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눈덩이를 밀고 있었다.

#_15

by 살짝미친 바나나
좋은 모양이란
갑자기 멋있어지는 게 아니라
작은 눈덩이를 굴려 키워가는 과정에 있다.
아무도 모를 때부터,
나는 내 눈덩이를 밀고 있었다.


나의 싸움은, 작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비슷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5일 오후 02_49_07.png


애니메이션에서처럼
높은 산 위에서 아주 작은 눈을 굴리기 시작하면
그 덩어리는 굴러가며
주변의 아주 작은 눈들을 하나씩 붙인다.


처음엔 정말 작아서
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덩치는 상상도 못 할 크기로 불어난다.


나는 모든 시작이 그렇다고 믿는다.

공부도 그랬다.
특히 이 엉덩이 싸움은 더 그랬다.


맨 처음엔 아무 티도 나지 않았다.


실력이 느는 건지,
그냥 반복일 뿐인지 헷갈렸고,
절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날들이
한 달, 두 달, 세 달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눈덩이처럼
실력은 복리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렇듯, 모의고사 날이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자리에 앉았고,
시험지를 받았다.


그리고 문제를 풀면서 알았다.

아, 하나도 안 틀렸다.
이번만큼은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겠구나.

시험이 끝났을 때,
그 확신은 더 뚜렷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5일 오후 02_56_02.png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3일 뒤,
게시판에 붙은 성적표에서
맨 첫 장, 맨 앞, 1번 옆에
내 이름이 있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누구지?”
“운이 좋았나?”
“어떻게 공부했지?”
“비법이 있나?”


갑자기 나타난 이름이
1등 자리에 있다는 건
그들에겐 의외였을지 모르겠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5일 오후 03_04_05.png


하지만 나만은 알고 있었다.

왕도는 없었다.
비법도, 지름길도 없었다.
그냥.....
아무도 보지 않을 때부터 굴려온 작은 눈덩이 하나.

그게 여기까지 데려다준 전부였다.


좋은 모양이란,
보여지는 결과보다
아무도 몰랐던 출발점을 스스로 기억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모양이다.
이전 15화엉덩이로 버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