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천국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주는 따끔한 충고

『코스모스』 칼 세이건

by 발자꾹

1월 들어 모일 때마다 춥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이렇게 오래 추운 적이 있었나 싶다. 일주일 넘게 추위기 기승을 부리니 빨래 걱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관리실에서 저층 세대 역류가 심각하니 베란다를 청소하거나 세탁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왔다는 내 말에 다들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누군가는 빨래방에 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그냥 입었던 옷 계속 입고 참아야겠다고 했다. 공용 배관에 열선을 설치해서 한파에도 걱정 없이 빨래한다는 대표의 말에 다들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옆자리에서 ‘따르릉’ 울리는 알람 소리에 깜짝 놀랐다. 파김치 담글 때 넣으면 맛나다는 홍게젓갈 공동구매 알람이라는 말에 나는 입맛을 다시며 그녀에게 한 마디 던졌다.


한 병만 부탁해.


그녀는 알겠다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늘 커피를 책임지는 막내가 오늘은 반찬에 넣어 먹으니 맛있었다며 새우소금과 고추소금을 여러 병 가져왔다. 혼자 먹으면 심심하지만 같이 먹으면 맛날 것 같다며 누군가는 빵을, 또 누군가는 꼬깔콘을 가져왔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손가락에 하나씩 끼워 빼먹으며 키득거렸다. 인심도 풍년이고 웃음도 풍년이다.


날이 차니 식구들이 돌아가며 감기로 몸살 앓는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남편이 갈수록 더 챙겨주기를 바라고 아들을 질투한다는 말에 집집마다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며 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큰언니는 성당 친구들과 1박 2일로 수안보 온천에 다녀와 피부가 매끈해져서 좋았다고 했다. 온천욕을 좋아하는 그녀도 싫어하는 그녀도 일주일 내내 찬바람과 싸우다 보니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고 야단법석이었다.

누군가 추워서 집에 돌아오면 꼼짝하기 싫어 운동은 고사하고, 먹고 자기를 반복하는 통에 배둘레가 늘어난다고 걱정하자 환갑, 진갑을 넘기고도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큰언니가 비결을 털어놓았다.

매일 아침 그릭요거트 한 컵에 당근 5분의 1쪽, 사과 4분의 1쪽, 오이 3분의 1쪽, 견과류 조금, 그리고 성필립보생태마을 청국장 가루를 살짝 뿌려서 먹는단다. 위도 편하고 장에도 부담이 가지 않아 좋다고 했다.

책을 펼칠 시간이 되었지만 그녀들의 마음은 주식 얘기로 들썩였다. 더 오른다 이제 안 오른다. 은행 예금을 ETF로 바꿔야 한다, 아니 겁난다 하면서 왈가왈부하다가 어느 집 아들이 “아줌마들이 주식으로 몰리면 뺄 때가 된 거야”라고 했다는 말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주식에 정통한 그녀들의 대표가 빚내는 게 아니면 조금씩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건 괜찮다며 걱정하는 그녀들의 마음을 잡아주었다.

시계를 보니 10시 45분이다. 수다 삼매경에 빠졌던 그녀들이 책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판형을 다 빌려가서 오래된 책을 빌렸다는데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책 보다 크지만 두께가 얇아 들고 다니기 편할 것 같다.

오늘은 『코스모스』 두 번째 시간이다.

누군가는 어려웠다고 하고, 누군가는 재미있다고 했다. 딱딱한 천문학 책이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경이로운 사실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는 이들이 많았다. 태양계 안에서 지구는 잘 보이지도 않는 점에 불과하며 목성 안에 지구가 천 개나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흥미롭게 읽다가도 숫자나 식, 도형이 나오면 갑자기 멈추게 된다는 말에 대부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지상에 사는 인간은 하늘에 가 닿을 수는 없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하늘을 알고자 했다.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에도 해와 달의 움직임을 읽어 농사를 짓고 별을 길잡이 삼아 살아왔다.

미국에는 점성술사가 천문학자보다 10배나 많다는 글을 읽다가, 제미나이에게 태어난 연도와 시를 알려주고 별자리 운세를 보았는데 기막히게 자신과 닮았다는 얘기에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맞다 맞아!” 추임새를 넣으며 신통하다며 엄지를 세웠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점성술보다는 사주를 많이 봤지만,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욕망은 비슷한가 보다.

수학 천재 케플러는 신학교에서 수학을 배우고 튀빙겐 대학교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만났다. 그는 세상이 뒤집히는 것같이 놀랐을 것 같다. 케플러는 연구를 거듭해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행성들이 타원형 궤도를 돈다는 법칙을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엔 그 발견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가 쓴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솜니움 Somnium』은 꿈이라는 뜻으로 상상 속 달 여행기다. 달에서 바라본 지구가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은 당시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케플러는 자신이 쓴 책 때문에, 종교 갈등이 극심했던 30년 전쟁 시기에 어머니가 마녀로 몰려 희생되었다며 괴로워했다.

