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마치며

by 발자꾹


드디어 ‘걱정쟁이 엄마의 편지’가 끝나는 날입니다. 날마다 찾아가는 편지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아들은 2019년 여름에 훈련소 수료식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면회도 가고 부대 개방행사에도 초청받아 다양한 활동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부대에서 병사들을 살뜰히 챙겨주시는 것에 엄청 감사했지요. 2020년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고통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면회도 하기 힘들고 외박이나 휴가를 나오기도 힘든 시간이었죠. 하지만 아들은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치고 2021년 초에 전역하였습니다.


자대 배치를 받고 본격적인 군 생활을 할 때는 저녁 시간에 휴대전화를 받아 잠깐씩 통화를 할 수 있었기에, 아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보내줄 때를 빼고는 편지 쓸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골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려고 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전과 같은 그리고 또 다른 얼굴로 찾아뵐게요^^.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잘 잤니, 아들?


오늘은 월요일인 데다 당직이라 더 바쁘겠네? 오늘도 화창한 날이 되겠다. 날씨 예보를 보니 그쪽 동네가 우리 동네보다 춥겠다. 산이라서 그런가 봐. 감기 조심하고….


어제 오랜만에 나들이 갔다 오니 어때? 속이 좀 뚫렸어? 그동안 많이 답답했지? 이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며 좀 더 좋은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희망해 본다.


며칠 전부터 너한테 얘기했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있어. 앞부분은 흥미 있게 진행되네.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처음에는 나르치스가 멋지고 골드문트는 문제아로 보이는데, 어떻게 될까?


네가 끝냈다는 과제는 중간고사 대체인 거야?(군에서도 온라인으로 학점을 딸 수 있는 교양과목이 있답니다) 매주 힘들겠다. 엄마도 공부하는 건 좋은데 과제할 때마다 끙끙거렸던 생각이 난다. 어떨 땐 ‘이게 끝나기나 할까?’ 하면서 너무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도 했었지. 근데 나중에 보면 과제 덕에 내가 무언가 한 것 같고, 또 정리가 잘 되었던 것 같아. 참 이상하지? 꼭 힘든 고비를 넘기면 뿌듯함도 같이 오니 말이야.


운동도 비슷한 거 같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출렁이는 물 살에 약간 근육이 붙어서 조금은 단단해진 느낌이야. 근데 다시 조금씩 귀차니즘이 발동하는 거야. 그래서 미루다 저녁때가 되면 그래도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서 요가나 근육 운동을 하곤 해(이젠 다시 원상 복귀되어, 운동이 필요합니다). 억지로라도 하고 나면 개운하고 또 뿌듯하더라. ‘네가 그래서 운동을 하는 건가’ 짐작해 본다.


암튼 생각해 보면 다 비슷한 거 같아. 운동이든, 공부든 말야. 하기 전엔 귀찮고 다음으로 미루고 싶은데, 하고 나면 스스로가 대견해서 등을 토닥이고 싶어 진다.


하루하루 열심히 애쓰며 사는 울 아들 멋져!


답답할 때도 많지만, 올해는 미세먼지가 거의 없어서 참 행복해. 인간이 집콕 생활을 많이 하는 게 정답인가 봐. 자발적으로 말야. 격리 말고 ㅎㅎ .


우리 다 같이 잘 견뎌보자.


사랑해!


2020년 4월 27일 아침에


엄마가~~


KakaoTalk_20240922_215739161.jpg 훈련소에서 만들어준 레터북의 뒤표지입니다.


#아들 #훈련소 #자대배치 #면회 #코로나19 #엄마 #사랑 #나르치스와골드문트

이전 29화2019년 07.16. (화) 수료식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