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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은 Jan 06. 2022

2021년 독서정산 (2)


느리고 불편하고 심심한 나라(권태호)

: 한겨레 권태호 기자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지면에 연재한 칼럼과 그밖의 글을 엮어 만든 책이다. 사회에 대한 날카롭고 따뜻한 시선이 공존한다. 느리고 불편하고, 심심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한국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후퇴(?)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정민지)★

: 이 역시 사회 문제를 두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한 기자가 쓴 에세이다. 비교적 가볍고 정치적이지 않아서 취향이 타지 않는 책. 불편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척해야 하고. 슬프지만 슬픈 척 할 수 없는 직업의 세계를 보여준다.


좋은 기사를 위한 문학적 글쓰기(박래부)

: 적당히 긴장감 있고, 흥미로운 기사를 쓰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다소 당위적인 얘기들로 뒤섞여 있는 여느 원론서보다 깔끔하고 재밌다. 기사 뿐 아니라 좋은 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가볍게 읽어볼 법 하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마르그리트 뒤라스)

: 창작하는 사람의 고뇌가 느껴진다. 그리고 좌절스러우면서도 지독한 고독이 영감의 원천이라는 아이러니에서 비롯된 광기조차 또 하나의 창작이 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에세이지만 철학책만큼이나 심오하고 어둡다.


엄마의 말뚝(박완서)★

: 딸의 시선에서 '엄마'라는 한 주체의 역사의 소환된다. 소설에서 고난과 가난을 이기기 위한 '신여성'이라는 기준은 딸의 세계에서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엄마의 기준, 말뚝으로만 존재한다.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 인간적이지 않은 것들이 인간적인 세계.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정상의 범주라는 것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책의 묘사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있지만, 누구나 한번쯤 다른 문명에 대해 가져볼 법한 생각일 수도 있겠다 느꼈다.


고통 없는 사회(한병철)

: 고통 없는 사회는 긍정적이지 않으며, 수많은 모순을 안고 있음을 얘기한다. 너무도 쉽게 무언가가 자행된다는 것. 갈등과 투쟁 그에 수반되는 고통이 없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고통을 긍정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부터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경제 인문사회연구회)

: 담론의 공정과 현실의 공정을 좁히기 위한 책. 통계 수치를 통해 한국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한지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한국에서 공정이란 무엇인가(사회통합위원회)

: 무려 2012년에 나온 공정 관련 서적.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불공정에 분노하다가도, 해법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귀가 솔깃하다.


거울보는 남자(김경욱)

: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주지 않는 소설이다. 지우, 죽은 남편 정규민 그리고 정규민의 얼굴을 가진 유영필. 세 사람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전개 속 외면과 내면 중 어떤 모습이 우리에게 더 중요할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의 공간(최장집)

: 이념적 정치를 넘어서 한국 사회에 다양한 분열에 있어 공간을 마련하는 데 정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다소 어렵지만 정치의 본령을 다양한 사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칵테일, 러브, 좀비(조예은)★

: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 다소 기괴하기도 현실적이기도 한 각 단편 소설들은 공통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작중 인물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중에서 특히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끝까지 읽었을 때, 전율이 느껴진다.


센서티브(일자 샌드)

: 제목 그대로 예민함에 대한 책. 각자의 예민함은 다르길 마련이지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예민함 한 톨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야 비로소 단점으로 보일 수 있는 특징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그 대상이 예민한 성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책이다.


아무튼 달리기(김상민)

: 5000km를 넘게 달리고, 6개 도시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작가의 러너로서의 시작은 소박했다. 무언가 잊기 위해 뛰는 절박한 사람이 일궈낸 아름다운 도전을 보면 당장 운동화를 신고 뛰쳐나갈 수밖에 없다.


무의미의 축제(밀란 쿤데라)

: 도무지 이어지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책 제목과도 같은 '무의미의 축제'다.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은 우리가 일상에서 전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배꼽이나, 칸트가 살았던 칼라닌그라드라는 도시명의 근원, 파키스탄인이 아니라는 것을 들키면 안되는 칼리방의 의도된 연극 등에 초점이 맞춰있다. 어느새 이런 존재들을 깊이 생각하고 음미하게 되는 것은 무의미를 사랑하는 일에 대한 '도달'이 아닐까.


