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13
누가 박수치지 않아도,
나는 뛰어야 했다.
‘할 수 있다’고 말해버린 건 나였으니까.
그 말이 허풍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막무가내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자퇴 후,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재수학원 설명회를 다니고,
편입학원 설명회도 발품 팔았다.
어딘가에 시작점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게 무엇이든,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설명회에 가면 성공한 수험생들이
소감을 이야기하고, 공부 전략을 공유한다.
형식적인 마무리로 메일 주소를 알려주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그냥 흘려듣고 만다.
하지만 그 당시 내게는
그것이 절박한 끈처럼 느껴졌다.
메일을 보냈고,
몇몇은 실제로 답을 주었다.
직접 만나 커피를 마시며
실패담과 방법론을 공유해준 이들도 있었다.
정보는 그렇게 쌓여갔다.
편입과 재수,
다양한 제도를 공부하며 어느 순간엔
"이 입시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가 되었다.
그 정도가 되자,
나는 본격적으로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학원별 커리큘럼, 재수냐 편입이냐의 확률,
필요한 시간과 비용...
자료를 펼쳐놓고 따지고, 계산하고,
조건을 하나씩 비교하는 과정에서
문득 멈춰 서게 되었다.
나 지금 '더 쉬운 길'을 찾고 있구나.
어떻게 해야
'덜 힘들게 갈 수 있을까'만 보고 있는
나 자신이 순간 부끄럽게 느껴졌다.
더 나은 삶을 바라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으면서도
가능한 덜 고생할 방법을 좇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그때야 알아차렸다.
결국 쉬운 길은 없었다.
이제는 선택의 시점이었다.
기꺼이 고생길을 걷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 선택을 한 뒤
나는 방해가 되는 것들을 하나씩 끊어냈다.
친구들과의 연락,
휴대폰, SNS. 모든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기약 없는 단순한 하루들이 시작됬다
아침에 학원에 가고,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 자습을 했다.
혼자 식사를 하고,
다시 학원 자습실로 돌아가 복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흐름이었다.
학원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삶.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 제한된 동선에 끝에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나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