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부의 아내입니다
뜨겁던 여름의 금어기가 끝이 나고 가을부터 고기잡이에 한창이었다.
올해는 배도 사고 어장도 바꾸게 되어 빚이 많이 느셨다는 부모님 말씀에 마음 한구석이 늘 묵직했지만 그만큼 곧 고기잡이도 제철일 테니 괜찮을 거라며 금방 또 괜찮아지기를 반복했다.
밤 12시가 되면 배 나갈 채비를 한다.
낮밤이 바뀌었다기엔 애매하지만, 어쨌거나 깜깜한 밤에 출근하는 걸 바라보면 그 속이 서글프진 않을까 괜스레 걱정도 되지만 늘 그렇듯 남편은 알람소리에 맞춰 제깍 일어나 쏜살같이 바다로 향한다.
10년 만에 처음이랬다.
이렇게 고기가 없는 게 말이다.
어판장에도 고기 팔러 오는 어민의 수가 확 줄었고, 매일 나가야 하는 뱃일도 이틀에서 이제는 3일에 한 번씩 나간다고들 했다. 배에 들어가는 기름과 인건비, 물고기 운반하는 트럭에 들어가는 산소나 기타 경비도 무시할 수 없으니 차라리 하루 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였다.
부모님께서는 마음이 조급하셨는지 그래도 여전히 이틀에 한 번씩 나가기를 고수하셨고, 고기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매일 그물 작업과 기타 일거리들은 그대로 해놔야 했다.
어획량이라도 좋으면 그 일도 신이 나서 하겠다만, 주위에는 인건비 주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구가 아파서 물고기도 없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인정하기는 싫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영향을 받고 있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어쨌거나 이상현상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는 건 팩트였다.
어떤 날은 3명이서 부지런히 작업하고 건진 고깃값이 3만 원이었던 날도 있었으니 말이다.
무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이 없는 고민을 몇 달째하고 있다. 이 정도면 국가적, 아니 세계적 위기가 아닌가 싶은데 어디서부터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도대체 바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동생네는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데 기온이 따뜻해져서인지 몇 해 전부터 그곳에서도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라봉을 재배한다고 했다. 물론 하우스에서 재배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바나나농장이 있을 정도이니 지구 온난화가 농업에는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맞다.
지구는 인간의 불편함은 뒤로하고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태풍도 자주 발생하고, 산불도 일어나고 하는 거라는 걸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땅도 바다도 하늘도 깨끗하게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쉽지 않다.
그저 사소하게 텀블러 들고 다니기 정도로 애써 위로해 보지만 답답하긴 매 한 가지다.
자주 봐도 매일 봐도 좋은 바다가 늘 아름답고 깨끗하게 있어주기를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잘하지도 않던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나, 우리 가족, 그리고 모두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