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그 첫 번째 이야기
오늘은 1월 20일 절기상 '대한(大寒)'이다.
이름으로 치면 겨울에 가장 추운 날은 대한이어야 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소한 추위가 더 매섭다”는 말을 듣고 자랐고, 실제로도 그렇게 느끼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삼한사온이라는 말조차 낯설어졌다. 소한도, 대한도 예전 같지 않다. 기후가 달라졌다는 말이 일상처럼 오간다.
올해는 소한 추위는 무난히 넘어갔는데, 대한을 맞아 매서운 한파가 찾아왔다. 일주일 내내 이어진다는 예보에, 볕이 잘 들지 않는 뒤쪽 베란다 걱정을 한다. ‘세탁기가 얼까, 배수관이 역류하지는 않을까’하고.
감말랭이를 나눠 먹다 자연스레 감나무 이야기가 나왔다. 재개발로 헐려버린 옛집의 감나무를 떠올리는 큰 언니를 보며 모두 아쉬움을 나눴다. 오래 살고 싶어 튼튼하게 집을 지어도, 찬성률 60퍼센트만 넘으면 떠나야 하는 현실. 마구잡이 개발로 터전을 잃는 사람들, 철근을 빼먹은 ‘순살 아파트’ 같은 말이 농담처럼 오르내렸다. 인간의 이기심을 이야기하다 오늘의 주인공 『코스모스』에 등장하는 모래알보다 작은 인간의 존재가 떠올라 우습고 또 슬펐다.
이번이 『코스모스』와의 세 번째 만남이다.
처음에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두 번째는 도서관의 ‘읽걷쓰’ 프로그램을 통해, 그리고 이번에는 ‘화요일의 그녀들’과 함께 읽는다. 여섯 번에 나누어 읽기로 했다. 오늘은 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와 2장 「우주 생명의 푸가」를 읽고 이야기 나눴다.
이번에는 칼 세이건의 머리말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10주기를 맞아 아내 앤 드루얀이 쓴 서문이 유난히 마음에 들어왔다. 사랑하는 가족이자 일의 동반자를 잃고, 그를 기리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사람. 그 글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내가 떠난 뒤, 10년쯤 지나면 내 가족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칼 세이건은 뛰어난 과학자였을 뿐 아니라, 함께 일한 아내의 역할을 자신의 책과 삶에서 분명히 인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지적이면서도 따뜻하다. 사람으로서도 과학자로서도 존경스럽다.
칼 세이건은 문과적 감성과 이과적 논리를 겸비했다. 『코스모스』는 천문 과학에 생태와 역사를 함께 다루고 있다. 그 덕에 과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700쪽이 넘는 확실한 벽돌책에 도전할 수 있었다. 1980년에 발표된 이후 40년 넘게 영어로 쓰인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이라는 말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그녀들 중 누군가는 책을 펼치자마자 감탄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우주가 이렇게 넓은 줄 몰랐어.”
은하가 하나뿐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그녀는 우리 인간이 아니 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가 광활한 우주 속 아주 작은 일부라는 사실에 겸손해졌다고 말했다.
2200년 전에 살았던 에라토스테네스가 단순한 도구로 지구의 둘레를 계산해 낸 사실은 시간의 역사를 살펴본 책 『1초의 탄생』을 통해 알았지만 다시 봐도 신기했다. 우리에게 ‘코스모스’는 가을을 맞이하는 꽃으로 더 익숙하지만,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에 대응하는 말로 조화로운 우주 세상을 뜻한다니, 그 역시 어리둥절했다. 우주는 심연처럼 아득해서 왠지 혼돈이라는 말이 더 가까운 듯한데 조화롭다니 잘 와닿지 않았다.
“인류는 별에서 태어났다.”
-46쪽
우리 인류와 생명체는 우주에서 온 물질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구가 만들어낸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과학 발전으로 입증해 낸 것이다. 유시민 작가가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모두 ‘별 그대’라고 말했을 땐, 우리는 지구인인데 무슨 소린가 했었다. 이 문장을 만나니 외계인이 두렵지 않고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외계인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칼 세이건은 생명을 음악에 비유한다. 지구의 생명은 단음조 풀피리 같지만, 우주는 여러 성부가 얽혀 연주되는 장대한 푸가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지구는 다양한 생물종이 어우러져 사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단 한 가지라는 칼 세이건의 말에 특별한 것처럼 뽐내는 인간의 오만함이 부끄러웠다.
2장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인위적 도태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고 계속 바다로 돌려보내서 번성하게 만들었다는 일본의 헤이케게. 인간의 간섭으로 특정 종만 살아남게 한 결과가 어떤 재앙으로 돌아오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베르베르의 『꿀벌의 예언』에서 순한 종만 남은 꿀벌이 등검은말벌 앞에서 무력해지고, 인간도 위기에 처한다.
식물은 햇빛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내뿜는다. 인간은 식물 속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호흡으로 산소를 불러들여 에너지를 뽑아낸다. 우리가 호흡으로 내뱉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이 흡수해서 탄수화물을 만드는데 다시 쓰인다. 이런 ‘환상의 짝꿍’이 또 어디 있을까?
“이것은 지구 차원에서 실현되는 일종의 구강(口腔)대 기공(氣孔)의 인공호흡인 것이다.”
-87쪽
칼 세이건은 생물학은 과학이지만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가깝다고 말한다. 생물학도 역사학도 너무 복잡해서 예견은 불가능하고 타자를 이해할수록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도 별에서 온 존재임을 잊지 않는다면, 외계 생명체를 조금 더 따뜻한 눈빛으로 보고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작은 기회를 통해서 또 다른 ‘별 그대’를 만난다면 우리는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구 속에 꼭 박혀 있었다면, 이젠 마음을 열고 열린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자. 이제 진짜 모험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