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글을 줍줍해 봅니다.
나는 뜨거운 여름을 사랑한다.
여름밤에 맥주를 마시는 일도 좋고, 밤공기도 좋아한다. 뭔가 모르게 살짝 기분이 상기되는 것 같은 그 느낌도 너무 좋다.
본격적으로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고, 어느덧 12월이다.
추위라면 질색할 정도로 수족냉증을 달고 살며, 이것저것 군것질도 느는데 소화는 더디고 덤으로 군살까지 얻으니 나는 해마다 겨울이 오면 괴로워한다. 그런 내가 12월을 사랑한다는 모순적인 말을 하는 이유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라는 게 가장 크다.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겨울에는 특별히 재미날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이런 큰 이벤트가 있어준다는 게 왠지 모르게 들뜨는 기분인 거다.
나이 40이 다 되어서도 여전히 나는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고, 지나고 나면 아쉽고 그렇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집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따뜻한 난로가 있는 거실이 있고, 커다란 테이블 위에 칠면조 고기, 케이크 기타 맛있는 음식들이 잔뜩 차려진 풍경이 있었는데 그게 내 상상의 크리스마스의 모습이 되었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가족과 연인을 만나는 날 이보다 즐거운 날이 있을까.
명절은 모두가 기쁠 수만은 없는 날이기에 크리스마스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혼 전에는 크리스마스라면 어떤 데이트를 할까 고민했겠지만, 이제는 아이들 선물 챙길 생각이 우선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소위 '현질'이면 된다기에 그나마 좀 편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믿건 말건 간에 나는 몰래 다른 선물을 준비해서 가져다 놓을 생각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진 않지만 난 지금도 여전히 산타를 믿는다.
존재로서의 산타를 믿는다기 보다는 분명 나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일들이 일어날 거라는 걸 믿는다는 말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런 기분을 고조시켜 주는 게 12월이라 12월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딱 3가지를 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제안했다.
1. 인생 네 컷
2. 외식
3. 아이들과 다 같이 노래방
내가 상상하는 칠면조 고기 파티는 없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을 하고 싶었다. 특히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하며 사는 우리 가족의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조금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보내고 싶다.
'산타할아버지는 분명 알고 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