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토끼』 유설화 그림책
무덥고 습한 이 여름을 잘 보내고 계시나요?
아니면 그냥 하루하루 살아 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잘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 있는 척했지만, 사실 많이 힘듭니다. 봄부터 호기롭게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연이어 떨어졌습니다. 언가 얹힌 듯 가슴이 답답합니다. 어깨도 축 처졌습니다. 힘이 자꾸 빠집니다.
그래서 <그림책 심리지도> 수업 중에 배웠던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읽으려고 준비했어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의 경주 이야기, 후속 편입니다. 유설화 작가의 『슈퍼 토끼』와 『슈퍼 거북』이에요.
경주 후에 너무도 달라진 환경에서 토끼와 거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두 주에 걸쳐 두 주인공을 따라가 볼게요.
오늘은 느림보 거북이에게 지고 상심한 토끼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토끼 이름은 재빨라예요.
재빨라는 경주에 지고 나서 마을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어요.
사실은 내가 어젯밤에 잠을 못 자서…
어떻게 내가 잠든 사이에 혼자 달릴 수 있지?
다시 달리면 내가 이길 수 있어.
이번 경주는 무효야!
온갖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재빨라는 너무 속상했어요.
화가 나서 모든 게 꿈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이 통째로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고 일어나도 세상은 그대로였어요.
아니 세상은 토끼를 이긴 ’슈퍼 거북‘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모두 ’슈퍼 거북‘을 칭찬하느라 입이 마를 줄 몰랐답니다.
재빨라는 쓰린 속을 달래며 괜찮다고 되뇌었지만 괜찮지 않았어요.
길을 가다가 ’달‘ 자만 들려도 귀가 쫑긋했어요.
고 시원한 수박을 봐도,
신속 배
재빨라는 너무 힘들었어요.
세상 사람들 모두 신한테 소리치는 것 같았어요.
‘바보! 멍청이! 쓸모없는 패배자!
재빨라는 이제 정말 달리기가 지긋지긋했어요.
두고 봐, 이제 다시는 달리기 따위 하지 않을 거야!
재빨라는 촛불을 켜놓고 다시는 달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방바닥에는 뾰족한 침을 가득 뿌려 놓았어요.
발목에는 커다란 쇠구슬을 달아 놓고 빨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어요.
그리고는......
정말로 달리지 않았어요.
마지막 열차가 출발을 한 대도, 화장실이 아무리 급해도, 마트에서 마감 빅세일을 해도, 심지어 소나기가 쏟아져도 그 비를 다 맞으며 터덜터덜 걸어갔어요.
하지만 재빨라의 속마음은 달랐어요.
머릿속에서는 온통 달리기 생각뿐이었어요.
재빨라의 속은 타들어 갔어요.
어느 날 터덜터덜 길을 걷다가 상가 유리에 비친 자신을 보고 놀랐어요.
귀는 축 처지고, 코는 바짝 말라 버렸고, 털도 많이 빠져 보였어요.
영락없이 병든 토끼였어요.
재빨라는 기운이 없어서 하염없이 땅만 보고 걸었어요.
그런데 재빨라를 향해서 한 무리 동물들이 돌진해 왔습니다.
달리기 대회가 열린 거예요.
재빨라는 피할 사이도 없이 동물들 사이에 섞여 달리게 되었어요.
재빨라는 달리고 또 달렸어요.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달렸어요.
숨이 턱에 닿을 것 같았지만
재빨라는 계속 달렸어요.
재빨라는 달리면서 하늘을 보고 풀 냄새도 맡았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재빨라는 깨달았어요.
누가 뭐래도 역시 토끼는 달려야 한다니까.
이제 토끼 재빨라에게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무언지 알았으니까요.
재빨라는 오늘도 어디에선가 열심히 달리고 있을 거예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저를 찬찬히 돌아봤어요.
나는 왜 글을 쓸까?
나는 진짜 글 쓰는 걸 좋아하나?
내게 재능이 있나?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는 명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저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수없이 합니다. 하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스쳐 가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되는 것이 신기합니다. 글을 쓰면서 지나간 아픈 일들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즐거운 일을 글에 담으면 더 즐거워집니다. 또 작가님들과 소통하고 서로 토닥여 주며 배우는 것들이 참 큽니다.
그래서 아직 답을 명확하게 찾지는 못했지만, 계속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글쓰기가 재미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으셨나요?
찾으셨다면 무더위에 지치지 말고 찬찬히 가시길 바랄게요.
아직 찾지 못하셨다면 자신을 따뜻한 눈으로 마주하시길 바랄게요.
무더위에 모두들 지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힘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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