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어린이가 존중 받는 세상
3년 전부터 방문 돌봄 업체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일주일에 5시간에서 많아야 10시간 정도 일하는 것이라 직업이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나는 이 일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선생님으로 만나는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살갑게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 그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객관성은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아이들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도 돌봄 교사로 일을 하지만, 내 아이를 돌봐 줄 놀이 선생님을 정기적으로 만났던 적이 있다. ADHD인 둘째 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야외놀이를 같이 해 줄 대학생(남자) 선생님을 구했던 것이다.
내가 이 일을 하다 보니 '선생님이 우리 아들로 인해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내가 아는 희찬이는 너무 밝고 착한 아이인데, 우리 아들의 산만하고 어리숙한 모습만을 보고 선생님이 편견을 가지시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해심 많고 밝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희찬이는 주말마다 선생님에게 축구를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선생님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선생님이 3개월 후 졸업을 앞두고 계셨기 때문이다.
아쉬워하는 우리에게 선생님은 마지막 돌봄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글을 남겨 주셨다.
".... 찬이는 천진난만한 눈웃음 속에 세심함이 숨어 있는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제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 디를 기억 했거든요. 그 세심함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줄까 조심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찬이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끼쳤기를 바라요...."
아! 이 짧은 글이 나에게 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아르바이트로 돌봄 교사를 하고 있던 이 청년은, 보육교사인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알기 때문에 항상 전전긍긍했던 엄마에게,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아이의 장점을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해주신 선생님..
엄마라서, 엄마이기 때문에 자기 자식의 단점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굳이 다른 사람들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의 장점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 탓이다.
그 선생님을 통해서 돌봄 교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 하나를 알게 되었다.
처음 만난 아이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어떤 아이일 겄다"라고 미루어 짐작하지 말 것.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도 자기 아이를 모르는데, 처음 만나 몇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이 아이를 평가한다는 것은 교만한 일이다.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말 안 듣는 아이>가 될 수도 있고, <짜증 많은 아이>가 될 수도 있고, <버릇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아이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자.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아이의 장점을 찾아 엄마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내 아이의 좋은 점을 들었을 때, 그때 내가 느꼈던 행복감을 다른 엄마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다.
내 성격에 아이들을 볼 때마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 많은 선생님은 절대 못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을 편견 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자신은 있다. 나도 그 선생님처럼 '나를 만났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지!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랑 찬이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찬이가 선생님처럼 멋지고 좋은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