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의 끝, 가장 조용한 역에서

#_17

by 살짝미친 바나나
조용한 지하철 안,
심장 소리만 뚜렷하던 그 순간.
나는 내 손으로 꿴 첫 단추의 끝에 도착했다.
그건 아무도 몰랐던 싸움의 마침표이자,
내가 나에게 준 가장 따뜻한 말이었다.


모든 시험이 끝났고,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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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월 중순이었다.

학원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곳에 남아,
몇 안 되는 엉덩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다시 한 해를 보내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그래도 고생했으니까”라며
휴가를 가거나 잠시 쉬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루틴을 반복하고 있었다.
결과를 보기 전엔 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1월 말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합격자 발표가 떴습니다. 결과를 확인해 주세요."

그 문자는
내가 가장 원했던 학교에서 온 것이었다.


집에 가는 지하철 안.
떨리는 손으로 수험번호를 입력하고
확인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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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철컹, 철컹철컹…

그때만 해도 핸드폰 속 인터넷은 느렸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흰 화면 위로
유난히 고요한 지하철이 출발했다.


그 소리가
지하철이 가는 소리인지,
내 심장이 뛰는 소리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고요했다.


글자가 떴다.


여러 줄의 복잡한 문장들,
그 아래 마지막 줄엔
빨간색 음영이 드리워진 네 글자가 있었다.


나는 알았다.
그 네 글자가 결과구나
합격이거나, 불합격이거나.

손가락으로 확대를 했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어도
무섭고, 두려웠다.


혹시라도 '불합격'이라는 단어가 있을까 봐.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그 흐릿한 화면 위,
초점이 아직 맞지 않는 눈에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보인 네 글자


“최종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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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힘이 풀렸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눈엔 금세 눈물이 고였다.


아버지와 목욕탕에 갔던 순간부터
학원 게시판 맨 마지막 줄의 이름까지

그 모든 장면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잠깐,
다음 역에서 내렸다.

역사 벤치에 앉아
나는 정말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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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다고.
장했다고.
정말정말 멋졌다고.

속으로 내게 수백 번을 말해줬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000학교 됐어. 오늘 발표 떴어.”

생각보다 담담하게 말했다.
엄마도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래, 잘했네. 고생했네.”
짧게 대답하셨다.


그런데 웃긴 건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내가 알릴 틈도 없이,
오분도 안되서
내 핸드폰엔 축하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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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떻게든 내 의지로 꿴 첫 단추는
결국 내 손으로 잠기게 되었다.


좌충우돌이었고,

복잡하고 어설펐지만

그 단추는 확실히 내가 선택한 것이었고,

그 기쁨은 지금도 귀에서 생생하게 울린다.


끝까지 나를 밀어붙인 결과는,
결국 세상에 보여주지 않아도
나 자신이 가장 크게 알아보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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