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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pen Sally Feb 19. 2022

병원에서 날밤을 새다.

싱가포르 KK Hospital


병원에서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걱정과 온갖 낯선 소리가 나의 잠을 앗아가 버렸지만

애써 눈을 감고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피곤에 절은 육신이 자라고 아우성이라

억지로 잠을 청하는데

살포시 잠이 들만하면

온갖 생소한 소음들이 각자의 차례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나를 두들겨 깨운다.

삐삐 삑~~, 링링, 덜그럭, 애앵 , 어텐션 플리즈, 웅웅, 윙윙, 저벅저벅, 탁탁, 탁탁, 지이잉 징…

내 몸 하나 눕히기도 버거운 간이침대에 새우같이 몸을 구겨 뉘어 쉬어보려 하지만

차례로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소음이 친구 하자고 하이파이브를 해대며 자꾸만 덤비는 통에

잠은 벌써 화들짝 놀라 저만치 달아난다.

2시간째 울리는 알람은 정작 그 주인만 빼고 고단하고 불편한 쪽잠을 자는 모든 이를 깨우고

뻔뻔스럽게 미안한 기색도 없다.  

차르륵 쳐진 커튼 한구석에서 어느 엄마의 숨죽인 훌쩍임에 괜히  콧날도 시큰해지고 나는 괜스레 잠든 아이의 배를 토닥토닥거려본다.

그렇게 나의 2월의 어느 밤이, 소아 병동 다인실에서 하룻밤이  가슴에 까맣게 재를 남기며 그렇게 사그라든다

 가슴에 흔적을 남기고  시끄럽게도 고요하던 밤이 사그라진다.

백신 접종 후 아이가 계속해서 숨이 차고 간헐적 가슴통증이 있다 하여 찜찜한 마음에 일단 검사를 하려고 이번 주 월요일 하교를 한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데려왔다. 마침 나도 오후 수업이 학생들의 사정으로 캔슬되어 시간이 있는지라 얼른 아이를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의 상태는 심각하지 않았고 컨디션도  좋았지만 계속 통증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맘 졸이느니 그냥 검사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자 하고 검사를 하러 갔다.

집에서 멀지 않고 소아전문 병동과 응급실이 있는 KK Women’s and Children’s Hospital 응급실로 왔다. 입구에서부터 무언가 아비규환의 한 복판에 걸어 들어온 것 같다.

백신 접종 후 가슴통증과 숨이 차는 것 때문에 왔다 하니 소아 응급실 입구 주차장에 마련된 ART 테스트 섹션으로 가서 테스트 진행 후 음성 확인 후 들여보내 준다. (보호자는 테스트를 하지 않고 입장 가능, 추후 입원 시 보호자도 ART) 처음에 접수 후 금방 차례가 오길래 방심했다…

이는 그냥 간호사의 문진으로 의사 영접을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입문과정이었다.

예상 대기 시긴 217분…

이제 지옥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검사 후 저녁을 어떡하지 고민하며 긴 기다림에 짜증도 나고 무념무상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우주의 먼지인가 이렇게 사라지나 하는 찰나 드디어 우리 번호가 화면에 뜬다!

반갑게 의사 선생님 영접하러 간다.

슨상님이 증상과 백신 관련 질문부터  아이의 출생부터 그간 병력에 대해 질문 폭탄을 하고 아이한테도 증상이 어떤지 얼마나 아픈지 등을 친절하게 묻는다. 조신하게 대답하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슨상님, 뭐 별 이상은 없지요?”

“ 음… 검사 시작하고 입원절차도 같이 진행할게요. 입원 수속하세요!”

“ 네? 아니 왜요? 크게 이상이 있는 건가요? 결과 이상 없음 집에 가도 되는 거 아닌가요?”

(입원은 정말 나의 계획에 없던 일입니다!!!)

“ 물론 큰 이상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 또래 아이들이 2차 맞고 이상 증상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고 또 확실하게 검사해보는 게 좋으니 입원시키는 겁니다. 검사는 지금 하고 밤새 심장 체크하고 12시간 후 재검사 한 뒤 이상 없으면 내일 퇴원할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일단 피를 한 3 튜브 정도 뽑았다.

그리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런 뒤 심전도를 했다.

입원 수속은 비교적 간단했다. 접수에 가서 등록하면 나보고  보호자인 나의 ART 결과를 가져오라고 한다.

“ 어… 응급실 들어올 때 나는 안 해 주던데요 아이만 해주고…”

“ 네.. 니돈 주고 사서 하셔야 합니다! 너는!!”

“ 네? 근데 어디서 사죠?”

요오기를 나가면 바로  자판기 있어요~가서   주고 뽑아서 하고 음성 나온  증거로 가져오세요.”