죽은 자의 집청소(김완)★

: 특수직업청소부. 이름부터 생소한 작가의 직업은 죽은 자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이다. 직업에 대한 편견과 현실. 그리고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작가의 회의적이고도, 비판적인 시선이 담긴 책이다. 죽음조차 불평등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려낸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유)

: 이주 아동들의 사례를 모은 책. 이주 아동들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지만, 지워져야 하거나 지워진채로 살아간다. 단순히 아픔에 공감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줘서 우리가 임의로 이들을 지워낼 수 없음을 얘기하고 있다. 


자기결정(파스칼 메르시어)

: 어떤 힘이 나를 조종하는지 알 수 없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좋은 결정과 나쁜 결정은 없다. 오직 내 힘으로 내린 결정인지 아닌지로 나뉠 뿐. 정말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김초엽)★

: 7편의 SF 단편 소설들로 이뤄져 있다. 신박한 배경 설정과 따뜻한 메시지, 그리고 삶을 고민하는 존재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적절하게 어울려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는지, 미래를 가정한 소설에서 답을 풀어볼 수 있다.


저널리즘 기본원칙(빌 코바치, 톰 로젠스틸)

: 저널리즘에서 중요한 원칙들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냈다. 당위적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저널리즘 관련 도서의 표본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마이클 셀런버거)

: 탈원전 등 지구를 위해서 행해지는 일련의 환경보호 정책들은 사실 지구를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파격적인 논조와 나름의 근거들로 환경 정책들을 조목조목 비판한 책. 정답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장면들(손석희)★

: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저널리즘 원칙은 ‘어젠다키핑’이다. 20년 가까이 뉴스 현장에 있으면서 겪은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몇 가지를 꼽아 아주 상세하게 그 장면들을 묘사한다. 극도로 객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주관이 개입된 뉴스의 재해석본.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존 버거)

: 우리 일상 안에 부여된 존재들 외에도 이 세상에는 관심을 주고, 소중히 해야할 대상이 많다. 잔인한 인간의 욕망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들. 그와는 무관한 작고 작은 존재들은 고통받는다. 우리의 시선은 조금 더 넓어져야 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양귀자)★

: 90년대에 나온 책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강민주라는 여성 인물을 내세워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당시에 금지된 욕망을 아주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실행하는 주인공의 ‘우리’안에서 세 사람의 운명은 뒤바뀐다.


법의 균형(최승필)

: 법은 정치인이 만들지 않는다. 법을 통해서 이익을 얻고 싶은 사람들이 법을 만든다. 그 이익이 모두를 위한다면 좋겠지만, 이기적 인간들이 제도적으로 이익을 사유화할 때 법은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가 된다. 그렇기에 법의 균형을 따지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 사회경제학에서 흔히 가지고 있는 23가지 편견과 이를 이론과 현실에 적용해 풀어나가는 책.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현실 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김영민)★

: 이름처럼 영민하다. 이전까지 내왔던 책들에 비해서는 무거운 정치적 논조를 보여주는 책이다. 정치란 모든 것이면서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있는 아주 사소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니콜라스 쿡)

: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음악 거장들조차 피해갈 수 없는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만과 편견들을 다뤘다. 다소 내용은 어렵지만, 음악이라는 분야의 거대한 맥락과 흐름을 읽어내고 있다.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이 있다(노라 에프론)★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감독 노라 에프론의 에세이. 지독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고, 나이가 들면서 기억의 공간은 점점 적어지고 있지만. 그녀에게 여전히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애착이 담겼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 익숙한 듯 자유로운 연애를 해온 폴과 로제. 그들 사이에 나타난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시몽.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를 그렸다. 익숙함, 뜨거움, 집착... 사랑한다는 감정을 여러 각도에서 풀어낸 소설.


명리심리학(양창순)

: 정신의학과 의사가 명리학을 배운다면? 사주팔자를 토대로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인간도 꽃처럼 때가 있다. 인생이 어렵게만 풀린다고 느껴질 때 읽어볼만 하다.


혼자가는 먼 집(허수경)

: ‘나는 비애로 가는 차 그러나 나아감을 믿는 바퀴’ 시집에 서평을 달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물음표를 가득 들고 책장을 넘기면서도 한 문장을 건졌다면, 그걸로 된 거다. 알 수 없는 말이, 이해조차 되지 않는 말이 날 울릴 때가 있다.





취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책도 있었고,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책도 있었다.

그럼에도 좋은 책과 나쁜 책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내년에 더 열심히 깊게 읽어야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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