가 좋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어제 급한 업무를 끝내서 오늘 쉴 수가 있었고, 날씨도 나쁘지 않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화담숲으로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유독 차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이렇게 놀러 다니는 사람이 많을까 싶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평일이라 그래도 덜 붐비지 않을까 싶었던 나의 착각은 곧바로 깨졌다. 꼭 타봐야 한다던 모노레일은 한 시간 뒤에나 탈 수 있었고, 어딜 가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날씨도 걸어 다니기에 그리 춥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리막길로만 내려오다 보니 점점 추워져서 몸이 급 피곤해졌다.
화담숲은 생각보다 컸고, 꾸며져 있었고, 복잡했다. 그에 비해 자연을 느끼고 힐링하기에는 나에게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물론 정성스레 이곳저곳 잘 가꾸어져 있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지나치게 움직임과 소리가 많았다. 그래서 차라리 가을이 아닌 계절에 오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는 고요한 시간과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지친 몸을 차 한잔으로 데운 후, 나의 텃밭이 있는 양평으로 달려갔다. 익숙한 길이 보이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색색깔의 나지막한 산 풍경들이 오히려 더 반짝이며 예뻐 보였다. 그리고 도착한 텃밭에는 평일이라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흙냄새가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난 초록 빛깔의 배추들이 쑤욱 커져있었고, 서리 맞은 잡초들이 추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져 있었다.
텃밭에 오면 계절이 참 잘 느껴진다. '올해도 이만큼이나 지나갔구나, 앞으로는 어느 정도 남았구나' 등등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제 마지막 배추까지 모두 베어 김장을 담그면, 그러면 올해의 할 일이 모두 끝이 나고, 또 내년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