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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Aug 09. 2024

감정 돌보기

『감정 호텔』 리디아 브란코비치 글 그림

내 마음이 머무는 곳 

『감정 호텔』 리디아 브란코비치 글 그림

 장미란 옮김/ 책읽는 곰  

   

오늘은 우리 마음의 온갖 감정들이 머물다 떠나는 “감정 호텔”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호텔의 첫인상이 마음에 드시나요?

호텔 델루나가 떠오르신다구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구요?   

 

‘감정 호텔’에는 이곳에 머무르는 감정을 보살피는 지배인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그 지배인이 들려주는 감정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감정 호텔도 여느 호텔처럼 날마다 다른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반가운 손님도 있지만 조금은 부담스러운 손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 호텔은 최고급 호텔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손님을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저마다 어울리는 방을 제공하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슬픔은 

방을 어지르기 일쑤고 욕실에는 물이 넘치곤 하지요. 그런데 슬픔은 목소리가 작아서 조용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슬픔이 떠나지 못하고, 호텔은 아래층까지 물바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분노는 

그 반대로 커다랗게 소리를 질러대기 때문에, 아주 아주 넓고 큰 방을 따로 내주어야 해요. 분노를 조그만 곳에 가두어 두면 온갖 감정으로 변해서 호텔이 떠들썩해집니다. 분노는 마음껏 소리 지르게 해 주면 생각보다 빨리 털고 일어납니다. 

    

분노가 떠나니 평화가 찾아옵니다.

지배인도 잠시 누워 쉴 수 있습니다. 

    

호텔을 찾아오는 감정은 크기도 모양도 다릅니다.

감정 호텔 지배인은 저마다 다른 감정의 소리를 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감정이 들이닥치면 곤란합니다.

지배인은 많은 방들을 오르내리며 무진 애를 씁니다.   

  

너무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찾아와 서로 자기를 보아달라고 아우성치면,

불안이 찾아옵니다.      


불안은 

두려움의 얼굴을 하거나 죄책감의 얼굴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불안은 어떤 모습이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힘에 부치면, 지배인은 호텔 밖으로 잠시 나가 달빛을 봅니다. 

그러면 슬며시 감사가 찾아옵니다. 

감사가 다가오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혼자서 그 많은 감정을 돌보고 호텔을 꾸려가려면 힘들겠지요?

자신감, 자긍심, 사랑이 찾아와 도와준답니다.

그러면 호텔은 마법처럼 기쁨의 공간이 되지요. 

    

감정 호텔에는 이렇게 많은 감정이 머물다 갑니다. 

어떤 감정은 반갑지만, 또 어떤 감정은 빨리 가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감정들을 
재촉해서는 안 돼요.
다들 오고 싶을 때 오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요.      

         



처음에 책을 읽고 나서, 내 불안과 슬픔과 분노를 호텔에 맡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감정들과 힘겨루기를 하지 않고도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서 감정 호텔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읽고 보니, 감정 호텔은 지배인을 너무 혹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속의 지배인은 불평하지 않았지만,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화도 났습니다. 아무리 다른 감정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그 많은 감정을 혼자서 일일이 돌보다니 ‘노동착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읽고 생각하니, 그 지배인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심리상담사나 정신의학 전문의들이 있어서 우리의 감정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24시간 동안 ‘내’ 감정과 함께하는 이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러면 ‘나’는 어떤 지배인일까요?      


‘나’는 슬픔이 찾아오면 주변으로 퍼질까 봐 꾹꾹 눌러 담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 울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러다 슬픔이 너무 커져 눈물이 홍수가 되어버립니다. 분노가 찾아오면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부딪칩니다. 방향 제시를 하기는커녕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불안이 찾아오면 그야말로 두 손 두 발 다 내려놓습니다. 불안은 사방으로 퍼져서 내 안의 모든 감정에 물듭니다. 아무 일도 못 하고 심지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때로는 슬픔과 불안과 분노를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화를 내거나 거짓으로 웃기도 합니다. 어떤 감정인지도 잘 모르면서 나를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도 합니다.  '나'는 찾아오는 감정들과 싸우기 바쁩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감정 호텔”의 지배인처럼 감정을 잘 돌볼 수는 없는 걸까요?    


 

'나'는 찾아오는 감정을 잘 돌보기 위해 목록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잘 지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 번이라도 나를 솔직하게 바라본다면 조금은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잠깐 멈추기
 -어떤 감정이 찾아왔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기
-그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솔직히 받아들이기
-감정이 원하는 것 잘 들어보기
-해결하기 어려울 땐 주변에 도움 청하기
-감정에 맞게 행동하기
*‘어떤 감정이든 머물다 떠난다’는 사실 잊지 말기           


여러분은 감정을 잘 돌보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비법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시겠어요?


저처럼 감정 돌보기에 서툰 분들은 자신만의 점검 목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저는 제 감정을 모른척할 때가 많아서 ‘굳이’ 외면하지 않기를 제 목록에 집어넣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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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매거진 "감정 호텔" 표지 사진은 알라딘(주)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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