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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Yang Feb 28. 2024

급할수록 쉬어가기

내가 어제 잘못한 일은, 점심시간에 쉬지 않은 것이라는 남편의 따끔한 조언을 겸허히 받아 드렸다. 새 직장으로 가기 전 혼자 달려가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서두르게 된다. 타고난 기질이겠지만 스스로 인지하고 노력하면서 나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연습은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또 번아웃이 찾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Gym에서 Weight나 요가 클래스보다는 러닝을 많이 한다. 다녔던 Gym이 레노베이션하는 한 달 동안 임시로 다른 곳을 다니면서 클래스에 조인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러닝을 해보니 힘들기는 하지만 뛰고 난 뒤에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운동에 비해 성취감이 높다. 아직은 5.3 (mph)/30분 (5km) 밖에 못 뛰지만 (그나마도 막판에는 시계만 보며 뛴다) 조금씩 나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Gym을 정해야 하는데 회사 근처로 할지, path를 갈아타는 호보 큰 역 근처로 할지 한 달 동안 두 Branch 모두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오늘은 기필코 점심시간에 쉬자고 다짐하며 출근했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막 나가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보통 리셉션에서 전화를 연결해 주는데 내 케이스 중 어떤 손님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내가 지금 점심 먹으러 나가려고 했고, 한 번도 리뷰하지 않은 파일이라서 전화를 받아도 답을 해줄 수 없을 테니 음성을 남기면 리뷰 후에 콜백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냉랭한 목소리로 자기는 리셉션리스트가 아니라며 (그럼 누군데?) 전화를 다른 어시스턴트에게 돌리겠다고 했다. 이름을 말 안 해서 몰랐다고 하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냥 전화 끊음… ㅠㅠ


점심은 원래 바나나, 요거트, 땅콩 같은 스낵을 먹지만 뇌가 포화 상태라서 일단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춥지 않아서 회사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쉬었다. 볼을 할퀴고 가는 바람이 오히려 시원했다.


오피스는 가운데 리셉션을 두고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내부는 디귿 형태로 되어 있다. 내 자리는 얼음공주 방 바로 앞인데 화장실이 너무 멀다. 안 그래도 대중교통으로 갈아타면서 왕복 한 시간 정도 걷는데 (출근 전 Gym에 들려야 해서 더 걸음) 오피스 안에서도 길을 잃어 뱅뱅 돌 때가 많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든 것인지… 물론 곳곳에 카메라가 있다. ㅠㅠ


얼음 공주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2주 뒤에 새로운 paralegal 이 오는데 그때 같이 미팅하자고 했다. 퇴근 전 트레이닝 해준 분 (별명을 백곰이라고 지었다. 덩치도 크지만 모든 것을 덮어줄 것 같은 푸근함이 있고 얼음공주와도 잘 어울린다) 옆에서 어제 퇴근 15분 전에 일 시킨 변호사가 시킨 또 다른 일 때문에 도움을 받고 있는데 얼음공주가 지나가며 오늘 어떤 케이스를 settle 했다고 하니까 백곰이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내가 아주 큰 케이스였냐고 물어보니 8.5 밀리언이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얼음공주의 미소를 보았다.


내일은 9am부터 손님과 약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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