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글을 줍줍 해봅니다.
때가 되면 염색하고 파마하고 가끔은 기분전환 하려고 네일아트, 계절마다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 서너 개……
그렇게 소확행을 외치며 가랑비 옷 젖듯 소비하던 나는 몇 번의 겨울이 지나고 나니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제때 뿌리염색을 하지 못해 투톤이 된 머리와 매일 같이 하던 화장 대신 로션 바르는 것도 귀찮아 선크림도 겨우 바르고는 대충 운동복을 입는 모습은 기어이 내가 피하고 싶었던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아무리 물가가 비싸도 그렇지 좀 깔끔하게라도 하고 다녀야지 싶어서 셀프 염색을 해보겠다며 올리브영에 가서 염색약을 집어왔다.
할인하는 제품 중 고민을 하다 보니 8천 원대로 구매했는데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며 그렇게 집에 와서 1인 미용실을 개장했다.
긴 머리를 혼자 염색하려니 난리도 아닌데, 자라난 속머리부터 제대로 약을 바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만하면 됐지 싶어 바르고 40분쯤 지나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보니 속머리가 아직 좀 검다.
남은 염색약을 다시 구레나룻부터 듬뿍 발라 이번에는 1시간 정도 방치했다. 색은 좀 더 밝게 나와 염색한 티가 나서 좋은데 여전히 속머리는 조금 덜해서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래도 10분의 1 가격으로 염색이라니 그게 어디냐며 위로했다.
요즘 공부한답시고 꾸미는 일에 더 소홀했었다.
화장 안 하고 나가는 건 상상도 못 했던 내가 만사 귀찮아지기 시작한 게 놀라울 따름이었는데, 어느 날 문득 뭔가 모르게 구질구질해 보이는 모습이 더 싫어져서 화장품도 사고 염색약도 사게 한 것이다.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예뻐지는 일에도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현실이 사실은 원래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 와서야 선택할 겨를 없이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집에서 염색해 보니까 셀프염색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
우선, 엄청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은 당연하고, 기장 추가 요금이 없다는 것(단, 길이가 많이 길다거나 숱이 많다면 제외). 헤어디자이너에게 가격 얘기를 듣고 놀랄 필요가 없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염색약의 퀄리티가 좋다는 것에 놀랐다. 비싼 돈 주고 염색하던 시절 매번 약 냄새가 빠지지 않아 힘들었는데 오히려 염색약을 사서 했더니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아서 놀랐다. 이건 미용실마다 다르겠지만 셀프염색약 퀄리티가 생각 이상으로 좋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이렇게 염색하고 나니 기분 전환도 되고 괜히 돈 번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야 늘 한결같겠지만 조금씩 세상과 타협해 가면서 사소한 부분도 바꿔가며 재미를 찾아봐야겠다. 그런 의미로 다이소에서 3천 원짜리 아이브로우를 사봤는데 그것도 퀄리티가 꽤 괜찮다.
올리브영의 경쟁업체가 다이소가 될 거라더니 다이소의 화장품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어쨌거나 당분간 셀프 염색은 계속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