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정
구직모드에 돌입한다고 글을 올린 지 두 달이 되어 간다. 중간중간 업데이트를 하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 오늘이 8개월 동안 Investment 필드에 바람처럼 머물다 가게 되는 마지막 날이다.
1월에 먼저 연락해 온 맨해튼 로펌의 매니저와 통화를 했는데 빠른 시일 안에 인터뷰 일정 잡고, 고용되면 1월 말이나 2월 초부터 일을 시작하게 될 거라고 했다. 큰 기대 없이 통화했는데 “당장”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로펌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당시에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3개월 정도 이직 기간을 갖기로 했으니 일단 다른 곳도 더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연말과 연초에는 구인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미국과 한국계 리쿠르트 회사를 통해 이력서를 보내니 각각 미국 로펌과 (인터뷰 일정이 계속 바뀌어서 결국 여기는 진행을 못했다) 한국 회사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 사이 첫 번째 연락 온 맨해튼 로펌에도 다시 연락해서 인터뷰를 했다.
한 달이 넘도록 원하는 사람을 뽑지 못한 로펌은 인터뷰 스케줄 잡고, 오퍼 받기까지 정말 실시간으로 연락을 하면 빠르게 진행되었다. 보통 미국 회사 (사람들)는 이렇게 빨리 일을 하지 않는데…
금요일에 두 명의 파트너들과 각각 15분씩 인터뷰하고, 월요일에 바로 오퍼 연락이 왔으나 인터뷰 진행 중인 다른 회사가 있었으므로 화요일에 답변했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48시간 안에 답을 해야 해서 수요일에 줌으로 1차 인터뷰를 마쳤던 한국 회사에 가까스로 연락해서 final 인터뷰를 했고 한 시간 뒤 바로 오퍼 레터를 받았다. 24시간 안에 둘 중 한 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장단점이 있겠지만 결국 한국 사장님/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라는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날아가는 벌레도 얼어서 죽을 것 같은 차가운 공기의 로펌으로 선택했다. 선택 전 날밤, 잠도 설쳐가며 고민했고 오퍼레터에 사인한 후에도 스스로 사자 굴에 들어가는 심정이다 보니 계속 배가 아팠다. 이제 5일 뒤면 인터뷰 때 봤던 파트너, 얼음 공주 변호사와 일을 해야 한다. 오버하지 말고 적당히 그러나 그들의 선택에 대한 의혹을 씻어주어야 하는데 마치 다시 전쟁터로 떠나는 군인이 잠시 벗어두었던 군사용 배낭을 챙기는 기분이다.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