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자꾹 May 20. 2024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그의 행복 나눔에 울고 웃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지성사     



‘브런치 스토리’에서 알게 된 ‘천재 작가’ 류귀복 님의 글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자꾸 대출되는 바람에 간신히 구했다.     

 

표지에는 엄마 아빠로 보이는 남녀가 아이를 양쪽에서 훌쩍 잡아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 읽었던,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이야기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책은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 4부까지 색깔이 조금씩 다르지만 따뜻하면서도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때론 눈물을 쏙 빼놓기도 한다. 그리고 류귀복 작가의 '책 사랑'이 책 전체에 골고루 잘 녹아 있다.      


1부 <방사선 구역>은 무시무시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평범한 방사선사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병원을 찾아오는 ‘고객’ 중에는 ‘방사능’과 ‘방사선’을 구별 못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해대는 사람, 성희롱에 가까운 농담을 던지는 진상, 따따부따 진료비를 따지는 까탈스러운 이들이 있다. 그들을 친절하게 맞아야 하는 병원 식구들의 웃기고, 슬프고, 때론 화나고 또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부 <가운과 크록스>에서는 안정적인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그의 눈물?나 이야기와 행복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방사선사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이야기가 펼쳐진다. 화이트데이를 준비하는 ‘어디이써 헤밍웨이’ 씨의 이야기는 그의 재치와 글발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3부 <아빠는 일인다역>에는 영원한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던 생활에서, 아이를 만나 세상 다 가진 듯한 행복을 느끼는 아빠가 등장한다. 행복하기만 할 것 같던 아빠의 울고 웃기는 육아 이야기에 푹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아이가 커버린 부모라면 모두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 거고, 부모가 아니라면 약 올라 죽을지도 모른다.      


4부 <숨은 행복 찾기>에는 3부까지 풀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파도 다시 태어나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딸을 맞이하면서도, 태어난 어린 딸이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받을까 봐 속이 타들어가는 아빠는 책을 읽는 이의 가슴을 절절하게 한다. ‘걱정 번역기’에서는 내가 그로 빙의되는 '신비 체험'을 했다. 걱정 번역기를 행복 번역기로 용도 변경한다는 착상에 경의를 표한다.         


       

저자 류귀복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명 ‘로비에 성당이 있는 병원 건물’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며 현명한 부인과 사랑스러운 딸아이와 함께 산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주 진한 아픔이 있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난치병이 틈만 나면 그를 괴롭힌다. ‘생을 포기하는 게 낫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날마다 열심히 치료받고 일하고 아이를 돌본다.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면 파랑새는 지금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하루하루 행복을 느끼고 나누며 살아간다.    

  

그가 나눠준 행복의 글귀들을 냉큼 잡는 행운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나는행복을촬영하는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성사

#딸바보아빠 #숨은행복찾기 #강직성척추염

#감성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 『철도원 삼대』황석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