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가 다 되었네. 울 아들은 이제 취침 시간이겠구나. 장마가 시작된다던데 그쪽은 어떠니? 이곳은 하루 종일 흐려서 언제라도 비가 올 것 같아. 장마가 오면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날이 너무 쨍쨍 더워도 걱정이지만, 진흙탕에서 훈련받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그것도 걱정이네. 엄마는 너무 걱정이 많다구?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잘할 거라고…. 네가 옆에서 말해줄 것 같아.
여기는 흐리고 바람도 불어서 어제보다는 좀 시원했는데 그곳은 여전히 더웠지? 그치만 미세먼지는 그쪽이 더 적고 공기도 더 깨끗하더라. 그나마 그거라도 위안이 된다. 이번 주말엔 네 외삼촌 생일이어서 같이 저녁 먹기로 했어. 다들 네 얘기 많이 하겠지. 지난주에 소포 올 때 같이 들어있던 네 독사진 보여줘야지. 진짜 사나이가 따로 없는 거 같아. 근데 내무반에서 찍은 사진 보니까 울 아들은 여전히 너무 말랐어. 살 좀 붙어야 할 텐데. 전투적으로 잘 챙겨 먹고 있지?
이제 3주 있으면 울 아들 얼굴 보겠네. 수료식 날 쉴 수 있는 방도 구해 놓았어.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훈련소 가까운 곳은 얻지 못했지만, 같이 밥 먹고 쉴 수 있을 거야. 아빠가 고생이 많으셨어. 처음에 너무 서둔다고 엄마가 뭐라 했거든. 그래서 가까운 곳을 다 놓쳐 버린 거 같아. 아빠 말을 들어야 했는데, 그치? 그래도 나름 쾌적해 보이더라. 이제 하루하루 갈수록 널 볼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니까 좋아.
얼마나 새카맣게 그을렸을까? 선크림은 제대로 바르고 있나? 머리가 다 타진 않았을까? 올여름도 무진장 더울 것 같아서 여전히 날마다 기도하는 맘으로 보내고 있어. ‘가능한 덜 더운 시간에 훈련받도록 잘 배려해 주십시오’ 하고 말이야.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부르고픈 심정이야.
엄마가 지난 편지에 썼던가? 이번 내무반 사진은 다들 더 편해 보이더라고. 이젠 서로서로 많이 친해졌겠다. 동호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제 편지 쓸 때 너무너무 졸려서 손 편지로 썼으면 괴발개발이었을 거야. 크크
내일은 드뎌 다혜 쌤을 만나러 간다. ‘이번엔 머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야. 기르기는 할 건데 한 번 뽀글이를 해볼까? 아님 다시 한번 주욱 펴볼까. 낼 다녀와서 자세히 보고할게.
오늘은 졸리지는 않은데, 아이패드 배터리가 간당간당한다. 충전해야겠어. 엄마 꿈꾸지 말고 푹 잘 자. 엄마도 잘 자도록 할게.
2019년 6월 26일 수요일 밤 10시 27분
입소 16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