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bec 인생은 지루한 연극, 혹은…

신비한 축복

by Sally Yang

무대 위에 홀로 선 배우의 독백이 이어진다.

듬성듬성 앉아 있는 관객 중 어떤 사람은 졸고 있고, 어떤 이는 핸드폰을 보고, 어떤 이는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도 보지 않고, 관심도 없는 무대 위에 배우조차 이 연극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 글은 그저 나를 위한 기록이다.


지난 8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양 옆을 가리고 오직 앞만 보며 질주해야 했던 경주마처럼, 나의 삶은 늘 숨 가쁘고 힘겨웠다.

쉬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마른 빨래를 쥐어짜듯 내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숨 쉴 수 없다고, 더 이상은 못 갈 것 같다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공항에 있다.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떠나고 싶었던 곳은 어떤 장소나 사람이 아니라, 내 자신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잘해야 하고,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지나치게 매달리고 처리하려다 보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말 그대로, 번 아웃이 되어버렸다.

한 번도 느슨하게 나를 풀어본 적이 없던 나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일을 하다가도 가슴이 답답해서 밖으로 뛰쳐나가야 했고,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참고 참아서 존재감을 상실해린 버린 집에서의 나의 자아는 형체 없이 무너져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잔다는 건 뭘까…. 산다는 건 뭘까….


공항에 앉아 있으니 울컥 눈물이 난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힘겨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쉬러 가는 건데

나는 무엇 때문에 힘겨워했나, 이 쉼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힘들지 않고 이겨나갈 수 있나,

잠은 다시 잘 수 있나…. 아무것도 뚜렷한 것은 없다.


내가 선택한 도시는 퀘벡인데 도깨비 드라마로 유명해진 시티 쪽이 아니라

시티가 보이는 반대편, 관광객이 없는 주거지에 숙소를 잡았다.

때마침 도착한 날부터 2주 동안 비소식이 있다. 어떻게 2주 내내 비가 온다는 말인지…

일기예보를 믿지 않는 것으로 첫 번째 현실부정에 도전해 본다.


원래의 나를 거스르기 위해 계획은 짜지 않았다. 사전 조사 없이 그냥 왔고, 택시 아저씨가 알려준 식당과 갈만한 곳을 저장했다.

중간에 차에 가스를 넣으러 가도 되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더니,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 기억을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아쉽다며 길에서 가스가 없어서 차가 멈춘 적이 얼마나 있냐고 묻는다.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 (아저씨 껄껄 웃음),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자기는 10번 정도 있는데 그중 3번은 길에서 정지했었다고…ㅠㅠ (이 아저씨 택시 운전사다)


그래, 인생을 꽉 조여맨 넥타이처럼 살 필요는 없지,

너무 열심히 살려고 애쓸 필요도 없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지,

인생은 그냥 바람 따라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면 되는 건데… 가끔은 어설프게 넘어지고, 어이없는 실수도 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착륙 전에 들었던 노래, 이소라의 ‘바람이 부네요’의 가사가 생각난다.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엔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나의 연극은 재미없었으니 이제 과감히 막을 내리자.

공자가 논어에서 말했던 지천명의 나이가 된 나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알아가는 그 시작점에 서게 된 것이다.


도착한 날, 비는 오지 않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