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칼 세이건
도서관 방학 특강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우리는 오랜만에 복합문화공간 시소에 모였다.
한 시간 먼저 도착했다는 대표 그녀는 산책을 하다 중고 옷 판매점에 들러 3만 원으로 털조끼를 샀다고 자랑했다. 패션 리더인 그녀는 자원순환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밭을 갈아엎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살림꾼 그녀는 마음이 아파 통 크게 당근과 시금치를 한 상자씩 주문했다. 상자째 주문한 채소가 상할까 봐 주말 내내 당근과 시금치 달걀을 지지고 볶아 김밥을 마느라 온몸에 쑤신다며 농민 살리려다 관절염 걸릴 뻔했다는 말에 손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치면서도 눈물 나게 웃어댔다.
딸이 생일 선물로 보여준 연극 “파이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는 언제나 바쁜 그녀. 결혼 전에는 자주 갔지만, 아이들 키우느라 23년 만에 함께 연극을 보니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아쉽게도 박정민의 열연은 보지 못했지만, 함께 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뭉클했다고 했다.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누군가 화들짝 놀라 책을 펼쳤다. 오늘 칼 세이건은 붉은 행성 화성과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과 그 위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이다. 붉게 보이는 이유는 철이 산소를 만나면 붉게 녹슬듯이 화성 표면에 산화철이 많기 때문이다. 철도 있고 산소도 있다니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일까? 칼 세이건은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방, 흰 구름, 흙먼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지표면,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까지도 지구와 같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는 어려서부터 영화나 소설을 읽으며 화성에서 온 외계인을 수도 없이 만났다. 과학자들이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없다고 말해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만 같다.
미국의 퍼시벨 로웰은 거대한 천문대를 세우고 화성의 생명체를 찾아 나섰다. 그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듯하다. 그러나 다윈과 함께 생명의 진화를 밝혔던 앨프레드 러셀 월리스가 화성은 너무 추워 생명체가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과학적 논쟁보다 로웰이 외교관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근무했다는 짧은 문장에 오래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과학책을 보면서도 그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히 반갑다. 어디서든 팔은 안으로 굽는다.
중국에서 발명된 화약은 로켓으로 발전하고, 유럽에 흘러 들어가 전쟁 무기가 되었으며, 인공위성과 우주선으로 발전한다. 칼 세이건은 자연의 산물인 생명체가 진화하듯이 인간의 작품인 기계와 기술도 이렇게 진화한다고 말한다.
화성 생명체를 확인하고 싶은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 그중에서도 칼 세이건의 친구이자 동료인 비시니 액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려다 남극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가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인류는 바이킹 계획을 통해 화성의 생명체를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NASA의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밝히는 일이 아주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칼 세이건과 비시니액은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화성 생명체 연구는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이 있다면 우리 마음대로 좌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화성에서 가져온 흙 한 줌이 지구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는 화성 토양에 미생물이 산다면 지구와 비슷한 방법으로 존재한다는 말에 의아해하며 과학자들이 하나의 사고에 갇혀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화성의 대기가 우리와 다르다면 다른 가능성을 제기할 순 없는 건지 궁금해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바이킹 계획’이라는 이름 자체가 공격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탐사라기보다 개척해서 점령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느껴져서 두렵다고도 했다. 칼 세이건은 순수한 마음으로 화성 탐사를 말했지만, 오늘날 우주 개발자들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부자들의 허황한 놀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제 우리의 시선은 화성을 넘어 목성으로 향한다. 1977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태양계 너머를 향해 보이저 1호를 시작으로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칼 세이건은 끊임없는 탐험과 발견은 인류사의 큰 특징이라며 이는 17, 8세기 네덜란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해상 교역으로 부를 쌓은 네덜란드는 종교적 관용을 바탕으로 과학과 철학, 예술이 꽃피는 사회를 만들었다. 자유를 표방한 네덜란드에서 갈릴레오, 스피노자, 렘브란트, 레번후크 등 내로라하는 과학, 철학, 예술가들이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17세기 초에 개발된 현미경은 양면으로 발전해서 인류의 꿈을 이뤄주었다. 작디작은 세계를 파고들어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고, 망원경을 만들어 광대한 우주로 뻗어나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수 세기 전에 시작한 탐험에서 여행자들이 가져온 먼 나라 이야기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다음 탐험으로 이어지게 했다면, 현대판 탐험대 보이저호는 우주 곳곳을 다니며 사진과 데이터를 통해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목성은 지구의 천 배 크기이며 생명체가 존재할 것처럼 보이는 위성도 거느리고 있다. 목성은 별이 될 만큼 크고 밝은 빛을 냈지만 뒷심이 부족해 끝내 행성으로 남았다. 독립을 꿈꾸던 2인자가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처럼 아쉬웠다. 태양계가 쌍성계였다면 우리는 또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을까? 행성은 지금과는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
토성은 화려한 고리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 속의 고리는 투명하게 빛나 보이지만, 얼음과 암석 파편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호가 유인 우주선이었다면 함정은 항해 일지를 작성했을 거라며 자신이 함장이 되어 대신 기록한 일지를 보여준다.
1일
식량과 기타 비축물, 그리고 기기에 관한 걱정을 뒤로하고, 성공적으로 케이프 커네버릴 우주 기지를 이륙. 행성과 별을 향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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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일
바다에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듯이, 우주에서도 길잡이의 역할을 한다. ~~ 다음에 정박할 항구는 토성권이다. 아, 2년쯤 후면 거기에 닿을 것이다.
보이저 1, 2호는 태양계를 넘어 여전히 우주를 유영하며 별들의 자료를 보내고 있다. 몇 년 뒤 자가발전이 멈출 때까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그녀들의 우주여행도 그렇게 계속되리라.
*『코스모스』 칼 세이건,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5년 4월 17일
*다음 주에는 연말에 떠난 조카의 49제가 있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합니다. 아쉽지만 7장과 8장 이야기는 함께 나누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 주는 설 연휴라 한 주 쉬어갑니다. 3주 뒤에 다시 만나요. 설 연휴 동안 몸살 나지 말고 건강히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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