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왕 수바』 이지은 그림책
더워!
더워!
더워!
오늘도 무척 덥습니다.
이런 날은 시원한 물가에서 수박 한쪽 먹으면 제격이죠.
둥그렇고 빨간 속살에 까만 씨앗이 점점이 박힌 수박!
혹시 수박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시나요?
오늘은 수박 한쪽씩 드시면서 제 얘기 한 번 들어보세요~~.
통통
수박이냐?
잠잠….
(말하는 수박일까요?)
할머니가 수박에 칼을 대자
갈라졌어요.
엄청 달구먼
하나씩 먹으면서 들어.
그러니까 그게 언제더라.
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쩌나!
할머니가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렸어요.
(오늘도 한밤중 산길이네요. 밤에 산길을 가면 전설이 만들어지죠.)
저 멀리서 빛이 뿜어져 나옵니다.
초록 몸통에 짙은 줄무늬가 있는 네발 달린 녀석이
뒤집어져 버둥거리고 있네요.
할머니가
밀어주자,
넙죽 엎드려 감사 인사를 합니다.
저는 하늘에 사는 용.
태양 왕 수바라고 합니다.
할머니는 잘 안 들리시나 봅니다.
태양 왕 수박?(할머니)
태양 왕 수바입니다.(수바)
아, 왕수박. 난 팥 할멈이야.
(이제부턴 할멈이라고 부를게요.)
왕 수박 아니고 수바요. 그냥 수바.
그냥 수박. 왕 수박 아니고 수박.
(할멈은 수바를 쭈욱 수박이라고 부릅니다.)
암튼
수바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태양 왕 수바는 원래 두 날개가 있었답니다.
수바는 하늘을 날며 그 날개에서 나오는 신비한 힘으로 온갖 생명을 잘 돌봤지요.
어느 날 몸통 둘이 하나로 배배 꼬여있는 머리 둘 달린 짐승이 찾아왔습니다.
순진한 수바가 꼬임에 빠졌습니다.
그 짐승은 날카로운 이빨로 수바의 날개를 물어뜯어 제 몸에 붙이더니,
으르렁
하더니
머리 둘 달린 용이 되었습니다.
수바는 간신히 도망쳐서 목숨은 구했다고 합니다.
수바는 애처로운 얼굴로 할멈을 보며,
날개를 찾아 한시바삐 하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땅의 신께 제사를 지내야 한다네요.
할멈은 삭신이 쑤셔 만사가 귀찮았지만,
날개를 찾으면 ‘용의 보물’을 준다는 말에
상다리가 휘어지게 제사상을 차려줍니다.
수바는 할머니가 차려준 제사상 앞에 넙죽 엎드려,
하늘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날개를 되찾게 해달라고
못된 둘 머리 용을 혼내 달라고
한 번만 도와주시면
더 지혜로운 태양 왕이 되겠다며
빌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번개가
번쩍!
날개는 고사하고, 수바 등의 털이 홀랑 타버렸습니다.
이번에는 바다에 제사를 지내겠다고
배를 한 척 구해달라고 합니다.
할멈은 잠시 고민하더니
금은보화를 떠올리고는
배를 구해옵니다.
할멈이 노를 젓고
수바는 또다시 기도를 하고 또 합니다.
철썩철썩 치던 파도가 거세지더니
거대한 풍랑이 되고,
수바는 바닷물 속으로 처박히고 맙니다.
헤엄을 못 쳐, 꼬르르르 가라앉으면서도
빌고 또 빕니다.
저 위에서 빛이 보입니다.
수바를 구해준 건
바다신이 아니라
팥 할멈이었어요.
수바는
이번에도 기도가 부족했다고 자책합니다.
이번에는 살아 무엇하겠냐며
잉잉잉잉
울다가
다시 제사를 지내게 해달라고 합니다.
할멈이 어디선가 가마솥을 구해왔습니다.
이번엔 어디에 어떤 제사를 지내려는 걸까요?
할멈은 음식을 차리는 대신
가마솥 뚜껑을
꽹! 꽹! 꽹!
두드려댑니다.
주문을 외우듯 소리칩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둘 머리 용께 비나이다
태양 왕 수박을 잡았으니
요놈 데려가세요.
할멈의 고함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둘 머리 용이 놀라 깨어납니다.
수바를 잡았다는 소리에
날개를 활짝 펴더니,
슈웅
할멈에게 날아옵니다.
할멈은 슈바가 들어있다면서 작은 호리병을 바칩니다.
둘 머리 용은
프슈슈슈슈
주문을 외더니,
순식간에 호리병만큼 작아집니다.
파란 머리와 빨간 머리가 수바를 찾겠다고 호리병 속에서 난장판을 벌입니다.
할멈이 그 틈에 수바를 불러옵니다.
수바는 호리병과 둘 머리 용을 한꺼번에 꿀꺽 삼키더니...
다시 하늘을 나는 수바가 되었습니다.
날개가 넷이나 달린 더 멋지고 힘센 태양 왕 말이지요.
수바는 약속대로 보물을 주겠다고 합니다.
수바는
퉤
퉤
퉤
까만 씨앗을 할멈 얼굴에 잔뜩 뿌려주고 떠납니다.
할멈은 허탈했습니다.
하지만 보물이라니
땅에 심어 보았습니다.
수바와 똑 닮은 녀석들이 주렁주렁 열렸지요.
할멈은 그 녀석들을 수박이라 불렀어요.
할멈은 수바가 보내준 보물을 해마다 맛나게 먹습니다.
그런데
혹시
먹기 전에 꼭 '통통' 두드려 확인해 본답니다.
여러분도 수박 살 때 '통통' 두드려 보시나요?
앞으론 수박을 두드릴 때 귀를 더 쫑긋하고 들어보셔요.
혹시 진짜 태양 왕 수바가 돌아온 걸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저러나
할멈은 수바가 보내준 보물로 큰 부자가 됐을까요?
궁금하시면
어서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시지요~~
그림책 "태양 왕 수바"를 직접 만나시면,
울다가 웃다가 배꼽 빠지실지 몰라요.
책임은 못 집니다요.
할멈의 수박 사랑이 참 크지요.
'보물 때문' 이라지만 무릎이 시큰시큰 삭신이 쑤시는데도 제사상을 거하게 차려주고, 배도 빌려오고, 목숨까지 구해줍니다. 그리곤 머리 둘 용까지 재치 있게 잡아 두지요. 반대로 수바는 '태양 왕'이라면서 할 줄 아는 것은 '비나이다, 비나이다.' 밖에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수바는 할멈한테 큰걸 배워갔을까요?
오늘은 재미난 이야기도 듣고 할머니 지혜까지 얻어 가니 1석2조가 따로 없습니다.
할머니처럼 시원한 수박 많이 드시고, 여름을 잘 보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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