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lly Yang Feb 27. 2024

첫 출근

Light Rail + Path to Wall Street

직장이 맨해튼 월스트리스역 앞이라 어떤 루트로 출근을 할지 찾아보았다. 집에서 도보 8분 Right Rail을 타고 Hoboken Path역으로 가면 14분, 내려서 도보로 path 역 이동, 월스트리트 역까지 15분 소요. 그리고 회사까지 6분 걸어가면 된다. 걷는 게 좀 많지만 한 시간 안쪽으로 출근이 가능하다. 맨해튼 나갈 때 주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기 때문에 이 동선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어서 지난주에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기차나 Path가 모두 정확한 시간에 오고, 막힐 염려가 없어서 훨씬 안전하고 편할 것 같았다. 첫 출근 아침날, 일찍 올 필요 없이 9AM에 오라고 HR 매니저가 말했지만 30분 일찍 도착, 출근 전 운동할 Gym 위치를 확인하고 10분 전에 오피스로 갔다.


첫날이 어땠겠는가.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하고 (얼굴과 이름 매치 전혀 안됨) 아무도 청소하지 않았을 것 같은 책상의 먼지를 닦으며 시작했다. 트레이닝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약 2시간 30분 정도 트레이닝을 받았다. 예전에 했던 일과 비슷하다고 해도 로펌마다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방법으로 맞춰가야 하는데 그나마 전에 다녔던 로펌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시스템을 써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점심을 먹지 못했고, 나에게 assigned 된 케이스를 살펴보는데도 금방 4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퇴근을 했으면 무사히 넘어가는 건데 갑자기 인사조차 하지 못한 변호사에게 이메일이 왔다. 정확한 디렉션 없이 오늘까지 어떤 서류를 보내야 한다고…. 트레이닝해 주었던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변호사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먼저 인사부터 하자고 해서 같이 갔다. 젊은 여자 변호사였고 뭔가 모르게 엄청 분주해 보였는데 오늘까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더니, 퇴근 15분 전에 나에게 다시 와서 내일 오전에 자기가 법원에 가야 하니 오늘 리뷰할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퇴근 15분 전인데?


다시 트레이닝해 준 분께 도움을 요청하러 갔는데 그녀는 이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어했다. 급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험 없는 젊은 변호사의 막무가내 행동은 정말 참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때 내 보스인 얼음공주 변호사가 지나갔고, 바로 이 상황을 전달, 결국은 내일 오전에 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첫날부터 5시가 넘었지만 퇴근하지 못했고,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한숨 돌리며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트레이닝 해준 분에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나에게 왜 아직도 사무실에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녀의 자리는 내 자리에서 진짜 멀기 때문에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보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녀의 대답은, 보지 않아도 너는 남아있을 타입의 사람이라는 걸 안다고… 첫날인데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같은 팀에서 언제나 도와줄 거라고… (나 울뻔함)


내 옆자리에 앉은 어시스턴트도 2주 전에 시작했다고 한다. 천사 2명을 보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는데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했던 하루가 어찌어찌 지나갔다. 휴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