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그녀들이 한 주간의 수다를 풀어내는데, 한 명이 대화에 끼지 않고 불안한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입을 연다.
“다음 주에 막내가 입대해요.”
요즘 군대는 예전과 달라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다독이는 언니들 말에 조금은 걱정이 놓이는 것 같다. 군마트 이용법, ‘더 캠프’로 소식을 전하는 법, 부대에서 마련한 밴드로 소통하는 법 등 선배들은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눈다. 그래도 지금은 남북이 긴장을 조금은 늦추고 있기에 다행이라며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돌기 시작했다.
오늘은 『꿀벌의 예언』 마지막 시간.
( *오늘은 결말을 얘기하므로 책을 읽으실 분은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가져온 줄거리입니다.
최면을 통해 미래의 자신을 만나고 돌아온 르네.
르네가 다녀온 30년 뒤의 미래는 겨울임에도 지구 온난화가 극심해져 기온은 43도가 넘고, 전 세계 인구수는 150억 명에 달하는 충격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꿀벌까지 사라지면서 식량이 부족해 곳곳에서 폭동이 벌어진다. 인간들은 식량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까지 동원해 세계 대전을 벌이고 있다.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쓰여 있다는 걸 알려 주고, 르네는 인류를 구할 실마리가 적혀 있는 예언서를 찾아 전생의 자신을 찾아간다. 놀랍게도 예언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던 전생은 무려 1천 년 전,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출정한 십자군 기사였고, 르네는 전생의 자신과 함께 예언서에 얽힌 거대한 모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간다.
습격이 시작된다. 침입자들이 목표물을 향해 일제히 날아오른다. 노란 벽에 둘러싸인 도시 주변에서는 임박한 재난의 낌새를 알아채지 못한 구성원들이 평소처럼 태평하게 각자 맡은 일에 열중하고 있다. 수만 개체가 모여 사는 도시에서 어느 누구 하나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공격군의 수는 쉰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딱딱한 껍질로 뒤덮인 머리와 두껍고 윤이 나는 여러 겹의 판으로 보호되는 가슴팍을 지녔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길이여서, 5센티미터에 이르는 개체도 드물지 않다! 반면에 공격당한 도시에서는 힘깨나 쓰는 구성원도 1.5 센티미터를 넘기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침입자들은 강력한 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검처럼 날카로운 아래턱이 바로 그것이다.
-209쪽
3막의 시작이다.
등검은말벌의 침입 장면은 90년대 『개미』를 읽고 흥분하던 때를 연상시켰다. 잔뜩 기대를 안고 시작한 3막은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1막의 흡입력과 2막의 궁금증을 흥미롭게 풀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3막에서도 읽고 토론할 부분은 많았다.
꿀벌과 꿀에 대한 서사는 인상적이었다.
꿀은 인류 최초의 약이며, 썩지 않고 상처를 치유하는 물질이다. 이집트인들이 꿀벌을 ‘태양의 눈물’이라 부르고 망자의 길을 안내한다고 믿었다는 대목에서 작가가 왜 그토록 꿀과 꿀벌에 집착했는지 알 것 같았다. 동시에 인간이 순한 벌만 기르며 전투력을 기르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씁쓸했다. 적자생존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인간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다 결국 뒤통수를 맞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꿀벌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우리 인간들이 깊이 생각할 문제다.
기사단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비방을 대하는 재무대신 앙게랑의 말은 날카로웠다.
“그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은 그 말만 들어도 혐오감을 느껴 왕의 결정을 지지하게 되니까.”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을 겨냥하고 있다.
르네는 과거로 가서도 르네로 표현될 때가 많아 전생과 많이 헷갈렸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너무도 쉽게 최면으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모습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현재와 미래는 너무도 자주 흔들리지 않을까? 그녀들은 드라마 속에서 범죄자가 상대방을 가스라이팅할 때나 수사관들이 범죄자를 추적할 때 사용하는 최면 기법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쉽게 인간을 움직일 수 있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고 했다. 최면을 통해 자신의 전생에게 천사로 나타나 예언서의 행방을 묻는 설정에서는 차라리 미래로 가서 직접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없이 목숨을 걸고 예언서를 손에 넣는 순간, 그들을 겨누는 총구. 중세에서 벌에게 쏘인 기사가 르네의 고객으로 환생하여 최면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베스파 로슈푸코. 그녀는 3차 대전이 일어나 인류가 30억으로 줄어들어야 인간이 깨달을 수 있다며, 꿀벌의 멸종을 막고 인류를 지키려는 르네들을 막아선다. 같은 미래를 보고도 어떤 이는 전쟁을 막으려 하고 다른 이는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
그들에게 다가온 미래는 르네가 원하는 미래도 로슈푸코가 원하는 미래도 아니었다. 3차 대전이 벌어지고 인류는 30억으로 줄어들지만, 그토록 기다리던 여왕 꿀벌이 밀랍에서 깨어나 인류의 멸망을 막는다. 곳곳에 ‘인간 벌집 공동체’가 등장한다. 14,400명이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유토피아는 너무 정교해서 현실적이지 않다. 완벽한 순환, 절대적 평화, 갈등 없는 공동체를 인간이 과연 이루어낼 수 있을까.
그녀들은 허탈했다. 영화 “어벤저스”에서 인류를 반토막 낸 타노스가 설계한 미래가 떠올랐다. 하루아침에 동반자와 가족 친구를 잃고 참혹한 삶을 견뎌내기 힘들어하던 영화 속 많은 이들이 보였다. 르네와 친구들이 어떻게든 현실을 바꾸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그녀들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렇지만 3주 동안 함께 읽고 토론한 시간은 의미 있었다. 『역사의 역사』를 읽었기에 그녀들은 작가의 역사 서술 방식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얘기하는 등장인물들에게 한껏 빠질 수 있었다. 때론 등장인물들과 동화되고 때론 그들을 비판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결국 미래를 바꾸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언한 누군가의 말이 아니다. 과거를 통해 인류의 잘못을 깨닫고, 현재를 살아가면서 인류 전체를 위해 올바른 길을 선택하려고 깊이 고민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다. 인류는 그동안 수많은 잘못과 실수를 저질렀지만, 경제 사회 문화 정치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진해 왔다. 우리 인류에게 닥친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지만 결국 앞으로 나갈 것이라 믿는다.
*다음 주부터 6주 동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토론한다. 인류의 역사를 넘어 우주를 탐하는 시간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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