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느 훈련소 생활과 다르지 않게 06시에 기상하고 08시에 조식 식사를 했어요. 그래도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왠지 들뜨고 긴장이 됐어요. 전투화도 어디 흙 자국이 없는지 한 번 더 닦아 봤고, 베레모는 예쁘게 썼나 몇 번이고 거울을 보면서 만지작거렸죠. 그렇게 보고 싶던 가족들한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있던 오전 중, 드디어 11시가 됐어요. 연무대 건물 뒤에서 한 10분 정도 기다리다 함성을 지르고 연무대로 입장했어요. 열심히 제식을 맞추면서도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딨나 눈동자를 굴렸어요. 행진이 끝나고 제자리에 섰을 때, 할머니의 민소매 티가 보이는 것 같아 그쪽을 조금 더 자세히 보니, 아빠가 저를 알아보고 절 쳐다보고 계셨죠.
원래 제식 중에 웃으면 안 되지만, 너무 반가운 나머지 표정이 잘 절제가 안 됐어요. 손을 들어 인사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반가웠어요. 결국 식이 끝나고 우리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내게 다가왔어요.
할아버지께서 제 손에 있던 이등병 약장을 가슴에 달아주셨고, 하하 다들 한 번씩 포옹했어요. 나중에 아빠가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까 할아버지께서 울고 계셨더라구요. 그 당시엔 정말 눈치를 못 챘는데, 지금은 왜 그때 할아버지 얼굴이 살짝 어두웠는지 알 것 같아요.
연무대를 나오면서 우리 할머니와 엄마께 양팔을 붙잡혀 가는 모습도 아빠 핸드폰에 담겼고, 아빠의 셀프 카메라에 내 어색한 웃음이 담겼고, 다시 연무대에 돌아왔을 때 몇몇 모여있는 우리 분대원끼리의 모습도 담겼네요. 우리 아빠가 열심히 사진을 남길 땐, 가끔 답답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나중에 보면서 미소 짓는 건 아빠가 보여주시는 사진들이란 걸 알아요. 항상 추억을 만들어주시는 우리 아버지, 정말 높이 쌓인 우리 가족 추억만큼 정말 많이 사랑해요.
오늘 오후 잠깐의 면회 시간 동안 우리 가족 모두 제게 편하게 쉬라고 하시고, 바쁘게 음식을 준비해 오시고, 맛난 것들을 먹여주시고 너무너무 잘해주셨어요. 그에 비해 전 감사의 표현도 제대로 못 하고…. 그래서 많이 죄송했어요. 멋지게 철든 모습도 못 보여드렸고 말이에요.
편지를 쓰다 보니 벌써 17일 아침이 밝았어요. 지난밤엔 8시간 동안 깨지 않고 푹 잤어요. 어제 수료식 보러 멀리까지 잠깐 오셨다가, 저녁 되기 전에 금방 저랑 또 작별 인사하고 다시 올라간 우리 가족들. 면회가 끝나고 소낙비가 후둑후둑 떨어지는데, 막히는 도로에서 잘 가고 계실까 걱정됐어요. 논산까지 왔다 가시면서 고생하셨는데, 아들의 듬직하고 씩씩한 모습 못 보여 드려서 걱정만 끼쳐드렸을까 봐 걱정됐어요.
사실 면회 끝나고 헤어져서 생활관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들이 너무 그리워서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먹먹한 가슴을 풀고 싶어서 이 편지지를 들었는데, 편지를 쓰면 쓸수록 아빠 얼굴, 엄마 얼굴, 누나 얼굴,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아른거려서 결국은 눈물이 나버렸어요.
울다 잠들어서 푹 잤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울고 나니 적적한 마음은 풀렸어요. 다행이에요. 얼른 시간이 지나서 우리 사랑하는 가족들 다시 보고 싶어요. 다음엔 울 누나도 꼭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