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개인주의자
'나를 사랑하는 법'
'나를 지키는 법'
참 많이 듣던 문구라 이미 아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진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충은 알겠지만 누가 설명하라고 하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아마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하겠지 싶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꽤 많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일은 아마도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나를 잃어버린다는 말이 섬뜩하기도 하지만, 그 두루뭉술한 말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전까지 겪는 많은 감정들 속에서 내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가장 무서운 것은 그런 것이었다.
'나도 내가 느끼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아득하고, 모르겠고
정답은 무엇일까
그렇게 헤맨 시간들...
누군가는 답답하다, 어리석다 비난하기도 했겠지만 평생을 숙제처럼 물음표를 버리지 못한 채로 살았다.
'어차피 할 거면 기분 좋게 하면 좋잖아.'
'그게 서로를 위해서도 좋고'
'분란 만들지 말고 괜히'
우아한 포장지 안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가득한 것만 같았다.
그게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가시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도 전혀 몰랐지.
그저 포장지를 감상하느라 정신이 홀려 있었다.
차가운 것보다 따뜻한 게 좋다.
무표정의 사람보다 다정한 사람이 좋다.
싸우는 일은 힘이 들고 평화로운 일상이 좋다.
그렇게 추구하는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 애쓰는 사이 정작 나를 지키기 위한 전투력을 잃어갔다.
무기를 들 줄 모르게 되니 공격을 받아도 총을 겨눌 수 없게 된 것처럼...
조작법을 전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아주 오랜 뒤에 그걸 알고 나서는 총이 아닌 대포를 가져오고 전투기를 몰고 오기도 한다.
이 얼마나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인가를 생각하며 딱 필요한 만큼의 전투력으로 나를 지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끔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누군가가 본인 뜻대로 질서를 만들기 위한 통제를 자행했을 거라고...
(물론 규칙과 질서는 인간 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가고 변화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면서 느끼는 아주 찝찝한 통제감을 가슴에 묻어둔 채로 살아가는 일은
마치 인지하기 시작하고부터 신경 쓰이는 손가락에 박힌 가시, 혹은 티셔츠 목덜미에서 나를 괴롭히는 상표 같은 느낌이었다.
'따뜻한 사람이고 싶었어. 세상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길 기대하면서'
그저 단 한 가지의 이유였을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생각주머니가 넓고 깊은 사람에게 세상은 단순하게 한 가지의 감정만 던져주지 않음을 비로소 체감했다.
좋은 것만 취할 수 없고, 좋은 사람만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도 '좋기만 한 사람'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때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불편하게 하기도 하면서 깨닫고 느끼게 되는 좌절과 괴로움을 꾸역꾸역 감수해 가며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이구나 싶었다.
내 안에 내가 만든 허상부터 지워내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기나긴 여정의 첫 발을 떼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반드시 용기를 내야했다.
다정하지만 단호하고
호의적이지만 나를 지킬 줄 아는
귀여운 개인주의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은 결국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불편한 감정에 면죄부가 되어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