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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Dec 06. 2024

갈라지고 깨지며 자란다

『크랙』 어른이 되는 시간


『크랙』 어른이 되는 시간   

   

지난여름 그림책 심리 공부를 하다가 만난 책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고 받아 든 순간 제 마음은 불편했습니다. 제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표지 그림은 저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책의 크기가 평상시 보던 그림책보다 컸습니다. 그만큼 그림이 저를 압도하는 힘이 컸습니다. 저는 여전히 과거의 아픔을 치유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노란 옷을 입은 한 아이가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불안하게 서 있습니다. 바닥과 주변은 온통 깨지고 갈라진 것 투성이입니다. 그리고 어둡습니다. 바닥은 하얗지만 온 사방이 검은색으로 마구 휘갈겨 놓은 듯해, 오히려 ‘어두움’이 강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      

처음의 별처럼 다시 빛나.

갈라지고 터져 솟구친

 그 틈 안에서.     


절벽 같은 협곡이 보입니다. 컴컴한 그곳에서 아주 작은 한 점 불빛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책장을 넘기니 빨간색 구절이 보입니다.    

 

CRACK : 크랙, 균열, 금이 가다, 갈라지다,       그리고 시작하다.     


여러분에게 크랙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저에겐 금이 가고 갈라져서 깨지는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을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책장을 넘겼습니다.  

         

어른이 되는 시간

 크랙

조미자 그림책   

  

나무의 껍질을 본 적이 있어.

아주 가까이 눈을 들이대고 말이야.

겹겹이 갈라진 틈 사이로 나무가 자라고 있었어.     


작은 틈은 마치 거대한 협곡과 바위 같았지.    

      

가방에 작은 가방을 멘 빨간 옷을 입은 아이는 작은 틈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부딪치고 구르고 깨지며 절벽 아래로 떨어집니다.      


난 거대한 절벽 아래

보이지도 않을 점과 같았지.     


절망에 빠져 울다 보니

절벽 사이에 동굴이 있습니다.

동굴의 갈라진 틈 저 멀리 하늘이 보입니다.

캄캄하지만 별빛이 반짝입니다.     


아이는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별이 쏟아져 내려 부서집니다.

발아래 땅이 갈라지고 또 갈라집니다.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줄 알고 겁을 냈습니다.

갈라진 틈이 벌어지고 터지면서 커져갑니다. 나무껍질이 갈라진 틈으로 나무가 자라듯이 말입니다.   

  

아이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납니다.     


자신을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세상 끝에서 절망에 빠졌던 아이는 다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낍니다.       

    

난 갈라지고 있었어.     

떠밀리고 떠밀린 그곳에서.     

자라나고 싶었어.

세상 속에서 나무가 자라 가는 것처럼.  

        

아이는 다시 빛날 별 하나를 기다리면서 수없이 많은 낮과 밤을 걷고 또 걸어갑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지.


소중하고도 소중한

내 삶으로의 시간이.      



어른이 되는 시간

크랙          



지금도 이 책을 처음 펼 때 느꼈던 당혹감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글과 그림을 찬찬히 보면서 바뀌어 가던 제 생각과 마음을 전하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저에게 ‘크랙’이란 접시에 금이 가서 쓸 수 없게 되는 것이고, 관계가 어긋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책 표지를 보면서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조미자 작가는 크랙을 또 다른 의미로 보았습니다. 금이 가고 틈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그 틈이 벌어지면서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또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무껍질이 갈라지면 그 틈에서 나무는 자랍니다. 사춘기를 맞는 아이들은 누구나 제 삶의 틀이 깨어짐을 느낍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요. 그 변화의 시간이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도 없습니다.      


어린 시절 사춘기를 힘겹게 겪었기에 내 아이에게는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사이좋게 잘 살고 먹고살 걱정이 없으면 아이들은 평온하게 사춘기를 지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모범생이던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변했고 엄마를 외면했습니다. 엄마는 그때 아이에게 자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습니다. 아이가 다시는 웃지 못할까 봐 얼마나 가슴 조였는 줄 모릅니다. 세상을 먼저 살아왔지만, 내 삶 밖에 살아보지 못했기에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많은 낮과 밤을 보내며 갈라진 틈 사이를 헤치고 자라 어느샌가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갱년기로 고생하는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의젓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수능 성적표가 배부되는 날입니다.      


누군가는 원하는 결과를 얻고 환호성을 지를 것이고, 누군가는 절망의 한숨을 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입시생들 모두 힘겨운 시절을 희망이라는 빛 하나를 바라보며, 저마다의 힘으로 견뎌냈습니다. 그때 그 깜깜하던 시절, 아무도 손 내밀어주는 이 없다고 괴로워하면서도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며 수능이라는 커다란 관문에 도달했고 이제 그 결과를 기다립니다. 그 결과가 여러분 앞에 놓인 새로운 틈으로 성장의 발판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들 정말로 애쓰셨습니다. 작은 빛 하나를 따라 열심히 달려온 그대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 그 어느 곳에서 힘겨운 시절을 보내는 누군가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박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겐 틈이 있고 기회가 있습니다! >



https://youtu.be/mBXMRNKU-3k


#크랙 #어른이되는시간 #조미자그림 #핑거그림책

#금요일엔그림책이좋아요


*앞 표지와 뒷 표지 그림은 "알라딘"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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