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샐리 존스 Jun 10. 2022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

  나에겐 30년 지기 친구가 하나 있다. 그녀의 이름은 J. 그녀는  내 40년 인생에서 친구라고 부를 만한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30년을 알아왔지만, 나는 내가 J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 최근 친구가 운영하는 공부방에 출근하면서 알게 되었다. 서로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발가벗은 몸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벌레와 비둘기를 굉장히 싫어하고 늘 깔끔하게 차려입고 다녔던 친구였기에 나는 J가 그렇게나 정리를 못하고 더러움에 무딘 사람이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2주 전,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공부방에 처음 갔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책상 위에 각종 영수증 쪼가리와 화장품들, 액세서리, 필기구, 상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니어처들, 전자제품 사용 설명서, 먹다 남은 젤리와 아몬드, 유통기한 지난 레몬청, 일회용 숟가락과 포크, 스타벅스 다이어리...  등등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몇 번 정리를 하라고 말해 보았지만 친구는 전혀 정리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나는 친구가 늦게 출근하는 날을 기다려 아침 일찍 공부방에 도착, 책상 정리를 시작으로 곳곳에 쌓인 먼지 먼지를 털고, 바닥에 쌓인 지우개 가루들을 치웠다.


  내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친구가 책상 위에서 바퀴벌레를 키우든, 구석구석 거미가 집을 지어 먼지와 콜라보를 이루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된 이상, 친구의 지저분함을 나는 도저히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내가 허락도 없이 자기 물건을 치우고 정리한 것이 J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깔끔히 정리된 모습을 보고 그 누구보다 좋아한 것은 무심한 듯이 보이던 아이들이었다.  매일매일 한 시간씩 공부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그 아이들 말이다. 선생님이 무서워 차마 말은 못 꺼냈지만 지저분하고 더러운 공부방이 내심 불편했던 것이다.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는 제발 정리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오늘도 나는 1시간 일찍 출근해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킨다. 아이들의 맨발로 돌아다니는 바닥을 닦고 아이들이 팔고 얼굴을 비비는 책상을 닦는다. J가 싫어하는  파리들이 좀 들어오면 어떠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아이들 위해 나는 오늘도 청소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견 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