“눼눼… 내 돈 주고 사서 하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자판기에서 키트를 사고 화장실로 가서 셀프로 코를 겁나 쑤신 뒤 무사히 한 줄로 음성 결과를 의기양양하게 가져다 드리고 입원 수속을 시작하였다.

“어떤 병실 할래요오? 미안하지만 1인실은 없어요. 4인실도 없어요…

남은 건 6인 실과 8인실 뿐이지요…둘 중 정해요”

(뭐 둘 중 하나 면 그래도 6인실이 낫지)

“아..,. 1인실이 정말 하고 싶은데…”

(임신기간 조산으로 잠시 KK 입원했을 때 1인실이 꽤 괜찮은 기억이 있다.)

“ 음 … 그럼 …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줄까요?”

“ 넷? 병실도 웨이팅 리스트가 있나요?”

(하룻밤으로도 벅찬데… 웨이팅까지 해서 병실을 옮기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기필코 하룻밤만 있을 거니까~)

그렇게 6인실… 로 떨리는 가슴으로 향했다.

과연 나는 아이와 잠을 조금이라도 잘 수 있을까?

이렇게 오후 4시쯤 병원에 도착하고 밤 9시가 다 되어 병실로 들어왔다.

애기용 침대만 있어 베드를 바꾸길 기다리고 병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또다시 검사 일정과 상황 설명을 들었다. 정말 다행으로 1차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는 PCR 검사까지 한번 더 하고 심장이 뛰는 것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발가락에 이상한 줄을 달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 시계를 보니 밤 10시 30분… 병실 불이 꺼졌다. 병동은 만실이다. 다른 병실에서 서러움에 찬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같은 병실, 다른 침대의 꼬꼬맹이 아기가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는다. 아빠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다.

코로나로 보호자는 한 명만 입실 가능하다.

그 아이도, 그 아이 아빠도 가엽고 고스란히 그 모든 울음소리를 견뎌내야 하는 병실의 모든 이가 가여웠다.

작고 좁은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내 커다랗고 넓은 몸을  쑤셔 넣고 누워 본다. 나는 그렇게 누워  침대를 가리는 커튼에 커다란 곰돌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깜짝 놀라며 거의 뜬눈으로 밤을 꼴딱 새웠다.

(밤에 보는 곰돌이는 기괴하다.)

영영 올 것 같지 않던 아침이 밝아오고 나는 오매불망 목 빠지게 퇴원하기만 기다린다.

아침부터 한바탕 검사를 하고 또 하염없이 기다리고 남편은 아이가 걱정되어 아침에 달려왔는데 보호자는 2명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하여 아이는 보지도 못하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

(쓸쓸하게 돌아서서 수납에서 사인만 하고 갔다. 입원 시 필요한 사인 때문에 오긴 왔어야 했다.)

*PR이면 입원 수속 시 CPF(나 보험을) 쓴다고 E-filing 해달라고 하면 바로 보험에서 지급된다.

세상 참 좋아졌다~예전에는 우리가 먼저 돈을 내고 추후 정산을 받아서 병원비 영수증 앞에서 심장을 부여잡아야 하는 일이 많았었는데…

아무튼 또 하염없이 기다리고…

검사 결과는 심장에는 이상소견 없음!

숨이 차는 것은 코가 예민해 점막이 부어 충분한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라 하며 코 스프레이 처방

가슴 통증은 일종의 성장통이 가슴 근육 통증으로 올 수도 있고 무거운 것을 많이 들면 그럴 수 있다는 말에… 아.. 아이의 책가방이 얼마나 무겁던가?

돌땡이라도 든 거처럼 무거운 배낭을 매일 지고 댕기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유사시를 대비한 약을 잔뜩 받아 들고 우리는 그토록 기다리던 퇴원 통보를 받았다.

아이가 무사함에 너무도 감사해하며 나는 그렇게 거의 24시간 만에 홈 스위트홈…

나의 소박하고 아늑한 집으로 무사 귀환했다.

하룻밤 사이 평범한 일상이 이토록 소중한 날들이구나 새삼스레 감사하고  마시던 커피 한잔이  그런 커피를 마실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새삼스럽게  고맙고 소중했다.


사족: 일인실    신의  ?! 아이는 너무나 친절한 병원 스태프들과 의사 간호사나름 새로운 경험을 하고엄마가 버럭은 온데간데없이 버리고 천사같이(?) 다정한 모드로 붙어 있어 줬으니

병원이 그립다나? 다음에는 일인실 가자라니!

엄마는 병원과 아주 척지고 심하게 내외할 건데!!

병원너랑은 정말 상종하고 싶지도 않다.


모두들 건강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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