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그녀와 즐거운 서울 여행
2024.04.27
1
녹음 짙은 경복궁.
커다란 은행나무 밑에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둘러앉아 나뭇잎 흔들거리는 걸 봤다. 볕이 잎사귀를 투과하는데, 누가 보아도 깨끗한 초록이다.
앞에 지나가는 비둘기는 이 주위를 세 바퀴째 도는 거 같다.
아니다. 처음 본 그는 다른 개체였다. 이러다가 비둘기 감별사 되겠네. 아웅다웅하는 중에, 먹이를 낚아채듯 "비.감." 하는 그녀. 복잡하게 바라보다가 실소했다.
'저 친구를 어쩌면 좋지.'
2
"지금부터 녹음해도 돼."
택시 타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 조수석에 탄 그녀는 또 뭔가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뒷자리에서 듣고 있던 언니와 나. 누구 하나 녹음에 열정적이지 못한 채로 이어진 중대발표.
"뱅크시가 내 차에 낙서하고 가면, 둘 다 세계 일주 시켜줄게."
갑자기 어디서 나온 뱅크시와 세계 일주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기특한 생각임은 분명했다.
3
셋은 대학 동기다. 한 명도 잘 마시는 이가 없는데
만나면 괜히 대낮부터 주류를 주문하고 남기는 희한한 구성원들. 못 하던 일들이 자연스러워지는 조합이다. 자유로운 그녀 덕분일지도.
놀러 오면 야경투어버스를 타고 싶다고 했다. 옆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말도 안 되는 줄임말 남발하기. 밈에 빠삭하고 출처 궁금한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버려진 빨대를 주운 이상 꼭 쓰레기통에 버려야 된다며 한참을 들고 다니고, 조심스럽지만 표현이 명확한 타입. 함께하면 즐거워지는 사람이다.