그녀들은 가난한 천재 학자 케플러와 부유한 황실 수학자 튀코 브라헤의 만남을 인상 깊게 보았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떠올린 이도 있었고, 천동설과 지동설을 두 사람과 잘 엮어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이도 있었다. 튀코 브라헤는 막대한 천문학 자료를 가지고 있었지만 죽기 직전에야 케플러에게 넘겨준다. 살아생전에는 케플러가 자기보다 앞서는 꼴을 보기 싫었지만, 학문의 발전을 위해 결국 넘겨주는 모습이 인간적이었다.

케플러의 평생 목표는 행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천상 세계의 조화를 밝히는 것이었다고 칼 세이건은 말한다. 이 목표는 이후 뉴턴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다. 미적분과 만유인력, 관성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였지만, 태양 빛이 궁금해 미친 듯이 태양을 바라보다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대목에서는 놀랍기도 하고 인간적인 허술함도 느껴졌다.

미숙아로 태어나고 평생 병치레로 힘들게 지냈던 뉴턴은 경쟁자에게 자신의 업적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던 보통 사람이기도 했다. 위대한 천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준 칼 세이건 덕분에 그녀들은 특별할 것만 같던 뉴턴에게도 친근함을 느꼈다.

세상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볼지 모른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더 매끈하게 닦인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아 주우며 놀지만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온전한 미지로 내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161쪽


4장 「천국과 지옥」

1908년 중앙시베리아 퉁그스카에 떨어진 불덩어리. 거대한 불덩어리가 지평선에 닿는 순간 2,000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숲이 납작하게 밀렸고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재로 변했다. 그녀들이 사는 인천 면적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숲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공포가 밀려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사건과 같은 폭발은 1,0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 불덩어리가 바로 혜성의 부스러기다. 혜성은 수천 년 동안 정치인들이 우매한 대중을 자신의 마음대로 이끄는 도구로 쓰였다. 뉴턴의 친구 핼리가 혜성의 주기를 계산해 76년마다 돌아온다는 사실을 밝혀낸 뒤에야 사람들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불꽃놀이가 ‘유성우’라는 대목에서 시골에서 살았던 그녀들의 추억담이 터져 나왔다. 어린 시절 냇가에 누워 별똥별과 은하수를 수없이 보았다는 얘기에 도시에서 자란 그녀들은 부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또 북유럽 여행길에 핀란드에서 배를 타고 스웨덴에 갈 때 하늘 저 높은 곳이 아니라 바로 창 너머에서 북두칠성을 보고 놀랐던 이야기, 뉴질랜드 여행에서 초저녁에 뜬 남십자성을 보았다는 이야기에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해하며 들었다.

어린 시절 그녀들에게 금성은 샛별이며 개밥바라기별이었다. 서양에서 비너스라는 여신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잘 몰랐지만 아무튼 친근했다. 초롱초롱한 별빛이라고 하면 금성을 떠올리곤 했다. 그런데 금성은 우리가 발을 들여놓기에는 너무 뜨겁고 무서운 행성이다. 표면 온도가 480도에 우리가 느끼는 압력의 90배, 게다가 부옇게 보이는 안개는 황산이란다. 도무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칼 세이건은 금성을 지옥에 비유했다.

그렇다면 천국은 어디인가? 칼 세이건에 따르면 천국은 아주 멀리 우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는 날마다 사는 게 지옥이라며 천국을 찾아 헤매지만, 저자는 온도도 습도도 대기도 적당해서 인간과 수없이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이 금성에 대비되는 천국이라고 말한다.

금성이 안개 자욱한 불구덩이 같은 모습이 된 것이 바로 온실효과 때문이다. 그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지구도 인간의 욕심으로 금성처럼 지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가 이 책을 내고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1980년에 그는 이미 지금의 상황을 예견했다. 인간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파괴행위들이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우주를 보며 깨달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지구는 참으로 작고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
215쪽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2023년 뉴욕 본부에서 이제 우리는 기후 온난화를 넘어 기후 열대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재앙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전 지구 사람들이 깨어나 행동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다. 내 가족과 친구들이 떠나고 나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매 순간 우리가 편하게 숨 쉬며 살아가는 지구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당장 할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발자꾹이 전달하는 신부님의 환경 실천 이야기 속에서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좋다. 지금 시작하자!


https://brunch.co.kr/brunchbook/kukkuk8


*30년 전쟁은 가톨릭(신성 로마 제국 황제)과 개신교 제국 간의 종교 전쟁으로 시작되어 유럽 전역의 정치적 전쟁으로 확대되었으며, 독일 지역 인구의 25~40%가 감소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5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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