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키우기
12월까지만 근무하겠다고 notice를 전달했으나 사람을 뽑을 때까지, 혹은 내가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일주일에 며칠만 나와달라고 해서 승낙했다. 깔끔하게 그만두고 싶었지만 당장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돈이 필요했다. 게다가 연말과 연초에는 구인이 활발하지 않다.
다시 새로운 job을 찾기 위해 리크루트 회사 (각각 한국계와 미국회사)에 이력서를 보냈다. 다행히 프리랜싱으로 간간이 일했던 번역과 통역, 그리고 글 쓰는 일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와서 몇 개월은 버틸 수 일을 것 같다. 3개월을 이직 목표 기간으로 잡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신중히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 일을 경험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직장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는 것이다. 첫째는 어떤 회사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충분조건 하나만 만족하면 되는데 미국에 있는 한국 회사의 꼰대들을 견디느냐, 백인 위주의 미국 회사에서 차별을 견디느냐로 좁혀졌다. 둘 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만나게 될 일들이고 부딪혔을 때 쉽지 않은 사항들이다.
둘째는 직장과 나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주로 그 안에서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또한 아무리 계획한다 해도 감정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중 하나이다. 맞지 않은 보스나 동료 직원들, 해결할 수 정도의 숨 막히는 업무분량, 무식한 고객 응대 등 늘 넘어야 할 산들이 눈앞에 있다. 그러나 맷집을 키워야 한다. 맞은 뒤 픽픽 나가 자빠지는 정신력으로는 미국에서 마이너리티 직장인의 삶을 견뎌낼 수 없다.
나는 이제부터 더 단단해져야 한다. 일단 내일 백인들만 있는 맨해튼 로펌(웹사이트에서 변호사들 프로필 확인했는데 도무지 자신이 없지만 ㅠㅠ)의 전화 인터뷰를 시작으로 구직 이야기를 다시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