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보내온 아들의 편지
7월 5일 4시 30분, 오전이에요.
오늘은 경계 근무 훈련을 위해 새벽에 일어났어요. 이른 조식을 먹고 출발할 거예요. 거의 야식 겸 아침이죠.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내일이면 휴식이 주어져요. 원래는 내일 불교 수계식을 신청했던 게 있어서 불당에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제 수계식 신청서가 분실되었나 봐요. 수계식 명단에 없대요. 수계식에 다녀오면 불교 문양 펜던트를 준다길래 기대했는데 받아보진 못하겠네요.
훈련소 참 신기해요. 분명 47분에 방송지시로 ‘집합 5분 전’하고선 48분에 ‘집합 1분 전’ 그러네요. 분대장의 국방부 시계는 빨리 돌아간다?! 한국인으로서 거절할 수 없는 제육 덮밥 짬밥을 먹고 왔어요. 현재 시각 6시 00분. 너무 심심하지만, 곧 훈련에 나간대요. 나를 즐겁게 해 줄 훈련이면 좋겠어요.
찾아보니까, 경계 근무 설 때는 외부인 접근 시 암구호를 물어봐야 한 대요. 막사 내에서 불침번을 설 때도 암구호가 정해져 있었는데 ‘라디오 ○○’, ‘○○○ 심플’? 암구호가 이상해요.
아 맞다. 여기에 와서 처음 소총을 꺼냈을 때는 총구가 내 쪽으로 온 것 같아 공포에 떨었는데, 실탄 사격 훈련이나 소총 분해-결합 훈련을 하면서 총기랑 조금 친해졌어요.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나쁘지만도 않죠.
이제 출동한대요. 다녀올게요.
12시 4분이에요. 무더운 훈련을 마치고 왔지요. 땀범벅이지만 샤워도 못 하고 점심 식사하러 가야 한다네요. 흑흑. 다행히도 이걸로 이번 주 훈련은 끝이죠. 허허 만족스럽군.
요즘 들어 우리 아부지의 마음가짐을 계승하고 있어요. ‘저걸 꼭 피해야지’ 하면 꼭 거기 부딪치고, ‘이쪽 길로 가야지 해야 마음먹은 쪽으로 갈 수 있다’라는 말은 「긍정적인 목표에 집중하라」는 것이라고 저만의 해석을 했어요. 그래서 ‘훈련 불합격하면 안 된다.’ 보다는 ‘이 훈련 합격 해보자.’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두고 생활 중이지요. 아빠의 그 마음가짐이 내가 해석한 것과는 요점이 다를 수 있지만, 아주 긍정적인 성격을 만들어주고 좋은 효과를 나타내주는 것만은 확실해요.
아빠, 사랑해요. 옆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동기가 밥 먹기 전에 ‘하나님 아버지’께 매번 기도해요. 그래서 저도 옆에서 기도하고 밥 먹어요. ‘나의 아버지 ○○○’께 기도해요. 제 기도가 인천에 닿겠죠? 아버지! 역시 세상에서 제일 맛난 빵은 아빵. 12시 30분인데 아직도 밥을 못 먹어서 정신이 나가고 있군요.
밥 먹자! 아, 밥에 간식으로 요맘때 콘 아이스크림이 나와서 행복했어요.
샤워도 하고 왔어요. 너무 쾌적해요. 이젠 내무반이 집이야~~
우리 가족들 진짜 집에서 뭐 하고 있으려나 궁금하네요! 인편으로 정답을 보내주시면 상품으로 건강한 사나이 저를 보내드립니다.
2019년 07.05.(금)
모든 일정 마치고 개인 정비 시간을 갖고 있는 아들 올림.
*엄마!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사이에 「민트 하임」이라는 민트 초코 간식 집이 있대요. 꼭 가봐용. 우리 가족끼리 가도 좋구요. ㅎㅎ.
*덧 붙이는 말
다음 편지는 이 편지의 답장이라 아들의 허락을 받고, 이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