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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채 Sep 19. 2023

시부모님께 월급을 받으면 불편한 점

비혼주의 말고 결혼주의자



일을 하다 바닷물에 빠지면서 다쳤다고 잔뜩 멍이 든 사진을 보내왔다. 얼른 축구화를 사달라는 둘째 아이의 조름을 겨우 입막음하던 찰나에 말이다.


아팠을 거 생각하니 아찔하고, 지친 마음으로 또 그를 위로하려니 없는 여유까지 짜내려면 심호흡을 여러 번 해야 할 판이었다.


남편은 부모님 밑에서 어부 일을 배우고 있는 몇 개월 안된 뱃사람이다.

흘러 흘러 결국 부모님 품으로 귀향하게 되었지만, 금의환향이 아니었기에 시작부터 줄곧 삐걱였다.


사춘기 때 고집이 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부모님과 통 진지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었고, 늘 내가 중간에서 통역자 역할 같은 걸 했었다.


그랬던 관계의 세 사람이 매일을 함께 보내고 있는 셈이다.

우선, 시어머니는 팔자에 없던 장가보낸 다 큰 아들을 밥 해먹이고 챙기고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많이 피곤하신지 잔소리가 느셨고, 그 탓에 어머니 때문에 속상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전했다.


만날 시간도 없고, 친구들 대부분 외지로 나가버렸기에 남편은 퇴근 후에 집에 오면 그날의 브리핑을 시작한다.


아직은 다 처음 해보는 일이고 배우는 과정이라 어리둥절하면서도 몸은 고되니 컨디션은 엉망인데,

두 사장님(시부모님)의 경제적인 상황까지 잔소리에 얹어서 들으니 한숨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시부모님께 월급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말들을 남일로 치부할 수는 없고 나 역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어렵다는데 월급을 받으려니 말이다.

월급날이 다가올 때마다 같이 긴장하게 되기도 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일이 잘 풀려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바람도……







멍든 팔에 냄새 폴폴 나는 파스를 붙여주고 검다 못해 검붉어진 얼굴 위로 오이를 얇게 썰어 붙여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아이들 선생님과 상담했던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는 바다에서 얼마나 무거운 돌을, 얼마나 힘들게 옮기는 작업을 했는지를 이야기했다.

망망대해 같은 바다처럼 그의 마음도 지금 어디쯤 우리가 서 있는 걸까 하며 막막해하는 듯 보일 때가 있었고, 어제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스스로 그런 생각에 잠식되면 사소한 말에도 상처가 남기 마련인데, 행여나 함께 하는 부모님의 어떤 말에라도 속상했던 건 아닐까 마음이 쓰였다.


내일은 일이 적어 하루쯤은 쉬라고 하시는 아버님 곁에서 “내 허락 없이는 안 되지. 전화하면 바로 출근해라.”라고 했다는 어머님의 말씀이 있었다는 걸 들었다.

모처럼 만에 얻은 휴일인가 싶었는데 전화벨소리와 함께 내일 새벽에 출근하라는 말씀이 전해졌고,

남편은 일찍이 골방에 들어가 누웠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어

“발바닥 안 주물러줘도 돼?”

묻는 나의 말에 번쩍 발을 들어 보인다.


캄캄한 방에 오붓하게 앉아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머님 말씀에 너무 신경 쓰지 마. “

“나 전~~ 혀 신경 안 써.”


나의 기우였을까. 덤덤하게 웃으며 말하는 남편의 말에 더 이상 해줄 말은 없었지만, 나는 적어도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내는 되고 싶지 않아 한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한테 항상 예쁘게 말해. 응? “


여전히 사춘기 버릇 못 버리고 어머님 잔소리에 툴툴대지는 않았는지 싶어 괜한 당부를 해본다. 실은 그렇게 우리 감사하는 마음, 좋은 마음, 예쁜 마음으로 힘내보자는 뜻이었다.


‘모든 건 기분이고, 감정이야. 그게 태도로 나오고 ‘



단 한 가지 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세 사람의 표현 방식은 달라도 그 베이스는 사실 ‘사랑’이라는 것을……


그렇게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꿈 꾸길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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