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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Jul 15. 2024

<부흐하임>으로 떠나실 분?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두행숙 옮김 들녘


꿈꾸는 책들이 가득한 도시 <부흐하임>을 아시나요?

이름도 거창한 주인공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는 공룡입니다.

책이 꿈꾸고 공룡이 책을 읽는 환상의 도시를 함께 탐험하실 분을 찾습니다!!!



우리는 지체할 시간 없이 모험을 떠나야 한다. 우리는 고서적을 찾으러 꿈꾸는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책마을 Heim 집 고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신발 끈을 꽉 조여 매어라. 우리는 바위가 많고 거친 땅을 밟으며 오랜 길을 가야 한다. 그다음에는 허리까지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몸을 찌르는 단조로운 초원지대를 헤치며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황량하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뒤얽힌 위험하고 좁은 길들을 따라서 깊은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14쪽


꿈꾸는 책
고서적- 장사꾼들의 눈에는 제대로 살아 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대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 중간인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 과거에 존재했다가 소멸을 앞두고 있다.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것을 구입해서 들고나갈 때에만 새로이 잠에서 깨어 생명을 얻을 수 있다.


머릿속의 허구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꿈을 꾸다가 죽는다는 것이?
195쪽
우리는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찾아 수집합니다. 마음과 이성으로 책을 찾지, 도기와 칼을 들고 찾는 것이 아닙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고 배우기 위해서 책을 찾는 겁니다.
343 쪽


몇 년 전에 헌책방에 갔다가 제목에 홀려서 샀다. 꿈꾸는 책들이 뭘까 궁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펼쳤지만 판타지 동화 같은 설정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주인공이 공룡이라는 설정도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냥 덮어 버렸다.


하지만 책장 속에서 늘 날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잘 펼쳐지지 않는 책은 역시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답이다. 책 모임에서 읽기로 했다. 그래도 처음 몇 장 그리고 중간까지는 지루했다. 그냥 글을 쓰고 싶은 공룡의 지난한 성장 소설인 듯했다.


꿈꾸는 책이란 오래된 고서들을 말하는 것이라는 게 수확이라고 할까. 그런데 1권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주인공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스마이크라는 거대 독점상에게 이끌려 책 중독에 빠지고, 결국 지하 세계로 쫓겨가면서 진짜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숨 가쁘게 읽어 나갔다.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책 사냥꾼은 돈이 되는 귀한 책만 찾아다닌다. 싸움은 기본이고 죽음도 불사하는 이들도 있다. 부흐링 족은 눈이 하나밖에 없는 미니언이 떠올라 나름 귀여울 것 같았다. 그들은 책을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읽는 책에 따라 영양상태가 달라진다. 낭만이 있는 책 사냥꾼 레겐샤인과 어마어마한 비밀을 지닌 그림자 제왕을 통해 힐데군스트는 엄청난 모험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성장한다.

     

지상의 부흐하임은 그냥 재미있는 책의 꿈동산, **랜드 랄까. 하지만 부흐하임의 지하 세계는 너무도 많은 것이 숨겨져 있었다. 상상의 상상을 더해가며 책을 읽어도 신기하기만 했다.


'우주는 폭발했다'는  글귀에서는 ‘빅뱅’이, '빛과 가스 사이로 유령 하나가 나타나 떠돌고 있다'에서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떠올랐다. <현자의 돌> 얘기는 해리포터가 생각나고, 힐데군스트가 종이 조각을 따라갈 때는 ‘헨젤과 그레텔’이 생각났다. 외눈박이 부흐링들이 유명 작가의 문장을 암송하고 작가를 맞추는 '오름'에 함께 취하고도 싶었다. 내가 부흐링이라면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을 암송하고 싶다.


이상하게도 책을 덮을 때까지 계속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지만 자꾸자꾸 써야겠구나 싶었다. ‘생각만 하고, 읽기만 하고, 경험만 하기보단 무엇이 되었든 써보자. 주인공처럼 왼손으로 연습을 하진 않겠지만 서툰 글이지만 계속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찼다. 나는 그냥 가벼운 판타지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습니다. 그래서 북스타그램을 시작하고, 거기서 힘을 얻어 브런치 스토리에도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부흐하임>의 지하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우실 겁니다. 저는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꿈꾸는책들의도시 #발터뫼르스 #두행숙옮김 #들녘

#부흐하임

#판타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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