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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채 Dec 07. 2023

발레에 관한 고찰, 지적을 대하는 자세에 관하여

어부 아내의 은밀한 취미

출처 pinterest






끝없이 완벽을 향해 가야하는 발레는 동작에 대한 수정이 끝이 없다. 어깨 골반은 기울어짐 없이 반듯해야 하며, 골반을 열고 허벅지를 돌려 엉덩이가 풀리지 않도록 턴아웃 상태를 유지하면서 목은 길게 팔다리도 길게 호흡은 계속 하늘을 향해 끌어올리되 가슴이 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얼마나 평소와는 다른 상태의 근육들을 활성화시켜야 하는지 글로 옮겨보아도 끝이 없다. 그만큼 동시에 수 십 가지를 신경 써서 지켜가며 '춤'을 춰야 하니 클래식의 완벽이란 다다를 수 없기에 더 닿고 싶어지게 하는 매력이 있나 보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동작이 시작되면 온갖 오류로 발레 동작을 시작한다.

그렇기에 실제로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은 '~~ 하지 마시고, 내리시고, 좀 더 끌어올리시고' 등의 수정 사항을 듣는 경우가 많다.

(칭찬은 예외지만)


그러다 보니 발레 수업을 마치고 나면 지적 사항에 대해 기록을 남기게 되거나 무엇을 고쳐야 하는 가에 집중하게 된다.

잘은 몰라도 무언가 완벽에 가까워져야 하는 예술이나 스포츠 등의 전문분야는 대부분 그럴 것 같다. 그렇게 오답노트의 두께는 두꺼워져 간다.



어느 날 문득

하도 고칠 점만 집중하다 보니

내가 남을 보는 눈에도 지적 필터를 끼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 동작을 아름답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턴아웃이 덜 됐네, 팔을 짧게 쓰네 등의 필터 말이다.


안 그래도 비교, 경쟁의 교육 속에서 살아온 세대라(비단 우리 세대뿐만이 아님을 확신하긴 하지만 에헴) 누가 누구보다 낫고 누구는 잘하고 못하고 가 AI 버금가게 눈으로 계산을 완료했지만, 더 배울수록 데이터가 더 입력될수록 계산은 치밀해진다는 걸 비로소 느끼게 된 것이다. 그 후로 그게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발레도 사람이 추는 춤인 것을......



그래서 나의 발레 일기에는 '~하지 말 것'이라는 오답노트와 함께

'~ 좋았음', '~늘었음' 등의 칭찬노트도 함께 써야지 싶어졌다.

내가 나를 대하는 것이 곧 남을 대하는 것이 되고,

그래야 좋은 점을 쏙쏙 마음에 새겨 그게 춤으로 흘러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적만 하다 보면 지적만 하게 될 것이고,

칭찬만 하다 보면 칭찬만 하게 되리.



결국 발레를 꾸준히 잘 해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순간에의 최선'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클래스 시간 동안의 최선

그것이 내 고되고도 아름다운 취미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부지런히 기술부터 차곡차곡 연마해서 예술다운 예술을 표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생각난 김에 뒷목 세우고 바른 자세로 고쳐 앉는 것부터 차츰차츰 습관화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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