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는 부부관계의 참고서 같은 것.

비혼주의 말고 결혼주의자

by 홍은채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드라마를 잘 안 본다. 긴 호흡을 가져가는 게 어느 순간 어려워졌고, 챙겨서 봐야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 내가 로맨스 드라마를 언급하는 이유는 드라마가 마법을 푸는 열쇠같은 역할을한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 이후, 나의 첫 로맨스는 둘째 낳고 조리원에서 보던 '태양의 후예'였는데, 당시 나 말고도 많은 아줌마들이 송중기에 열광했었고, 지금 생각하면 조금 느끼한 대사에 그녀들의 마음은 실시간으로 녹았던 것같다.


비슷한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학창시절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서 박신양 배우가 '애기야 가자!'라는 귀여우면서 터프한 멘트를 날린 적이 있었는데, 이후 아주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드라마가 주는 힘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자면, 감정의 소환이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애할 때 우리가 느꼈던 감정, 썸 탈 때의 느낌, 우리 다투던 날, 누군가와 헤어지던 그때......’



이 모든 것이 로맨스 드라마에 적절히 잘 표현되어 있고, 오래 전의 나를 떠올리며 보고 또 보게 하는 것 같다.


제목에서처럼 로맨스 드라마가 부부관계의 참고서라고 말한 이유는,

아이 낳고 살면서부터는 에너지가 오늘과 내일의 급급함에 머물러 있다보니 오래 전 감정을 잊고 산다는 것과, 드라마가 그런 과거의 감정을 소환해주어 급급함을 녹여준다는 것에 있다.


아이들 조금 키우고 기관에 보낼 수 있을 때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시작되었다.

드라마가 막을 내린지 한참이 지났지만, 나는 때가 되면 꼭 이 드라마를 챙겨본다. 특히 즐겨보는 장면은 두 배우가 소위 썸타는 씬. 호감은 있지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 못한 채로 덜컥 손을 잡고 비밀 연애를 하는 것 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유튜브에 정리된 짧막한 영상으로 보기도 한다. 사실은 보고 또 보고 할 때 쓰는방법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남편과의 짧았던 연애가 떠오른다. 두 번째 만남에 비가 왔고, 함께 우산을 써야 했을 때의 떨림. 그 비슷한 장면이 그 드라마에 나온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땐, 속에서 울컥 하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나 여자였었지.'


그런 마음을 갈무리하다 보면 '사랑'이 하고 싶어지고 느끼고 싶어진다.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던 그 때, 그 사람 연락에 설레어 하던 그 때.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기에 로맨스 드라마가 주는 힘은크디크다.



내면에 채워지는 충만함이 흘러나오면 그걸 꼭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결혼한 몸이 연애를 할 수 없는지라 남편에게 한 번이라도 더 다정한 말을 건내게 된다. 물론 원하는 반응이 오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다시 사랑이 충만한 여자로 서서히 돌아가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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