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와 재활용 버리기는 왜 남편의 몫인가

비혼주의자 말고 결혼주의자

by 홍은채


출처 pinterest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음식쓰레기는 24시간 오픈)


너무 막무가내로 제대로 분리 없이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비아저씨께서 일부 검사를 해주시면서

그렇게 버리는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아침 9시 30분부터 1시간, 저녁 8시 30분부터 1시간.

그때의 풍경이 잠 장관이다.


마치 남편들의 정모타임인가 하며 우스갯소리를 하게 될 만큼, 하나둘씩 쓰레기를 들고 나오는 남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한아름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쓰레기를 들고 묵묵히 분리수거를 하고 뚜껑을 열어 잔반을 탁탁 비우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오래전에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결혼 전에 남편과 약속했었어. 음식쓰레기는 무조건 버려주기로."

처음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쓰레기 버려준다는 약속이 결혼서약만큼이나 중요한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 집 역시 쓰레기 담당은 남편이었는데

어쩌다 마주친 이웃 동생이 "언니~ 너무 부러워요. 우리 신랑은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거 너무 싫어하는데......"라는 말을 했었다.


당시에는 '아, 우리 남편이 참 자상하구나. 그래, 궂은일은 남편이 해주면 참 고맙지.'라며 으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후로 남편이 12시간 근무를 하게 되었고, 그게 하필 쓰레기 버리는 시간을 다 피하는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쓰레기 정모에는 내가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많은 생각이 스쳤다.



왜 남자는 꼭 쓰레기 담당이어야 하는가. 모두 남자에게 궂은일을 기대하는 건가.

왜 그 일을 해주지 않으면 서운해야 하는가.



지금은 남편이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겨서 일부러라도 본인이 쓰레기를 버리러 '정모'에 나가지만,

되도록 나는 그때마다 그 가장 냄새나는 '음쓰'는 내가 함께 챙긴다.

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남편이 혹여나 '음쓰'를 버리고 와준다면, 무지하게 고맙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고.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

내가 더럽다 여기는 일은 그에게도 더러운 일이다.


대접받음이 목적이 아닌, 서로 배려하며 사는 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다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화해, 받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에 대한 감사의 표현.



아침 일찍 음쓰를 버려보면 알게 된다.

매일 바닥을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처럼 궂은 그 일이 되려 얼마나 큰 상쾌함을 가져다주는지.

그래서 나는 요즘도 가끔, 남편이 잠든 새벽 아침 일찍 음쓰를 버리러 나가곤 한다.


때론 그런 게 작은 선물처럼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keyword
이전 17화남편의 취미는 먹태깡과 점보도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