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해 동안 총 61권의 책을 읽었다.
비록 100권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틈틈이 읽는 습관은 확실히 생겼다.
기존 독후감과 다시 책을 보면서 한 줄 서평을 정리했다.
추천하고 싶은 책에는 ★을 표시했다.
천 개의 파랑(천선란)
: 2035년 로봇이 우리의 친구가 된다. 다소 많이 다뤄진 소재를 이렇게 따뜻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서로의 몫을 나눠가지는 공존이 아닌, 서로가 얽혀 하나가 되는 융합의 공존을 해결로 제시한다. 로봇인지, 인간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 쓰고 달리는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달리기와 글쓰기가 아닐까. 고도의 성실함을 무장한 작가의 삶은 이렇게나 명료하다. 달리는 행위에 대한 작가의 철학, 성공과 실패담이 담긴 가벼운 에세이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
: 윤여정부터 99세 철학자 김형석까지 평균나이 72세. 우리 사회 진정한 멘토를 만나서 나눈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힘내고, 부딪히고 싸우라는 말보다는 너무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회의 쓴 맛을 느껴본 이들이 하기에 설득력 있다. 이들의 말 뿐 아니라 김지수 기자의 인턴뷰 스킬과 따스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문장을 맛볼 수 있다,
따뜻한 냉정(박주경)
: 절망이 있으면 희망도 있다. 온도가 지나치게 낮은 곳도 점차 따뜻해질 수 있다. 작가는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만, 더 나은 따뜻한 곳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위대한 상인의 비밀(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으로부터 부자가 되는 방법을 얻기 위한 여정을 담은 책. 결론은 그 과정에 비해 허무하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항상 웃어야 하며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소 당위적인 해결책이기에. 쉽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걸까. 일단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김영민)
: 아침에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죽음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성심껏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 닥치지 않았다면 살아볼 만한 하루가 될 수 있다. 인터뷰, 평론 등 다양한 글이 굵직한 주제로 엮여있는 책이다.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 유약한 개인을 억누르는 사회의 수레바퀴는 무엇일까. 정해진대로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는 한스는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방황한다. 끝끝내 진정한 자유를 만지지 못한 채로 무너지는 한스의 삶을 보면서 스스로를 억누르는 수레바퀴는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된다.
생각수업(박웅현 외 8명)
: 총 9장으로 구성된 '생각 설명서'다. 무엇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광고 대명사 박웅현, 지금은 철저하게 진보를 비판하는 진보 논객 진중권 등 다양한 명사들이 실제 컨퍼런스에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어따ᅠ갛게 살 것인지를 철학, 명리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이성규)
: 뉴스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건 공익이라는 책무를 진 언론이다. 뉴스 지면 구독의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저널리즘의 시대가 피어났다. 어떻게 뉴스를 판매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수익 모델에 대한 사투가 담겼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 감히 요약하기 어려운 방대한, 인류에 관한 책이다. 단순히 신체적 특징으로만 인류의 발전을 논하지 않고, 인류의 사고가 어따ᅠ갛게 구성되며 사회는 어따ᅠ간 형태가 되는지를 서술한다. 꼼꼼한 자료조사가 바탕이 되는 책은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행복의 기원(서은국)
: 인간은 새로운 것에 놀랍도록 빨리 적응한다. 그 덕분에 좌절과 시련을 겪고도 다시 일어서지만 기쁨도 시간에 의해 퇴색된다. 작가는 행복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언컨택트(김용섭)
: 코로나로 뒤바뀐 사회의 단면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우리가 이미 몸소 체험하고 있기에 무릎을 칠만한 새로운 사실이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단순히 마스크를 벗고싶다는 욕망을 너머 사회 구성원이 다같이 고민하고 걱정해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사랑과 가장 먼 단어(박가람, 이진슬)
: 오감을 저릿하게 만드는 표현의 예술이다. 글과 그림이 얽혀서 사랑과 가장 먼 단어, 고통 혹은 좌절들과 같은 뾰족한 주제를 이룬다. 독립서점에서 발견한 보물. 진지한 듯 아픈 산문집이다.
취미 걱정(정수윤)
: 걱정이라는 말과 다르게 굉장히 유쾌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진지하게 괴한을 물리치는 법 등 우리가 일상에서 아주 사소하게 고민하고 넘어가는 지점을 진지하게 다룬다. 그래서 해학적이다. 걱정 많은 사람들은 깔깔대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책.
