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의 1은 1
직업을 갖기로 결심한 건, 순전히 나를 위해서였다.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들이 커 가면서 엄마가 아닌 다른 역할이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통해 내가 성장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내 생각과는 꽤 달랐다. 노동의 즐거움보다 노동의 괴로움이 더 크다는 것을, 가정주부로 사는 10여 년 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돈을 번다는 기쁨도, 나의 부재로 인해 생긴 추가 지출과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한없이 부족하다. 내가 번 돈이 내에게 쓰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나의 부재를 메우기 위한 아이들의 학원비로 나간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일'이라는 굴레에 묶이고 나니, 일 외에 다른 것에 대해서는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나는 활동적인 사람이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었는데, 일을 시작한 지 단 두 달 만에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밖에 나가는 것도 싫은 귀차니즘 인간이 되었다.
아이들 어릴 때 주말에 밖에 나가자고 하면 그렇게 귀찮아하던 신랑의 마음이 단박에 이해가 되고, 돈 벌어 자기가 쓰지도 못하면서 성실하게 십몇 년 직장 생활해 준 신랑이 기특하기도 하다. 나는 고작 두 달 일 하고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어찌 되었든 15년 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신랑을 단 2달 만에 이해하게 되다니, 일이 나를 성장시키긴 했나 보다. 수학에서 '1'은 자연수에서는 셈의 '시작'이고, 분수에서는 부분이 모인 '전체'를 의미한다. 수학을 '1'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볼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지금은 힘들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6개월 후의 나는 또 달라져 있겠지? 나의 꾸준한 성장을 꿈꾸며 지금의 힘든 시간을 버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