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16
처음의 단추는 이번엔,
누가 끼워준 것도, 누가 대신 골라준 것도 아니었다.
내가 선택했고,
끝까지 책임지기로 마음먹은 단추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진짜, 원서를 내고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 날들이 다가왔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려왔지만
이 시기야말로 멘탈이 제일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들 가고 싶은 높은 학교는 정해져 있었고
시험이 끝나고 학원에 돌아오면
“몇 개 틀렸네, 잘 봤네”
그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왔다.
비교를 안 하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점에서
한 가지는 명확했다.
이번에는, 내가 선택한 단추였다.
예전처럼 누가 끼워준 것도 아니고
어디 갈 수 있겠다며 주어진 것도 아니었다.
내가 고른 길이고,
만약 안 된다면
그건 다시 처음부터 내가 다시 고르면 되는 일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채웠던 적이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그 시작점만큼은 정말 신중하고, 또 진심이었다.
그렇게,
1년의 결과를 처음 증명해야 하는
시험이 다가왔다.
내가 쓴 원서 중 날짜가 가장 빠른 학교였다.
정신은 흐릿했고,
손발은 떨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실제 시험처럼 훈련하던 나였지만
실전은 확실히 달랐다.
그날 아침,
시험 시작 두 시간 전쯤
학교 근처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날은 추웠고
코끝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차가웠다.
입김이 번지는 창가에 앉아,
나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다.
최근의 성적,
내 컨디션,
시험 유형…
모든 정보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그때, 나는 단순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지금까지 푼 문제는,
아마 1만에서 2만 문제는 될 거야.
그 문제들을 푼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거야.
그걸 믿고 가보자.
이 정도 풀었으면
운에 맡겨도 적어도 정답에 가까운 걸 찍을 수는 있겠지.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몸이 차분해졌다.
시험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한 학교, 또 한 학교
모든 시험들을 보고 돌아왔다.
잘 본 시험도 있었고,
아쉬운 시험도 있었겠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 잘 볼 수 있었을까?”
그 질문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모든 시험을 다 치르고 나서
딱 하나 느껴졌다.
이 정도 의지로,
이 정도 열정으로
나는 이 1년을 또 살아낼 수는 없겠구나.
그만큼 뜨겁게 살았구나,
정말 열심히 준비했구나.
누가 봐도,
그건 누가 대신 채워준 단추가 아니었다.
나 혼자 처음부터 꿰어간,
나만의 단추였고,
이제는 끝을 향해 가는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