종이 동물원(켄 리우)
: 중국에서 태어나 12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고스란히 담긴 책. SF 소설임에도 각 장에서 각기 다른 인문학적 고민이 묻어난다. 단순히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쓸만한 인간(박정민)
: 책방 주인이자, 배우이자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박정민의 에세이. 자조적인 어투가 어딘가 애처로우면서도 사뭇 당당해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자칭 ‘찌질한’ 인간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재연할 수조차도 없는 유년시절을 기억하는가. 아이들을 마주하며, 아이들의 시선에서 어른들은 생각할 수 없는 대단한 순수함과 통찰력이 돋보인다. 한편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작가의 고민 또한 엿볼 수 있다.
동급생(프레드 올만)
: 비극의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정작 개인의 삶은 어떤 양상이었을지 상상해보곤 한다. 1930년 나치가 독일을 점차 지배할 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소년들의 우정은 어떻게 변할까.
비행운(김애란)★
: “비행운(飛行雲): 차고 습한 대기 속을 나는 비행기의 자취를 따라 생기는 구름.” 높이 날기를 갈망하지만 실상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건 비행운(飛行雲)보다는 행운의 반대말, 비행운(非幸運)일지도 모른다. 총 8편의 단편 소설은 행복을 갈망하는 주체의 불운을 아주 깊게 파헤치고 있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장기하)
: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말. 좋게 되는 나쁘게 되든 그 일이 나한테 미칠 영향이 따져보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유명가수이자 지독한 현실회의주의자인 작가 장기하의 적극적 무심함에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된다. ‘정말 상관없는 거 아닌가...’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 1권(도스토옙스키)★
: 19세기 후반 러시아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그의 세 아들, 드미트리와 이반, 알렉세이 세 아들들을 중심으로 부자(父子)와 형제들간의 미묘한 긴장 관계를 그리고 있다. 신과 종교,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이 그려지는 명작 중 명작.
가난의 문법(소준철)
: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사람들.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동을 영위하지만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이들이 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다. 이들의 삶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 어떻게 가난이 되풀이되는지 문법적 속성을 낱낱이 드러내는 책이다. 연민을 넘어 필요한 건 제도적 변화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앤드루 포터)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생각나는 책. 10편의 단편들로 이뤄져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사랑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사회적 시선 안에서 진정한 사랑을 좇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 시대가 한정하는 여성의 공간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한다. 작가가 옥스퍼드 강연을 엮어 낸 책이다. 작가의 시선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도 성(性)에 대한 생각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1920년대의 이야기가 지금에도 적용된다면 우리는 얼마큼 나아온 걸까.
달과 6펜스(윌리엄 서머셋 모옴)★
: 이상이 현실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면 인간은 이상을 좇기 쉽다. 하지만 이상이 현실보다 더 극악의 상황을 견뎌야 하는 것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현실의 부와 명예를 버리고 그림을 좇는 스트릭랜드가 맞이하게 되는 운명의 장면들을 그려냈다. 화가 고갱을 모델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 험난한 바다를 맞닥친 노인. 그리고 노인을 돌보며 위로가 되는 존재 소년. 두 관계에 주목해서 읽어보자. 개인이 험난한 삶에 어따ᅠ간 태도로 맞서 싸워야 하는지 뿐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의 심각한 세대 문제까지도 고민할 수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 외국 소설로 오해할 법한 제목의 책. 하지만 지극히 한국 사회의 평범한 사람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소설 속 인물들의 사연으로 풀어냈다. 꿈이라는 과학적이고도 환상적인 소재로 풀어냈기에 가벼우면서도 신비롭다. 현실 동화라는 장르에 딱 알맞는 책이 아닐까.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 한국만큼이나 부의 불평등의 지평이 넓은 미국의 부조리한 모습을 꼬집은 책. 사회를 공부하는 학도라면 한 번쯤 읽어볼 법 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오해받고 있는 ‘공정’의 모습은 무엇인가. 공정 논의로 얼룩진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부터의 세계(안희경, 제러미 리프킨)
: 코로나19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지만, 누군가에겐 ‘돈’으로 해결할 수 있기도 하고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 그만큼 코로나 이후 일상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균열의 틈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가 서서히 다가오고 순식간에 세상을 덮치면서 변화한 과정과 추후 모습을 논의하는 책. 지금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