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글을 줍줍 해봅니다.
나이 마흔이 가까워져서까지 울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는데,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란......
누군가가 들었다면 자책할 필요까진 없다고 얘기하겠지만, 워낙 자아성찰 의지가 투철한 사람인지라 생각의 끝은'내 탓이오.'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렇게 안 그래도 뭉툭했던 나의 뾰족함이 거의 평면에 가까워짐을 느낄 때, 바로 그때 눈물이 같이 터져 나온다.
오래전부터 어디선가 겪었던 사소한 일부터 큰 일 중 내 맘에 비수로 꽂혔던 그 감정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여전히 남아 비슷한 상황과 감정을 느끼면 그대로 내 몸에 재현을 해낸다. 그렇게 사람은 반복이라는 걸 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인간을 도대체 괴롭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나 이외의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것. 즉 '인간관계'가 요즘 사회에서 펼쳐지는 문제들의 근원이 아닐까 싶었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 지점을 들여다보면 결국 보인다.
'관계를 맺어야 사는데, 관계를 안 맺고 살 수 없으니'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소재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 글 중에 독자분들이 많이 읽어주시는 글들은 사실 '나의 괴로움'이 많이 버무려져 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역시나 마음에 쌓이는 게 많으면 어떻게든 뱉고 싶어 지는지 그래서 괴로울 때 비교적 글의 소재가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능력 있는 작가라면 평온한 일상에서도 사소한 소재로 멋들어진 글을 써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제 한 가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음악을 만들 때 '예술'을 크게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계획된 'selling 포인트'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네임 밸류가 완성된 아티스트는 그 후에서야 소비자의 반응 여부와 상관없이 주관적인 예술을 창작하기도 하지만 이미 그전에 'selling point'를 무수히 만들었기에 가능한 거라고......
꽤 오래전부터 눈에 띄는 소재는 '퇴사', '이혼'등이 있다.
누군가의 슬픔으로부터 받는 위안은 정말 크다는 것을 알기에 나 역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왜 그런 글들이 인기가 많은지가 이해가 된다.
내 글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막노동', '남편의 퇴사'였다.
사실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거냐 물으면 죽어도 그러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들인데, 그런 글이 사랑을 받는다는 게 작가의 입장으로 돌아와서는 결국 편안한 삶은 소재가 좀 심심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물론 작가에게 다양한 경험이란 무엇보다 큰 자산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 문득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가 그것에 있다.
어제와 오늘의 감정이 엉망이었고, 그렇게 스토리에 옮기고 있다.
괴로움이 쌓였을 때 쓴 글은 어딘가 모르게 따가움이 있다는 걸 느낀다. 이것 또한 삶의 반복이 되지 않도록 행복이 쌓였을 때 쓰는 글 역시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괴로워서 많이 뱉는 것보다는 행복해서 덜 뱉는 게 작가이기 전에 그래도 한 인간으로서의 작은 소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